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하여/노스텔지어의 글 (퍼온 글)

펌 - 모르는 게 약일까?

12.28.2013.

 

한국 정부가 국민에 대하여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합니다. 미국에 살면서 되도록 한국 정치에 관한 글을 쓰지 않으려 하지만, 꿀을 먹고 맛있는데 표현하지 못하고 참는 것처럼 힘이 듭니다. 그래서 여성들이 아는 얘기를 마음에 담아두지 못하고 남편한테 꾸중 들으면서도 이집저집 다니며 남 얘기하고 흉보고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상식을 함께 나누고 단 한 분이라도 공감한다면, 글 쓰는 보람이 있겠습니다. 제가 지금부터 지적하는 것들은 모두 한국과 미국 언론에 보도되었던 사실을 근거로 쓰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새로 신설될 노선인 ‘수서 발 KTX’ 자회사 설립에 대하여 철도노조와 민주노총이 KTX 노선을 민영화로 하려는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아니라고 하고 보수 언론 역시 정부와 같은 입장으로 정부 의견만 보도하고 있습니다. 숨은 내용을 보도하지 않으니 정부가 거짓말하는지조차 국민은 모릅니다. 국민이 아는 것은 단지 3시간 일하며 연봉 6,000만 원 받는 사람들의 밥그릇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수서 발 KTX 자회사 설립은 박 대통령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 정권(이명박 정권)의 부채를 인수했기에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노조와 민노총이 아무리 반대해도 밀고 나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도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국민의 반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솔직하게 민영화를 하겠다고 하니 국민이 반대해서 하지 못한 것이고 이번에는 민영화를 안 하겠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의 차이입니다. 이명박 정권 말기에는 대우에 넘기려다 들통 나는 바람에 접었습니다. 용감하다는 말에는 무식하다는 뜻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투자한 공기업(공공기관 포함) 숫자가 286개이고 빚이 많고 적자가 나는 공기업이 코레일만이 아닙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채는 142조 원이고, 한국전력의 부채는 102조 원입니다. 철도공사 부채는 17조 원입니다. ‘바케쓰’에 물 한 방울입니다. 조족지혈(鳥足之血)입니다. 그리고 공기업 구조조정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많은데 왜 하필 이 시점에 코레일의 자회사를 만들어야 하는지 의심해 본 사람은 정치 감각이 탁월하신 분입니다. 거기에 답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난 글에서 한.미 FTA 조항이 한국에 아주 불리한 조항이 많다고 자주 지적했습니다. 심지어 한국 측 협상 대표의 자질 문제도 거론했었습니다. (저의 지난 글 “27. 한국 외교 유감”을 꼭 다시 한 번 보십시오. 저의 글이 좀 깁니다. 근거와 논리가 있어야 하고, 읽기 쉬운 글은 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독자의 행복은 필자의 불행입니다.) 코레일의 자회사 설립은 2012년 3월 발효된 한.미 FTA 조약에 이미 민간에 철도시장을 개방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한.미 FTA 부속서 제12.4조 시장접근의 철도 운송 및 부수 서비스 분야의 유보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국철도공사만이 2005년 6월 30일 이전에 건설된 철도 노선의 철도 운송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하면 쉽습니다. 2005년 6월 30일 이후에 건설된 철도 노선은 반대로 민간에 개방한다는 말이기에 수서 발 KTX는 2009년에 시작된 것이므로 당연히 민간에 개방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설될 수서 KTX가 이용하게 될 고속철도는 70% 이상이 2005년 6월 30일 이전에 건설된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민간 자본이 수서 KTX를 운영하면서 코레일에 철도 사용료를 지급하면 됩니다. 지금도 KTX 매출의 31%를 정부에 내고 있습니다. KTX 고속철도 시설을 정부 자금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더 슬픈 것은 한국 외교를 보면 도대체 국가라고 하기에도 부끄럽습니다. 미국의 부통령이라는 사람이 한국의 대통령에게 “자고로 미국에 베팅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 베팅해서 잘된 나라 못 봤다”(It`s never been a good bet to bet against America)고 노골적으로 말했습니다.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지려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수사입니다. 한국 정부가 내 논 변명이 더 가관입니다. 통역의 실수라고 했습니다. 정치인의 언어는 정치적으로 통역해야 합니다. 한국 대통령은 영어를 잘한다고 소문났던데 굳이 통역이 필요할까요?

 

미국에서 Vice President는 Flat Tire가 아니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스페어타이어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슈퍼마켓에서 “Paper or Plastic?”하고 묻는 사람도 Vice President라고 합니다. 얼마나 한국을 우습게 알면 조폭도 아니고 사사로운 개인들끼리 쓰는 말을 대통령에게 함부로 하겠습니까? 하긴 그 사람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전시작전권(사실은 대한민국 국군통수권)을 맡긴 대한민국이 그렇게 우습게 알도록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 대통령을 “This Man”, “Easy Man”이라고 그들이 부르는 것이지요.

 

한국이 TPP에 가입하려고 하니 미국 정부가 지금은 안된다고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완전히 망신당한 겁니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 무엇인지 지난 저의 글을 꼭 읽어 보십시오. 글이 길어지기에 TPP에 대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이미 이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알고 2년 전 제가 쓴 글이 있습니다. (지난 글 “25. Autumn in New York, 미국이 가야 할 길(1)” 참고) 정말 부끄럽습니다. 웬디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지난 12월 12일 워싱턴에서 열린 TPP 세미나에서 한·미 FTA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게 있다며 한국이 TPP 참여하기 전에 해야 할 일 중 하나로 국영기업 문제를 꼽았습니다. 바로 철도 민영화를 해야 한국을 TPP 회원국으로 받아 주겠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이 철도 민영화는 없다고 거짓말해가며 수서 발 KTX 자회사를 만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결국, FTA와 TPP 때문에 수서 발 KTX 자회사를 설립하는 겁니다.

 

솔직하게 이런 사정을 국민에게 얘기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데 자신의 임기가 끝날 때쯤 수서 발 KTX는 운영을 시작하고 다음 정권이 어떻게 하든 관계가 없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처럼 다음 정부야 어떻게 되든 국가 부채만 잔뜩 불려 놓으니 다음 정권이 일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관계 장관들은 가만히 있으면 밥값만 축낸다고 할까 봐 궤변을 늘어놓습니다. 바로 경쟁체제를 만들어 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한심한 발상인지 한번 볼까요? 아시다시피 철도공사에서 흑자 나는 노선은 KTX가 유일합니다.

 

이 인간들은 고속철도를 고속도로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철도산업의 기본 특징은 자동차와 달리 열차운행이 도로가 아니라 선로에 종속되는 것입니다. 고속도로는 막히면 지방도로로도 가고 국도로도 우회할 수 있지만, 철도는 추월할 수도 빨리 갈 수도 없습니다. KTX의 첫 번째 장점은 비행장까지 가지 않고 가까운 역에서 탈 수 있고 빠르다는 것이 경쟁력입니다. 그런데 똑같은 철로를 사용하는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나 수서에서 출발하는 KTX는 속도에서 차이가 없기에 경쟁력이 없습니다. 수서 KTX가 아무리 속도 빠른 열차를 가졌다 해도 앞서 가는 서울역 KTX가 비켜주지 않으면 탈선해서 고속도로로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수서 발 KTX 신설은 또 하나의 강북과 강남을 분리하는 정책에 지나지 않습니다.

 

현재 서울.부산 간 KTX는 20개 차량을 달고 다닙니다. 기관사 1명, 팀장 1명, 여승무원 2명입니다. 승무원 2명이 한 사람당 10량을 담당합니다. 수서 발 KTX는 여기서 인원을 더 줄일 수 있을까요? 모든 승객이 셀프서비스하면 승무원 2명 줄이고 KTX를 자동으로 가게 하면 기관사 1명 줄이고 팀장 1명은 할 일이 없으니 집에서 쉬라고 하면 무인으로 운행할 수 있습니다.

 

가장 지출이 많은 것은 철로 사용료입니다. 두 회사 모두 철로 사용료를 같이 내야 하니 여기서도 경쟁력이 없습니다. 선로 유지보수도 선로가 겹치기에 철도시설공단에 맡기고 같게 비용을 내야 합니다. 차량정비도 철도공사가 함으로 비용이 똑같습니다. 역사도 철도공사에 사용료를 내야하고 티켓팅하는 컴퓨터 시스템이나 차량 간 정보 전달하는 정보 시스템도 모두 철도공사 소유기에 똑같이 비용을 내야 합니다.

 

저의 두 자리로 오늘 아침부터 어제저녁까지(저는 두 자리라 시간이 거꾸로 갑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경쟁으로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새로 신설될 회사의 사장 자리와 부사장, 이사, 감사 등 낙하산이 안전하게 내릴 자리와 코레일을 담당하는 국토해양부 퇴물 공무원들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 것이고 국회의원 낙선자의 권토중래(捲土重來) 소파가 마련된다는 것 외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중요하게 달라지는 것 하나 있습니다. 여승무원의 유니폼이 달라지겠지요. 그리고 운전 잘하는 수서 발 KTX 기관사는 서울역발 KTX를 충분히 추월할 것입니다. 아마 서울.부산을 1시간이면 가기에 충분히 경쟁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이렇게 합니다. 코레일뿐만이 아니라 모든 공기업의 사장을 민간 기업에서 능력이 검증된 전문 경영인들을 공개 모집하여 채용합니다. 남은 인생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봉사할 기회를 주는 겁니다. 그동안 기업 사주들에게 굽실거리며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 겁니다. 1년마다 평가합니다. 적자나는 공기업은 성과급이나 상여급을 일절 금지합니다. 선거 때 도와준 국회의원에서 떨어진 정치인들은(대통령이 빚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경영에 간섭할 수 없는 부사장이나 감사에 임명하면 됩니다. 그리고 승자 독식이 아닌 야당에도 일부 공기업 자리를 주어 정책 추진에 협조를 받는 겁니다. 이런 것을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얘기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지도자가 할 일입니다. 선거전에는 공기업 낙하산은 없다고 여러 번 강조하고 대통령이 되자 거의 모든 공기업의 대표를 재무제표, 대차대조표도 읽을 줄 모르는 전문 경영인이 아닌 자기 사람을 앉히니 상식 있는 국민에게 외면받는 겁니다.

 

대표적인 것이 인천공항공사입니다. 제 생각으로 진정으로 개혁해야 할 곳은 코레일이 아니라 인천공항공사입니다. 공항계의 노벨상이라는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ASQ)에서 인천공항이 8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인천공항공사의 실상을 국민들이 안다면 놀랄 겁니다. 여러분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떠나거나 입국할 때 대부분 인천공항을 이용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인천공항공사의 직원으로부터 서비스를 받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만나는 대부분 직원이 비정규직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인천공항공사에서 일하는 종업원 수가 6,900명이랍니다. 그중에서 정규직은 865명이고 비정규직은 6,000여 명입니다. 무려 87%가 비정규직입니다. 865명이 진골(眞骨)입니다. 이중에 성골(聖骨)이 14.5%로 125명이 억대 연봉자입니다. 비정규직 14년 차의 임금은 상여금을 포함해 월 249만 원이고, 세금을 떼면 210만 원입니다. 직장 생활 14년이라면, 사회생활의 반을 이곳에서 보냈다는 뜻입니다. 1년 차의 월급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깁니다.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ASQ) 검사 준비하는 기간에는 휴지는커녕 먼지 하나도 모두 닦아내야 한다고 합니다. 평가 기간에 청소 노동자에게 화장실에서 빵을 먹지 말라고 한답니다. 얼마나 고혈을 짜내고 근무환경이 열악하면 화장실에서 빵을 먹겠습니까? 군대 다녀오신 남자분들은 충분히 이해하실 것입니다. 제가 군 복무를 할 때 옆 부대에 수송부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검열준비를 할 때 보면 군 트럭의 바퀴를 구두약으로 발라 광을 내는 것을 보고 대한민국 군대가 얼마나 썩었는지 한심했습니다. 전쟁이 나면 언제든 몰고 나가야 할 자동차의 타이어를 물로 닦는 것도 모자라 구두약으로 칠하는 걸 보고 정말 씁쓸했습니다. 이렇기에 한국군이 자체적으로 전쟁을 치를 수 없어서 미국에 작전권을 주는 겁니다. 또 이런 지휘관들이 똥별 달고 전역한 후 공기업에 낙하산으로 들어가다 보니 이런 현상이 기업에서도 나타나는 겁니다.

 

오늘날 사기업의 비정규직이 큰 문제인데 하물며 국가가 투자한 공기업에서 차별적인 임금 체계를 두고 하인이나 머슴처럼 부리니 흑자가 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누가 이런 경영을 못 하겠습니까? 그들도 우리 국민인데, 8년 연속 1위였다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로 이어져 지금까지 온 것인데 대통령이 이런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면 주변에 간신만 있고 충신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빛 좋은 개살구입니다. 金樽美酒 千人血(금준미주 천인혈이요) 歌聲高處 怨聲高(가성고처 원성고라) 금잔의 맛 좋은 술은 만백성의 피요, 세계 최고 8년 연속 1위라는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도 높더라.

 

다시 코레일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한국보다 먼저 철도를 민영화한 나라를 보면 순서가 있습니다. 영국이나 일본도 민영화 하기 전 분사를 하여 자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은행 구조조정을 할 때 Good Bank와 Bad Bank로 나눕니다. 싱싱한 사과 상자 속에 썩은 사과를 섞어 팔면 사과 자체를 사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썩은 사과는 골라내서 싸게 팔고 싱싱한 사과는 제값 받고 파는 것과 같습니다. 코레일은 KTX를 제외하면 전 노선이 썩은 사과입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두면 민간에 팔리지 않습니다. 역설적으로 정부에서 수서 발 KTX 회사 신설이 민영화하기 위한 첫 단추가 아니라면 지금처럼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이론이 성립되는 것입니다. KTX는 11년 동안 운영하여 수익 나는 알짜 노선이라는 것이 입증됐습니다.

 

정부에서 국민을 설득한답시고 발표한 것을 보면 가관입니다. IMF 때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 못 차립니다. 한국 철도 시장은 좁기에 미국의 철도회사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미국은 땅이 넓어 일찍이 수송 수단이 속도 위주로 잘 발달했습니다. 사람의 이동 수단은 주로 비행기이기에 한국처럼 고속철이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6개의 대형 철도회사가 있습니다. Amtrak, BNSF Railway, CSX Transportation, Kansas City Southern Railway, Norfolk Southern Railway, Union Pacific Railroad 등입니다. 여기서 승객 위주의 회사는 Amtrak이고 나머지 모두 화물운송회사입니다.

 

재미난 사실은 전혀 철도 전문가가 아닌 버크셔 해서웨이를 소유한 세계 2위의 부자 워런 버핏이 BNSF(Burlington Northern Santa Fe) Railway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미국 자본의 생리를 몰라도 너무 모릅니다. 워런 버핏이 한국에 유일하게 100% 투자한 기업이 대구텍(TaeguTec Ltd.)입니다. 이스라엘 기업으로부터 샀습니다. 대구텍이 무슨회사냐하면 나이 드신 분들은 잘 아실 것입니다. 바로 대한중석이라는 공기업이었습니다. 1960년도 당시 대한민국 유일의 외화벌이 국영기업이자 회사의 수출액이 국가 전체 수출액의 60%까지 차지한 거대 기업이었습니다. 지금은 초경 절삭공구 및 관련 산업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정말 알짜 기업입니다. 대한중석 퇴물들은 강원도 정선에서 강원랜드라는 ‘Sin City”라고 왕궁을 만들어 놓고 한국 사람들을 지옥의 길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작품입니다.

 

IMF 이후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자본에 농락당했습니다. 저의 지난 글을 보시면 잘 나와 있습니다. 이들은 기업을 운영하여 종업원도 채용하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오로지 돈 버는 것이 목적이기에 일단 기업을 인수하면 구조조정을 통하여 종업원을 반으로 줄이고 알짜 재산을 다 팔아먹고 고액배당으로 투자액을 회수한 후 기업을 팔아먹고 유유히 떠납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한국 정부를 욕보입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하여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고도 한국에 세금 한 푼 내지 않으려고 소송을 했습니다. FTA에 있는 투자자 국가 소송 제도 즉, ISDS(Investor State Dispute Settlement)를 이용한 겁니다.

 

거대 자본이 국민을 어떻게 농락하는지 한 번 보십시오. 미국에서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공부하신 분들은 다 아는 내용입니다. LA는 원래 전차(Street Car)의 도시였습니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연평균 8,000만 명이 노면전차를 이용했습니다. 노면전차란 한국 서울의 1968년 이전의 전차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 철로가 있어 전차와 자동차가 함께 길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버스인데 전차처럼 외부의 전력으로 운행하는 것을 트롤리 버스라고 합니다.

 

지붕을 통해 외부 전력으로 운행하는 노면전차
지붕을 통해 외부 전력으로 운행하는 노면전차

 

Trolley Bus. 현재 샌 프란시스코에는 전차와 트롤리가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Trolley Bus. 현재 샌 프란시스코에는 전차와 트롤리가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1944년 제네럴 모터(GM)가 파이어스톤 타이어, 스탠다드 정유, 필립스 정유, 등과 합작하여 “National City Line”이라는 합작회사를 만들어 LA를 비롯한 미국 45개 도시에서 운영되던 100여 개의 전차회사를 사들인 후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하나씩 철수하고 결국에는 전차를 모두 철거하고 GM이 독점하는 버스로 대체합니다. LA에서 전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1961년입니다. 오일회사는 버스에 오일을 독점으로 공급하고 파이어스톤은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였습니다. 편리한 전차가 사라지고 30분에 하나 오는 버스가 불편하여 결국 주민들은 자동차를 사게 되니 GM은 호황을 누렸고 LA에 남은 선물은 교통지옥과 악명 높은 스모그만 남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GM의 전차 음모 이론’(General Motors Streetcar Conspiracy)입니다. 이 사건은 전 미국 전차 스캔들(Great American Streetcar Scandal)로 브랫포드 스넬이라는 특별 검사가 독점금지법(anti-trust) 위반으로 기소하지만, GM의 로비로 상원 청문회에서도 흐지부지로 끝나고 법원도 GM의 ‘드림팀’ 변호사들이 전차의 퇴출은 시대의 흐름이라고 주장하자 GM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샌 프란시스코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기에 지금도 전차가 운행 중이고 덕분에 태평양 바다에서 오는 안개는 있어도 LA처럼 스모그는 없습니다.

 

거대 자본의 힘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한국 공무원들 정신 차려야 합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못 입고 못 배운 것도 서러운데 다른 인종도 아니고 같은 민족으로부터 차별받고 화장실에서 빵을 먹어야 하는 이런 공기업을 세계 최고라고 추켜세우는 사회는 미래가 없습니다. 키에르 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 절망이라고 했습니다. 데카르트가 현재의 한국을 본다면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나는 절망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을 것입니다.

 

이제 정리합니다. 우리 속담에 서로 상충하는 말이 있습니다. “모르는 게 약이다”와 “아는 게 힘이다”입니다. 이 말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객관성이냐 주관성이냐에 따라 이해 상충이 풀립니다. 이것이 내일이라고 내가 주체라면, 아는 것이 힘일 것입니다. 반면, 이것은 내일이 아니고 남의 일 즉, 제3자의 입장인 객체라면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습니다.

 

공화 정치와 민주주의의 시작점이 바로 이 조그만 인식에서 시작됩니다. 투표할 때는 국민들이 내가 대통령 될 것도 아니고 내일이 아니니 기권도 하고 생각 없이 고향 사람에게 투표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잘못하면 내일처럼 비판하고 언쟁을 벌입니다. 모순입니다. 투표할 때 이 한 표는 소중한 나의 권리이고 나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일이기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투표해야 합니다. 모든 일의 결과는 소극적 참여냐 적극적 참여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모르는 게 약일까요? 아는 게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