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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내가 경험한 이민생활

한국이 좋으십니까? (1)

(2012년 9월 22일에 작성한 글)

 

(편의상 경어는 생략합니다.)


- 한국이 좋은 게 있고, 미국도 좋은 게 많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이 더 좋고 편한 게 많다고 생각한다. 아다시피 땅 덩어리도 넓고 자연도 좋지 않느냐? 아무리 경제위기라 해도 벌어먹고 살기도 미국이 훨씬 낫다. 그러나 이유가 어찌 되었던 한국에 돌아와서 살고 있다. 뭐하러 미국을 생각하나? 한국도 좋은 점 많다. 한국의 좋은 점만 생각하고, 그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


- 난, 이곳이 좋아. 여긴 TV 아무거나 틀어도 다 한국말 나오잖아! 아무 음식점이나 들어가도 되고. 불편한 게 하나도 없어. 손주들 보고프면 컴퓨터 틀고 화상으로 얼굴 보면 되고. 가끔 한 번씩 보면 되지 노상 붙어있으면 서로 불편해. (도치형님)


라이오 코리아 TV 제작국장이 취재차 와서 물었던 질문에 대해 위와 같이 답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는 여러가지 질문을 했다. 왜 이민을 갔느냐? 역이민 카페를 시작한 동기는 뭐냐? 한국으로 돌아온 계기는? 미국이 좋은 점은? 한국이 좋은 점은? 등등의 질문을 하고 촬영을 해갔다. 또 행복에 대해서도 물었다.


- 한국에 돌아와서 미국이 좋은 점만 생각하고, 미국에 살면서 한국이 좋았던 점만 생각하고 부러워한다면 불행할 거고, 미국에 살 때는 그곳을 그곳대로 즐기고, 한국에서는 이곳 좋은 것을 즐기면 행복한 것 아니냐! 이솝우화에 나오는 우산 장수와 나막신 장수 아들을 둔 엄마의 마음과 똑같다. 날씨가 나빠 슬프고 날이 좋아 슬프다가, 상황은 바뀌지 않고 생각만 바꿨을 뿐인데도 날마다 행복해진 것 처럼 행복은 마음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동문서답인지, 우문현답인지 잘 모르겠다.


원래는 정치나 경제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학생시절에도 남들이 유신이 어떻고,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이 어떻고 해도 나에겐 전혀 관심 밖의 이야기였다. 단지, 김대중씨가 쓴 '행동하는 양심으로'라는 책을 몰래 읽고 감동을 받은 적은 있었지만, 나중에 그 분의 행동을 보고 위선자라는 느낌을 많이 받기도 했다.


- 난, 아버지 때문에 이민을 갔다. 처음부터 이민갈 생각은 없었는데, 아버지가 '저 놈은 한국에 두면 안 돼, 뭔 사고를 쳐도 칠 놈야, 저 놈은 꼭 미국에 데려가야 해' 했다. 그래서 땅 덩어리 큰 나라에 가서 좋아하는 여행이나 실컷 하자는 생각으로 갔다. 미시간에 갔는데, 미시간 호수에 있는 요트를 보고 요트 살 궁리부터 했고 또 샀다. 나는 한국에서도 잘 나갔었다. 한국에서 GM 광고를 처음으로 한 사람이다. (도치형님)


- 1990년대 초,중반, 사업부장이라는 타이틀로 일을 할 때 부정부패를 너무 많이 경험하고 목격했다. 새끼들 만큼은 이런 썩은 나라에서 살게 하지 않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이민을 선택했다. (나)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관심 밖이었고, 경제에도 문외한이라 주식을 해본 적도 없었다. 남들이 주식으로 돈 벌었다고 하면, 부럽기는 했어도 나와는 관계없는 일로 치부했다. 그저 열심히 주어진 일을 하면, 회사에서 주는 봉급으로 충분히 살 수 있었고, 미래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오래 일하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었다. 직장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너무 싫어서, 60살까지만 일하고 은퇴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때가 되면 401K도 말을 할 것 같았고 풍족하지는 않겠지만, RV나 하나 사서 미국 50개 주를 순회하며 여행이나 실컷 하겠다고 생각했다.


서브 프라임이 어떻고,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다는 뉴스를 보아도 그게 무얼 뜻하는지도 몰랐다. 아니 그런 단어가 있는지, 그런 회사가 있는지도 몰랐고, 순탄치는 않았지만 평탄한 내 이민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치리라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주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이 바꼈다. 의지가 되었던 401K는 원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토막도 못 되었고, 나는 60세는 커녕 53세에 실업자의 대열에 합류했다. 이 모든 일에 3개월이 채 안 걸렸다. 어, 어 하는 사이에 일어났다.


평생을 엔지니어로 살았다. 엔지니어는 '왜'가 가장 중요하다. 시스템에 문제가 발견되면 왜 그런 문제가 생겼는지 따져야 하는 습관에 길들어져 있다는 말이다. 실업자가 되어 시간은 많았으니, 왜 인생이 분홍빛에서 암흑으로 갑자기 변했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서브 프라임 모게지'라는 말을 이해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이해하고 나서는 왜 서브프라임을 도입했는지 이해하는 게 또 중요해졌다.


그랬더니 그 배경에 911 사건이 있었다. 911은 내게도 충격적이었다. 당시 동쪽 방향의 내 사무실에서는 쌍둥이 빌딩이 보였었다. 회의실에서 TV로 무너지는 모습을 실황으로 보면서 많은 미국인 직원들이 우는 모습을 보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CNN에서 아랍여성들이 히잡을 쓰고 나와 환호하는 모습을 중계하는 화면은 더 충격적이었다.


그 배경에는 이스라엘이 있고 팔레스타인이 있었다. 이스라엘에 대한 감정은 대부분 우호적이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과 오십 년 전만 해도, 미국에는 '도그 앤드 쥬이시 낫 얼라우드' 라는 간판을 단 음식점이 많았다고 한다. (워싱턴 주 의회 의원인 신호범씨의 자서전에서 읽음) 그랬던 미국에서 지금은 유대인들이 미국을 지배하고 있고 이스라엘이 미국을 움직이고 있다. '왜'라는 질문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들은 돈이 있었다. 자본으로 미국의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유대인의 자본이 주요 통신사(AP, UPI, 로이터), 방송사(ABC, NBC, CBS, BBC), 신문사(월스트릿 저널, 뉴욕 타임즈)를 장악하여 그들에게 유리하게 여론을 유도하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어진 왜곡된 진실을 사실로 믿으며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래서 잘못된 정당을 선택하고 잘못된 대통령을 뽑는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저는 반유대주의는 아닙니다. 인류역사에서 유태인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인류사에 획을 긋는 훌륭한 유태인이 많습니까? 그들은 확실히 우수한 민족입니다. 세계에서 한민족 보다 우수한 민족은 유태인 뿐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라디오 코리아는 이런 질문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얼 하면서 소일하겠습니까?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몰랐다. 앞으로는 그걸 이해하기 위한 공부를 하려고 한다. 경제는 무엇이고 정치와 경제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아가는 게 너무 재미있다. 역사를 배우면 세상을 알고 현재를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니 역사도 공부해야 한다. 할 일이 너무 많아, 항상 바쁘다. 물론 역이민 까페를 운영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다. 돈 버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게 이렇게 재밌고 보람된 일인 줄 몰랐다.


<후기>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협의의 역이민 소재는 너무 적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난 땅에서 살다가 죽습니다. 극소수 만이 이민을 선택합니다. 거기다가 다시 돌아와 살고 있는 사람은 더 적습니다. 극소수 중에서도 소수인종입니다, ㅎㅎㅎ.


그래서 저는 소수의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성공한 이민자 보다는 실패한 분들에게 더 애정이 갑니다.

해남 땅끝마을에서 본 참석자 대부분은 일 년에 반은 한국에서 반은 미국에서 지낸다는 계획을 가지신 분들이었습니다. 행복하신 분들인 셈입니다. 제 관심 밖의 분들이었지요.


어떤 분들은 부동산으로 부자가 되기도 하지만, 재수없이 또는 순간적인 판단착오로 2005년이나 2006년에 부동산을 사서 큰 실패를 본 분들도 있습니다. 다 자기 탓이라고만 돌릴 수 있을까요? 정부는 아무 책임이 없을까요?

저는 정치와 경제에 무심하게 살아온 지난 과거가 많이 후회됩니다. 알았었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겠지만, 알고 당하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었겠지요.


90%의 사람들이 10%의 사람들만을 위한 정책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10%만 잘 살고 90%는 피곤하게 살게 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힘들었는데, 조금씩 그 이유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재밉니다. 그것이 정치를 관심 밖에 두지 말아야 하는 이윱니다. 제가 '역이민'과는 관계가 없는 정치 이야기를 조금씩 비치는 이윱니다. 그것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결정적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제 글에 마음 상하신 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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