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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나은 세상을 위하여/노스텔지어의 글 (퍼온 글)

가마솥에서 자쿠지 하는 한국인 (노스텔지어)

2.7.2014.


매켄지(McKinsey & Company)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시카고 대학 경영학부 교수였던 제임스 매켄지가 1926년에 미국에 설립한 컨설팅회사입니다. 남극과 북극에만 사무소가 없고 전 세계 대륙에 있습니다. 포천지가 발표하는 세계 탑 100위 기업의 70%가 매켄지 고객입니다. 지난해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은 후 15년 만에 한국에 대한 보고서를 냈습니다. 


1998년 한국의 대기업 부채를 지적한 보고서 후 처음입니다. 제가 매켄지 보고서를 신뢰하는 이유는 나이 먹고 경험 많은 사람보다 그해 졸업하는 대학 또는 대학원생을 많이 채용합니다. 기업의 형태에 따라 여러 인재가 필요하겠지만, 제가 금융업에 종사하다 보니 요즘같이 이론이 어렵고 첨단 파생금융 기법이 발달한 국제 금융업계에는 가장 최근 교육받은 인재가 확실히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대통령은 오래된 장이 숙성되어 맛이 좋다고 유신시대 경제기획원 과장 출신에게 국가경제를 맡기고 있습니다. 장단점이 있겠지요.


매켄지가 발표한 지난해 한국경제에 대한 보고서 내용은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한국 경제는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는 물속의 개구리 같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이런 보고서를 접한 한국의 경제관료들은 역시나 한결같이 한국은 기초체력, 다시 말해 펀더멘털(Fundamental)이 양호하니 외환위기는 또다시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지금도 경상수지가 흑자 나고 있고 외환보유고가 많으니 걱정할 게 없다고 합니다. 어쩌면 이렇게 16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말을 하는지 한국 공무원의 무사안일주의가 영원히 변할 수 없음을 말해줍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강경식의 회고록 중에서 일부를 보겠습니다.


(97년 7월 8일)

“모든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던 7월 초, 난데없이 태국의 바트화가 폭락을 거듭하고 (…) 신문 지면은 우리나라도 당장 그 금융 태풍에 휘말릴 것처럼 온통 우려의 목소리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태국과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사정이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97년 7월 27일)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었다. 따라서 대외신인도를 예의 주시하면서 대책 강구가 필요했다. 특히 신용도가 괜찮은 은행들이 해외로 나가 달러를 많이 빌려 외환보유액을 많이 쌓아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97년 9월 8일)

“나는 태국과 한국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우선 경제의 기초여건이 달랐다. (…) 무엇보다 태국은 역외 금융시장을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금융시장이 완전히 개방되어 있어 헤지 펀드 등 단기 투기성 자금의 유입이 쉬웠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증권시장 일부만 개방되었을 뿐,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이 완전히 개방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 투기성 자금이 문제를 일으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견해는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상식이었다.”


( 97년 9월 20일)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이 현지에서 빌려 쓴 돈이 그렇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앞의 대문 쪽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뒤에 있는 쪽문으로 나가서 저지른 일이 집안 전체를 뒤흔들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97년 10월 17일)

“동남아 통화위기가 10월 중순에 들면서 북상하기 시작했다.”


(97년 10월 23일)

“홍콩 증시 폭락 사태로 또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전 세계 증시가 모두 출렁이는 것이어서 우리도 그런 충격파 속에 함께 놓인 것으로 생각했지,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로 치닫는 길에 들어섰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위의 글에서 처음에는 물이 미지근하니 모든 긴장을 풀고 낙관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설마 했던 것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니 당혹하다가 결국은 자포자기한 모습이 선하게 보입니다. 마치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는 물속의 개구리와 똑같습니다. 저는 이분이 국가 경제 정책을 잘못하여 지금까지 한국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솔직하게 후대를 위하여 글을 남긴 것에 대하여 높이평가 합니다.


위의 글 중 97년 9월 20일 쓴 글에 대하여 좀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아시겠지만, 저의 글은 누구나 이해하시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추가 설명해 드립니다. 위에서 언급한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이 현지에서 빌려 쓴 돈이 그렇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앞의 대문 쪽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뒤에 있는 쪽문으로 나가서 저지른 일이 집안 전체를 뒤흔들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이 말은 기업의 무역 신용성 외환거래 자유화라는 말입니다. 당시 기업들은 무역신용을 경로로 하여 단기외채를 조달해왔다는 말입니다. 한 예로 기업은 상품 구매자로부터 물건을 사겠다는 신용장(L/C)을 받으면 신용장을 가지고 은행에 가서 제품 생산에 대한 자금을 미리 대출받습니다. 이런 것들을 무역신용이라고 하는 데 문제는 기업들이 해외법인을 설립해 놓고 본사의 신용으로 해외에서 단기자금을 너무 많이 대출받은 겁니다. 기업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은행들까지 단기자금을 들여와 대출해 주었는데 이런 단기 외채 규모를 한국 정부 관료들이 파악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앞대문 쪽에만 신경을 쓰고 뒷문으로 나가서 저지른 일을 미처 몰랐다고 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김영삼 정권의 경제 정책 실패는 자본자유화 과정입니다. OECD에 가입해야 선진국이라는 말을 듣는다고 하니 자본자유화는 필수요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장기외자 유치는 규정을 까다롭게 해놓고 단기자금 도입은 쉽게 해놓아 기업과 은행이 다투어 저리의 단기자금을 들여다 부동산투기를 하였습니다. 은행은 단기자금으로 빌려와서 한국 내에는 장기로 빌려주니 자금 만기구조의 불일치(maturity mismatch)가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16년이 지난 얘기를 지금 언급하는 이유는 한국이 지금 외화 보유액이 3천5백억 달러라고 하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바뀐 것은 목욕탕이 양은 냄비에서 조금 두꺼운 가마솥으로 바뀐 것뿐입니다. 지금은 거의 모든 국가가 자본자유화가 되어 글로벌 경제가 톱니처럼 물고 돌아가기에 도미노 현상이 쉽게 일어날 수 있으므로 경제를 책임진 관료들이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국민들은 생각 없이 고향 사람 대통령 만들어 놓고 넉 놓고 있다가 또다시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소금 뿌리면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외환시장에서 환율 방어하는데 3천5백억 달러(350조 원. 한국 정부 1년 예산과 같음)는 아마도 한 달 버티기 어려울 것입니다. 왜 그런지 한 번 볼까요?


1992년 9월 조지 소로스는 현찰 100억 달러(10조 원)를 동원해 영국의 파운드화를 공격합니다. 여기서 공격이란 파운드화를 약세로 몰아가 가치가 폭락하면 돈을 벌겠다는 것입니다. 전문 용어로 “Short Position”(Sell, 파운드화를 파는 것)을 갖는 것입니다. 그러자 다른 헤지 펀드들도 1,100억 달러(110조 원)를 쏟아 부어 파운드화를 공격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파생금융상품 거래는 레버리지(지렛대, 차입투자)가 있기 때문에 가진 자금보다 10배 이상을 거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파운드화의 공격 압박은 1조 달러(1천조 원)가 넘은 것입니다. 결국, 소로스는 한 달 만에 영국을 굴복시키고 10억 달러(1조 원)를 가볍게 챙깁니다. 한국 공무원들의 무사안일한 말에 속으면 안 됩니다. 공무원들이 국제 금융 메커니즘을 모릅니다. 기축 통화가 없는 나라는 아무리 외환을 많이 보유해도 항상 불안합니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세계 투기 자금이 천문학적입니다.


월가의 생리를 잘 아는 제가 감히 박근혜 대통령께 한 가지 조언합니다. 기축통화를 갖지 못한 한국이 외환위기의 불안에서 벗어나려면 외교를 잘해야 합니다. 한국의 국민연금 자금 규모가 천문학적인 것을 월가에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자금을 지금은 실력 없는 한국의 일부 증권회사와 월가의 특정 펀드에 맡기고 빌딩 매입 등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데 국민연금을 세계 시장을 쥐고 있는 탑 10 펀드회사에 고르게 투자하도록 자금을 위임합니다. 그러면 한국이 그들의 클라언트가 되므로 그들은 한국 시장을 공격할 수 없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정보를 한국 정부에 제공해 줍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인사가 중요합니다. 유신 시대의 내 사람이 아니라 자금운용 책임자를 전문가로 잘 임명해야 합니다.


영국은 마크 카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영국 중앙은행 총재로 영입했습니다.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 골드만삭스 출신인 그는 319년 영국 중앙은행 역사에서 첫 외국인 총재입니다. 인도는 시카고대 교수인 라구람 라잔을 중앙은행 총재에 영입했습니다. 라잔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최연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2005년엔 글로벌 위기를 경고했던 세계적 석학입니다. 금융위기 관리는 세계적 인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유신의 추억은 행복했던 나만의 추억이지 국민은 다시는 생각하기 싫은 악몽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한국이 발전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합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로 유지하는 한국 경제로는 선진국으로 진입이 굉장히 어려울 것입니다. 독일 경제에서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5%, 일자리의 71%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또 법인세의 55%를 납부해 대기업보다 국가 재정에 대한 기여도가 큽니다. 한국은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 수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점에선 독일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법인세 부담률은 10% 이하입니다.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의미는 중소기업에 하청 주는 대기업의 횡포가 심하다는 뜻입니다. 한국에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전체의 0.07%에 불과합니다. 대기업으로 성장하여 성공하는 예는 거의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환율 조작으로 대기업에 혜택을 주는 바람에 박근혜 정부는 몹시 어려운 경제 살림을 해가야 할 것입니다. 당장 지난 1월 말 삼성에서 발표한 실적 중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으로 7,000억 원의 실적 하락이 있었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그동안 한국 경제가 정부의 비호 아래 얼마나 취약한지 나타납니다. 원화가 달러화 대비 10원 절상될 때마다 삼성과 현대의 영업이익이 1%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이런 것을 볼 때 한국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 IMF는 경제가 나빠져야 칼춤을 춥니다. 실제로 한국 등 아시아 외환위기가 끝날 때 2002년부터 2007년 사이에는 IMF가 돈놀이하지 못해 보유했던 금을 403t이나 팔아야 했고 직원도 15%나 감원했습니다. 그러기에 일부 경제학자들이 지적하듯 IMF는 금융위기가 오면 초기에 조처하지 않고 일부러 악화하도록 버려뒀다가 특정 국가가 숨이 넘어갈 즈음 갑의 처지에서 칼을 휘두른 것입니다.


IMF는 선진국에는 천사이고 한국과 같이 신흥국가에는 저승사자입니다. 미국이 아무리 어려워도 I am F로부터 돈을 빌리지 않습니다. 달러가 기축통화이니 마구 찍어내면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현재도 매월 850억 달러를 찍어내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20년 넘게 불황이지만, 엔화가 국제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화폐이므로 I am F로부터 달러를 빌릴 이유가 없습니다. 일부 부자 유로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기축 통화를 가지지 못한 한국은 외환위기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국가 경제 운영을 잘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껴 보십시오. 지도자를 왜 잘 뽑아야 하는지 아래 사진을 보고도 느끼지 못한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왜냐면 적어도 담낭암에 걸릴 확률이 제로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담낭암은 쓸개가 있는 사람만 걸립니다. 아래 사진의 건물은 대한민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미국의 심장인 워싱턴에 대통령의 집무실인 백악관에서 불과 두 블록에 위치한 곳에 한국인이 지어준 건물입니다. 자신들만이 대한민국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수구 보수들은 무한한 감동과 자부심을 느끼시기 바랍니다.


IMF HQ2


이 건물은 19th Street and Pennsylvania Avenue에 있는 12층짜리 IMF 본부 제 2 건물(HQ2)입니다. HQ1 바로 옆에 있습니다. 2000년 10월에 설계를 시작해 2002년 9월부터 공사가 시작되어 2005년 5월에 완공되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1997년 12월 3일 IMF와 “국제통화기금 대기성 차관도입을 위한 합의의향서 및 양해각서”를 작성하고 IMF와 채권국에 연 4~7%의 Remuneration(보수, 수수료)을 지급하기로 합니다. 여기서 이자라고 하지 않고 보수나 수수료라고 하는 이유는 지원하는 돈에 이자를 받는다고 하면 고리대금업자 느낌이 나기 때문에 이렇게 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자금을 빌려주는데 연간 7%라고 하면 사실상 한국의 지하경제의 사채시장 이자입니다.


한국은 IMF로부터 210억 달러, 세계은행 100억 달러, 아시아개발은행 40억 달러, G-7 서방선진국으로부터 200억 달러, 합계 550억 달러를 빌립니다. 한국정부는 빌린 돈만 발표하지 지급한 이자는 발표하지 않습니다. 한국이 550억 달러를 빌리고 지급한 이자가 43.5억 달러입니다. 이자만 5조 원가량이니 거의 10%의 이자를 지급한 것입니다. 미국 신용평가회사들은 한국의 신용등급을 정크로 해 놓고 높은 이자를 챙겼던 것입니다. 2000년 12월 4일 김대중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의 모든 차관을 상환하였고, 우리나라가 IMF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공식 선언합니다. IMF가 건물 설계를 시작한 시기와 한국이 IMF 지원 자금을 상환을 완료한 시점이 정확히 일치합니다. 그래서 위의 건물은 한국인들이 피땀 흘려 벌어서 세금 낸 돈으로 지어준 것이 맞습니다.



위의 사진은 IMF HQ2의 내부 모습입니다. 초현대식으로 아름답습니다. 앞으로 백악관 구경 가시면 바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있으니 꼭 가보시기 바랍니다. 가셔서 기둥도 만져 보시고 내 돈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생각하시고 무한한 감동을 하시기 바랍니다. 아래에 자세하게 지도까지 올립니다. 앞으로 이 건물이 한국 경제 관료들의 성지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시는 이런 어리석은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IMF add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얼마 전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사무총장이라는 자가 “대통령선거에서 졌다면 나라가 망할 뻔했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적반하장도 유분수고 대한민국의 국민 수준이 정말 이정도 밖에 안 될까 하는 회의심 때문에 쓰게 된 것입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