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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나은 세상을 위하여/노스텔지어의 글 (퍼온 글)

나는 정말 억울하다

12.21.2013.

 

전 세계에 살고 계시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저는 220년 전 기요틴이라는 인간이 개발한 단두대(斷頭臺)의 이슬로 사라진 억울한 영혼 마리 앙뜨와네뜨입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동방예의지국이라서 인지 인사말이 유행입니다. 한글의 우수성에 다시 한 번 감탄합니다. 평범한 인사말에 복수어 “들”자 하나를 집어넣으니 비꼬는 말로 바뀌는 것을 보고 참 훌륭한 언어다 생각합니다. 제가 프랑스를 떠난 지 오래되어 가물가물 하지만, 프랑스어에는 이런 표현이 없습니다. 제가 원래 오스트리아 출신입니다. 그래서 한 나라의 언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문화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보다 한참 선배인 저의 영혼 친구 중에 스스로 역사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하는 광해군(光海君)이라는 한국 사람이 있는데 좀 더 정중하게 약 올리는 표현이 있다며 가르쳐준 표현으로 다시 한 번 인사드립니다. “한국에 사는 한국인 여러분 안녕들 하고 계십니까?”

 

제가 오늘 한국인 여러분께 정치적 언어로 약 올리려는 것이 아니고 저의 억울함을 호소하려는 것입니다. 저는 한국의 정치에 대해서 맹탕입니다. 저 자신도 정치에 희생되어 정치라면 이가 갈립니다. 그리고 저도 여자지만, 여자 속은 아무도 몰라요. 구중궁궐(九重宮闕)에서 당동벌이(當同伐異)하는 계피학발(鷄皮鶴髮)의 환관(宦官)들 만이 알 뿐이지요.

 

(참고: 當同伐異는 진시황(秦始皇)이 중국을 통일하고 강력한 중앙 집권화를 이룩한 이래 중국의 권력은 오직 황제 한 사람에게 집중되었습니다. 자연히 황제를 둘러싼 친위 집단이 권력을 농단하게 되었는데, 그 중심을 이룬 것이 남자의 거시기가 거세된 환관이었습니다. 환관들은 신분 상승의 욕구 때문에 스스로 거세한 사람들이었으므로 집단의 결속력이 유달리 강하고, 사회적 책임이나 정치적 경륜보다는 자신들의 이해에 민감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옳고 그름을 떠나 한 무리에 속한 사람들이 다른 무리의 사람을 무조건 배격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소통 부재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鷄皮鶴髮은 사람이 늙어서 피부는 닭의 살갗과 같이 되고 머리는 세어 학의 날개처럼 희어졌다는 말이므로 늙었다는 말입니다.)

 

같은 여자로서 너무 짠해 박 대통령께 충고 하나 하겠습니다. 내가 경험으로 ‘해 봐서 아는데’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므로 자연을 거스르면 안 됩니다. 반드시 화가 따릅니다. 흐르는 물을 막으면 넘치고 결국 둑은 무너집니다. 늙어서 알을 낳지 못하는 폐계들의 말을 듣지 말고 자연의 섭리를 따르십시오. 간단합니다. 닭이 아무리 쥐를 품어봐야 병아리가 되지 않습니다. 유정란 알을 품어야 병아리가 탄생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쥐를 품고 있을수록 쥐는 닭을 파먹을 것입니다. 답답합니다. 이럴 때 우리 시집의 나라 프랑스어로 표현하는 말이 있습니다. “알랑가 몰라”

 

이제부터 저의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역사가 나를 두 번 죽인 것입니다. 역사가 얼마나 왜곡되고 승자들의 합리화에 동원되는지 진실을 말하겠습니다. 글 서두에서 언급한 단두대 기요틴도 기요틴이라는 의사가 개발해서 이름을 ‘기요틴’이라고 지었다고 세상에 알려졌지만, 사실 기요틴은 단두대 만드는데 크게 이바지하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사형수에게 형을 집행할 때 도끼로 목을 쳐서 집행했습니다. 그런데 무딘 도끼로 하다 보니 사형수의 고통이 너무 심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단두대였는데 기요틴이 아이디어만 제시하고 실제로 설계하고 만든 사람은 안토닌 루이 박사였습니다. 그런데 언론인들이 기억하기 쉽다는 이유로 기요틴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그리고 고통을 최소화한다고 만들었다지만, 저처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공포와 두려움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 혹시 프랑스 영화 “암흑가의 두 사람”이라는 영화를 기억하십니까? 알랭 드롱과 쟝 가뱅이 출연해 빅 히트를 쳤던 영화입니다. 단두대 앞에서 알랭 드롱의 공포스런 눈빛 열연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사형은 죄수의 죄과를 떠나 인간이 인간을 죽인다는 것 자체가 사형수가 저지른 죄만큼 잔인한 것입니다. 또 하나의 살인이기 때문입니다. 중세 시대 유럽 사람들의 최대의 구경거리는 사형 집행이었습니다. 21세기 현재도 버젓이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 바로 북한입니다.

 

단두대로 사형수를 처형할 때 목을 자르게 됩니다. 그 말은 머리를 단두대보다 앞으로 내밀어야 단두대에 목이 잘리게 됩니다. 그런데 일부 소문에 의하면 나에게 공포심을 더 주게 하려고 목을 쳐들어 단두대의 도끼날을 쳐다보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목을 들어 날을 보게 되면 얼굴이 잘리게 돼 불가능한데 사람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소문을 만들어냅니다. 인간들이 더 잔인한 것은 단두대의 신속함이 죄수의 고통을 줄여 준다고 하지만, 사실 저처럼 죽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다른 동물들을 상상해 보십시오. 두개골에 충격을 주지 않고 목만 잘리면 잠깐 살아있습니다. 그 눈으로 당신을 쳐다본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닭 잡아먹으며 닭의 목을 비틀면 고통이 심하니 전기 충격으로 죽이자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며 합리화시키고 고양이 쥐 생각하듯 말합니다.

 

저는 14세라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의 정치적 욕심으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프랑스의 마지막 왕 루이 16세에게 시집갔습니다. 당시 오스트리아(합스부르크)와 프랑스는 서로 적국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독일인 옆 나라 프로이센의 영향력이 커지자 오스트리아와 프랑스는 저를 희생양으로 정략결혼을 시켰습니다. 저는 사실 모국어가 독일어였기에 프랑스어에는 서툴렀습니다. 그런 것도 흉이라고 프랑스 사람들이 숙덕였습니다. 시집 가보니 남편은 저보다 한 살 많았습니다. 내성적이고 지적이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궁정 안에 대장간을 만들어 놓고 열쇠 만드는 취미가 있었습니다.

 

마리 앙뜨와네뜨 12세 때

마리 앙뜨와네뜨 12세 때


말하기 쑥스러운 한 가지 비밀이 있습니다. 남편이 잠자리를 잘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시집간 지 7년 동안 자식이 없었습니다. 유럽에서 용하다는 점쟁이들을 다 불러서 굿도 해보고 별짓을 다 했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런 때에 조선에서 자신이 15대 왕이었다고 우기는 광해군이 찾아와 하는 말이 미아리를 가보라는 겁니다. 원래 이 사람을 제가 반신반의했던 것은 왕이라면 광해 왕이라고 해야지 왜 김군, 이군 하듯이 광해군이냐고 물었더니 속 시원히 답변하지 못하고 그냥 역사의 희생양이라고만 하기에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심정으로 친하게 지냈던 것입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궁정 집사를 미아리로 파견했는데 웬걸 미아리 점쟁이가 써준 사자성어(四字性語) 부적대로 했더니 바로 아이가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내리 4명을 낳았습니다. 부적 내용을 외부에 알리면 안 된다고 해서 입 꼭 다물고 있었는데 이제 수 백 년이 지났으니 시효도 끝난 것 같고 저와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천기 누설합니다. 부적에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女性上位”

 

(참고: 사실 루이 16세는 음경 포피가 귀두에 너무 찰싹 달라붙어 있어서 성행위를 할 때 고통이 심했다고 합니다. 지금 같으면 포경 수술로 간단히 해결했을 텐데 미아리까지 오고 난리를 쳤습니다. - 출처: 독일 작가 헬게 헤세가 쓴 “천 마디를 이긴 한 마디”에서)

 

시집 간지 5년 만에 루이 15세가 병으로 죽자 제 남편이 정식으로 왕에 올라 루이 16세가 되었고 저는 왕비가 되었습니다. 남편에게 한 가지 고마운 것은 다른 왕들과 달리 정부(情婦)를 두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답니다. 미아리 할머니가 남편에게도 써준 부적이 있었는데 원래는 한글로 “김치에 밥이 보약이다.” 이렇게 써준 것을 광해군이 여자 경험이 많아 이렇게 바꾸어 줬습니다. “한 화단에만 물을 줘라.”

 

왕실에 들어가 보니 국가 재정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선대 왕인 루이 14세부터 15세까지 너무 사치스럽고 호화 방탕한 궁중 생활로 이미 왕실의 재정이 바닥나고 적자 투성이었습니다. 빈 금고를 인계받았는데 사람들은 제가 호화스럽고 사치만 좋아해 국가 재정을 파탄 냈다고 소문이 돌았습니다. 사실 우리 부부는 선대 왕들보다 왕실 예산 10%만 사용했을 뿐인데 소문은 반대로 난 겁니다. 왕권을 노린 반대파의 모략입니다. 제가 왕실에 들어가 한 것이라고는 궁전 구석에 시골풍으로 가꾸어 놓고 자연을 즐긴 것뿐입니다. 저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를 좋아했습니다.

 

제가 사치를 좋아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원래 제가 한 미모 합니다. 희고 고운 피부와 탐스러운 머리, 늘씬한 체형을 가지고 있던 저는 사치를 안 해도 아름답게 보여 시기와 질투가 많았습니다. 모차르트가 저에게 반한 것만 봐도 이해하실 겁니다. 프랑스의 유행을 선도한다고 소문이 났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요즘도 그렇지만, 호화롭게 치장을 해도 천해 보이는 사람과 있는 옷 그냥 입어도 세련돼 보이는 그런 차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마리 앙뜨와네뜨 23세 때

마리 앙뜨와네뜨 23세 때

태양왕이라 불렸던 선대 왕인 루이 14세는 강력한 군대를 만들고 영토를 확장하였지만, 그에 따라 국고가 많이 손실되어 국가 재정이 나빠졌고 뒤를 이은 루이 15세 때는 오랫동안 전쟁을 많이 치러 재정이 더 나빠졌습니다. 게다가 왕의 측근인 성직자와 귀족들이 새롭게 형성된 재산가 즉 부르주와 계급과 갈등 때문에 이미 프랑스 내에는 혁명의 싹이 트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사람 좋고 온화한 성격의 내 남편 루이 16세는 헤쳐 나가기 어려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 적국에서 온 제가 표적이 되어 온갖 나쁜 말이 퍼져 나간 것입니다. 적국 오스트리아에서 온 여자가 왕실을 말아 먹는다고 프랑스 국민은 생각했던 것입니다. 마치 일본 여성이 한국의 왕실로 들어온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전쟁을 할 때 미국에 군사원조까지 함으로써 재정이 더 나빠졌습니다. 그러자 온갖 루머가 더 기승을 부리고 급기야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이 떠돌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는 말인데 사실 선대의 명예를 생각하여 지금까지 제가 누명을 쓰고 있었는데 이제는 말해야겠습니다. 이 말은 제가 한 것이 아니고 제 남편 할아버지인 루이 14세 부인이시고 저의 시할머니인 마리 테레즈가 한 말이었습니다.

 

이제 홀가분합니다. 한국인들은 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툭하면 빵만 거론하며 저를 오해했는데 이제 노스텔지어를 통해 속 시원히 말하고 나니 억울한 것이 많이 풀립니다. 노스텔지어, 고맙습니다. 내가 당신의 취향을 잘 알고 있지요. 흰 피부에 통통한 여자, 내가 원래는 늘씬한 체형이었는데 요즘 다이어트를 안 해서 통통해 졌으니 당신이 좋아할 겁니다. 내 옆자리 비워뒀습니다. 레테의 강을 건너거든 다른 곳 보지 말고 바로 오세요. 한 화단에만 물주라는 부적 잊지 마시고. 손도 잡아보지 못한 스웨덴 귀족 한스 악셀 폰 페르센 백작과 염문 때문에 곤혹을 치렀지만, 이제는 나도 떳떳하게 나의 명예를 회복시켜준 노스텔지어와 불타는 금요일을 보낼 겁니다.

 

제가 지금까지도 아쉬운 것은 남편 루이 16세와 함께 친정인 오스트리아로 도망가다 잡힌 것입니다. 남자들은 왜 자기 과시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남편이 지폐에다가 자기 얼굴만 집어넣지 않았어도 무사히 친정으로 탈출하여 단두대는 면했을 텐데 시골 농부가 지폐에서 본 얼굴과 똑같다고 혁명 군인에게 신고하는 바람에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억울합니다.

 

이제 글을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프랑스 혁명세력은 자신들의 합당한 명분을 쌓기 위하여 남편과 저를 희생양으로 삼았습니다. 박정희의 쿠데타 세력이 자유당 정권을 무능과 부정부패로 몰아갔듯이, 전두환 군부 세력이 사회의 혼란을 이유로 정권을 잡았듯이 지금도 모든 정권은 전임 정권의 잘못을 이용하여 자신의 정권을 확고히 하려고 합니다. 권력 싸움에 진 패자는 말이 없지만, 억울함은 풀어야 역사가 바로 쓰입니다.

 

한국에서는 지금 종북 좌파들이 저의 이름을 빌려 현 대통령이 국민과 불통하는 것을 꼬집기 위해 “말이 안통하네뜨”라고 한다지만, 여자는 자존심 빼면 아무것도 없어요. 국정원을 비롯한 정부기관이,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사는 공무원들이, 특정인을 위하여 선거에 개입했다고 인정하는 순간 현직 대통령은 정통성에 치명상을 입을 것이고 그 순간 레임덕으로 빠지기에 사과를 못 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 떠들지 마세요.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가 되면 법대로 하면 된다고 슬그머니 말하고 끝낼 것입니다. 한국인들 이여! 제발 이제는 마리 앙뜨와네뜨를 나쁜 의미로 사용하시지 말기를 바랍니다. 노스텔지어 고맙습니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
Je t’a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