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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나은 세상을 위하여/노스텔지어의 글 (퍼온 글)

돈을 알아야 돈을 번다

1.5.2014.


새해가 시작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저의 글을 사랑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는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이 잘되어 꼭 꿈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새해에는 다들 돈 많이 버시도록 오늘은 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속물 같지만, 자본주의 특성상 돈이 없으면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심지어 돈과는 멀 것 같은 종교에서도 돈을 빼고 신이나 부처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 성경에도 “돈은 만사를 해결한다.”(Money is the answer for everything)라고 했습니다. 미련한 인간들이 왜 돈이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노예가 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개인의 돈은 공금이 아니지만, 두 사람의 돈이 되면 공금이 됩니다. 그래서 규제가 필요했고 법과 규정이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법망은 촘촘해지고 그에 따라 범법자는 양산됩니다.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에서 “법망이 촘촘할수록 백성들의 간교함과 거짓은 도리어 악랄해졌다. 법령이란 다스리는 도구일 뿐이다. 진(秦)나라 때 법망은 치밀했지만, 간사함과 거짓은 싹이 움트듯 일어났다. 관리들이 불은 그대로 둔 채 끓는 물만 식히려 했기 때문이다. 법망은 배를 집어 삼킬만한 큰 고기도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너그러워야 한다.”라고 기록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마천을 존경하여 사기를 자주 읽었습니다. 단연 동양 최고의 사학자입니다. 서양의 헤로도토스를 빼면 역사학계에서 그 정도로 찬사 받는 인물은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태어나기 전인 2100년 전에 자기만의 방식인 기전체(紀傳體) 형식으로 신체적인 형벌을 받아가면서도 완성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중국인의 깊이 있는 사상적 뿌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요즘 하버드 대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좌는 공자(孔子)사상에 대한 연구라고 합니다.


(참고: 흔히 역사서는 연대순으로 써가는 편년체(編年體)가 많은데 사마천은 인물별로 나누어 쓴 기전체(紀傳體) 방식을 택했습니다. 편년체 사서 중 가장 오래된 것은 공자(孔子)가 노(魯) 나라의 역사를 쓴 춘추(春秋)입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연대기(年代記)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조선의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 간의 역사를 기록한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은 세종실록을 제외하고 모두 편년체로 편찬되었습니다. 사마천의 사서는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고 문학적 가치가 대단하여 당대에는 문성(文聖)이라고 격찬을 받았다고 합니다.


사마천은 한 무제(漢武帝) 때 장군 이릉(李陵)이 군사 5천 명으로 흉노족 8만 명에게 대항하여 싸우다 중과부적(衆寡不敵)으로 항복하자 모든 신하는 이릉을 사형시키자고 하지만, 사마천은 이릉을 변호하다 무제로부터 사형을 당하게 됩니다. 당시에 사형을 면하려면 돈 오십만 전이나 남자의 고환을 거세당하는 것이었는데 사마천은 치욕을 무릅쓰고 거세당하는 궁형을 선택합니다. 그 이유는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사서를 완성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가 만약 사내대장부 어쩌고 하면서 사형을 택했다면 지금의 훌륭한 역사서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사마천을 언급한 것은 인간의 간교함 때문에 돈이 만들어졌기에 그런 것입니다. 저의 지난 글(81. 자본주의 1)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찰스 넬슨(Charles Nelson)의 저서 “거시경제학”(Macroeconomics)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16세기 영국에서는 금이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금덩어리는 휴대하기 무거웠으므로 금 세공업자(Goldsmith)들은 금화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관하기 위해 금고를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금을 보관하기 위해서 금 세공업자의 금고를 빌렸습니다. 금 세공업자는 보관증을 써 주었습니다. 보관증만 가지고 오면 언제든 금을 내주겠다는 증서였습니다. 물론 보관료도 받았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금화 대신 보관증으로 거래하기 시작했습니다. 금화보다 훨씬 가볍고 언제든 보관증만 내밀면 금 세공업자는 금을 내주었기 때문입니다. 금본위제(金本位制) 지폐의 시작입니다. 지금의 수표와 약속어음 같은 원리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의 욕심이 간교한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금이 없어도 사람들은 모르기에 금 세공업자는 보관증을 마구 유통합니다. 사람들이 동시에 보관증을 가지고 와 금으로 바꿔 가면 금 세공업자는 파산하고 사회 문제가 일어나게 됩니다. 신용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사고가 나게 되면 누구도 종이를 금으로 생각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국의 파운드화에는 지금도 “이 은행권을 지닌 사람에게 액면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속한다.”라는 지급 문구가 표시되어 있는데 이는 은행권(종이 돈)이 애초에 약속어음 성격에서 출발한 데 기인합니다.


미국 돈 역시 비슷한 문구가 있는데 대부분 사람이 달러 뒷면에 “우리는 신을 믿는다.”라는 문구는 알아도 앞면에 있는 “이 은행권은 공사(公私) 간 모든 채무에 유효한 법화이다.”라고 쓰여 있는 것은 잘 모릅니다. 텍사스에서 농사짓는 John Farmer가 구두를 사면서 종이돈을 주니 구둣방 주인 George Schumacher가 믿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써 놓은 것입니다.


미국 달러 유래는 영국 식민지에 대한 반발 심리로 채택된 것입니다. 16세기 보헤미아(지금의 체코)의 요하힌스탈에서 생산된 은으로 만든 은화가 인기가 좋아 유럽 각국에 널리 유통되면서 ‘요하힌스 타렐’, 또는 ‘다렐’로 불렸다고 합니다. 이 타렐이 세계 각지에 전파되면서 탈러(Taler) 등으로 불려 오다가 미국에서 달러가 된 것입니다. 큰 집인 영국의 파운드화를 쓰지 않고 달러를 쓴 것입니다. 달러의 기호도 Dollar의 첫 글자인 D가 아니고 로마의 금화인 솔리두스(Solidus)의 첫 글자 S를 따왔습니다.


동전의 옆 테두리가 톱니처럼 만들어진 이유도 원래 금화를 사람들이 주화의 가장자리를 몰래 깎아내 이득을 챙기는 바람에 만들어진 고육책이라고 합니다. 테두리 깎기(Clipping)뿐만 아니라 가죽가방 안에 동전을 넣고 흔들어 떨어지는 가루를 모으는 땀내기(Sweating) 방법도 있었다니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잔머리는 끝이 없습니다.


달러에 쓰인 문구 때문에 지난 대통령 선거 때 공화당 후보 롬니와 민주당 후보 오바마 간에도 언쟁이 있었습니다. 롬니의 실수는 자신이 정통 기독교인이 아니고 모르몬교 신자이지만, 백인들이 설마 흑인을 선출하지 못할 걸로 본 것입니다. 그러기에 오바마의 이름이 이슬람식이기에 이슬람 신자로 몰아가며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달러에서 “우리는 신을 믿는다.”라는 문구를 지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롬니가 바보인 것은 오바마처럼 한국인 참모를 두었다면 그런 실수를 하지 않고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것입니다. 오바마의 원래 뜻은 “오빠, 바라만 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라는 뜻인데 이슬람식으로 해석한 겁니다. 그래서 떨어진 겁니다.


한국의 지폐 인물은 특정학교 출신만 있습니다. 성균관(成均館)은 조선 시대 유일한 고등교육기관이었습니다. 조선 팔도에서 생원·진사시에 합격한 선비 200여 명을 먹여주고 입혀주고 가르쳐주는 유생(儒生)인 국가장학생으로 선발, 500년 왕조를 이끌어나갈 최고의 인재를 배출하는 교육기관이었습니다. 지금의 KAIST 같은 곳입니다. 만 원권 지폐에는 세종대왕이 있는데 당시 국립대학이 성균관(成均館)이었으므로 세종대왕이 실질적으로 이사장이었고, 오천 원 권에는 율곡(栗谷) 이이(李珥) 선생의 초상이 있는데 당시에 성균관의 유생인 학생이었습니다. 천 원 권에는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이 있는데 요즘 같으면 대학 총장인 성균관 대사성(大司成, 정3품)을 세 번 역임했습니다. 오만 원 권에는 신사임당(申師任堂)의 가채 올린 초상(참고: 개인적으로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음, 아무리 역사 고증이라지만, 주모 스타일 같음)이 있는데 이이(李珥) 선생의 자당(慈堂)이므로 성균관 대학의 학부모입니다.


유머 같지만, 이렇게 분석하고 보니 우리 역사가 반만년 역사라고 하는데 14세기부터 16세기까지 겨우 200년 동안의 인물 4명을 캐스팅한 것은 좀 민망하지 않습니까? 미국의 달러를 모방하여 인물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과감하게 상식의 틀을 넘어서야 합니다. 프랑스 화폐에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앙증맞게 있습니다.


유로로 통합되기 전 프랑스 화폐. 작가 생텍쥐페리가 조종했던 비행기와 어린 왕자

유로로 통합되기 전 프랑스 화폐. 작가 생텍쥐페리가 조종했던 비행기와 어린 왕자


화폐의 시작은 신용입니다. 영어의 신용은 Credit입니다. 이 말의 어원은 라틴어의 Credo, 즉 “나는 믿는다.”에서 왔습니다. 신용이라는 개념이 없으면 세계의 경제는 지금처럼 발전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신용의 바탕 아래 대출과 차용이 이루어집니다. 화폐는 사회적 약속이고, 돈을 버는 것은 신용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올해부터는 돈 벌로 간다고 하시지 말고 신용 창조하러 간다고 하십시오. 한국은 관련된 장관도 확실히 설명하지 못하는 창조경제를 한다고 난리 치니 우리라도 확실하게 알아야 할 것입니다.


창조라는 말은 실리콘 밸리에서도 쓰지 않습니다. 신이 세상을 창조하듯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이미 자연에는 존재하는데 인간이 모르는 것을 새롭게 발견하거나 있는 것을 응용하여 발명하는 것이지요. 특히나 창조란 말은 달리 표현하면 실패란 뜻과 동의어입니다. 실패 없는 창조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이런 이해 없이 참모들 말만 듣고 창조 경제를 외치니 장관들이 답답해하는 것입니다.


한국이 창조 경제가 불가능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국은 아이디어가 있어 회사를 설립하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습니다. 대부분 이자도 없고 갚을 필요도 없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받습니다. 투자자에게는 주식으로 나누어 주니 경영자는 실패해도 원금을 값을 의무도 없고 법적인 문제도 없으니 다시 재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창조 경제가 가능한 것입니다. 한국은 반대로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야 하고 담보까지 제공해야 하니 실패하면 경영자는 패가망신하여 두 번 다시 재기할 수 없습니다. 기다리는 것은 가족 해체와 감옥입니다. 이런 사회 제도적 문제를 모르고 창조 경제를 외치니 답답하지요.


아무튼, 가난한 자는 훔치고 부자는 착복한다는 사회에서 대통령이야 5년 후면 끝나는 사람이지만, 우리는 끝을 모르는 어리석은 똑똑이 이므로 끝날 때까지 신용을 창조해야 합니다. 세계에서 신용이 제일 많은 사람이 빌 게이츠입니다. 돈이 많다는 것은 결국 신용이 많다는 뜻입니다. 신용은 눈덩이와 같습니다. 처음 뭉치는 것이 어렵지 뭉쳐서 굴리면 굴리는 대로 커집니다. 돈이 돈을 버는 이치입니다. 중요한 것은 눈덩이 굴리는 일을 즐겁게 해야 합니다. 이것을 눈 치우는 일로 생각하고 굴리다 보면 눈덩이가 깨지는 수가 있습니다. 대부분 부자는 즐겁게 굴리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일 하다 보니 눈덩이가 커졌다고 말합니다. 새해에는 모두 신용을 많이 창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