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하여/노스텔지어의 글 (퍼온 글)

2014년 미국경제 전망

1.12.2014.


2008년부터 5년 동안 자금을 푸는 양적완화라는 영양제를 맞으며 회복되고 있는 미국경제가 서서히 자력으로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를 전망할 수 있으면 세계경제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경제 수치는 최대한 배제하고 미국 경제를 이끄는 사람들의 정책 위주로 분석해 봅니다. 이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미국 경제는 Fed(연방준비제도 이사회. FRB이라고도 함)가 이끌어 감으로 Fed 의장의 경제 정책에 따라 많이 달라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Fed 의장의 경제 정책 성향을 분석해 보면 답이 나옵니다. 그래서 월가에서는 누가 새로운 의장이 될지 주목합니다. 물론 로비도 엄청납니다. 일찌감치 백악관 내부에서 차기 의장으로 내정되었던 래리 서머스(Lawrence Henry Summers. 60세)가 집권 민주당의 반대로 낙마했습니다. 그는 클린턴 때부터 재무부 장관과 경제 자문을 하다 부시 때 하버드 대학 총장으로 있다가 다시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경제회의(NEC) 의장을 했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그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Lawrence Henry Summers

Lawrence Henry Summers


미국 경제를 이끄는 3개의 큰 축이 있는데 백악관의 국가경제회의(NEC)와 Fed, 그리고 경제자문위원회(CEA)입니다. 오바마는 CEA 위원장에 제이슨 퍼먼(Jason Furman) 미 국가경제회의(NEC) 수석 부의장을 임명했습니다. 돌고 도는 인사이기에 오바마의 경제 정책이 크게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친구 입김이 대단히 셉니다. 오바마의 상징인 의료보험을 밀어붙였고 세금정책과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 재정절벽 대처방안, 의회와의 예산 교섭 등에서도 자문하고 자동차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중고차 현금보상 제도, 주택관리 지원프로그램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경제 전문성에 전략까지 겸비했습니다. 벤 버냉키 현 의장이 연임하는데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연히 이번 새로운 의장 선임에도 영향을 미쳤겠지요. 오바마 행정부 경제 정책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인사임이 분명합니다. 


이렇게 숨은 실력자는 언론에 모습을 잘 나타내지 않습니다. 나타나는 순간 반대파들로부터 표적이 되기 때문입니다. 오바마의 대통령 후보 때부터 경제 가정교사였습니다. 대선 당시 이라크 전쟁이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판세는 베트남전 참전군인 출신인 공화당 후보인 존 매케인 당시 상원의원에게 유리한 쪽으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때 퍼먼은 “부자 증세·서민 감세”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전략은 먹혀들었고 대선 이슈가 안보에서 경제로 여론을 바꾸는 데 성공했습니다. 


훌륭한 참모가 많아야 나라가 잘 돌아갑니다. 정치는 모르고 공작에만 밝은 늙은 환관을 둔 대통령은 불행합니다. 이 친구 나이가 44세입니다. 별은 홀로 빛나지 않습니다. 장미가 아름다운 것은 안개꽃이 뒤에서 감싸주기 때문입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월간 실업률과 일자리 창출 실적 등 고용 상황을 포함해 각종 경제 지표를 대통령에게 브리핑하는 자리로 내각 구성원에 속해 미 상원 인준을 받아야 합니다.


Jason Furman

Jason Furman


새해 2월부터는 새로운 의장으로 재닛 옐런(Janet Louise Yellen. 68세)이 선출되었습니다. 이 분도 대단한 사람이지만 거의 동색입니다. 벤 버냉키는 부시 사람이었고 위에서 언급한 래리 서머스와 재닛 옐런은 클린턴과 오바마 사람이지만, 세 사람이 모두 정책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게다가 새로 의장이 된 재닛은 실업률에 아주 민감합니다. Fed의 전임자나 후임자 모두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제학자들이기에 미국 경제 정책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Fed의 목표는 실업률이 6.5%로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2%가 상한선입니다. 경제 수치가 여기에 다다르면 본격적인 출구 전략이 시행됩니다. 양적 완화정책을 중단하고 현재 제로 금리를 인상할 것입니다. 실업률은 11월 2013년 현재 6.7%입니다. 인플레이션은 11월 2013년 현재 1.24%입니다.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인 인플레이션 현황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인 인플레이션 현황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들 모두가 한 스승의 제자라는 사실입니다. 스탠리 피셔(Stanley Fischer. 71세)가 이들의 스승입니다. 이분 대단합니다. 제자들이 세계 경제를 쥐고 있고 본인 자신도 이번에 Fed 부의장에 임명되었습니다. 아프리카 잠비아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국적을 가지고 있고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를 두 번이나 역임했습니다. MIT에서 벤 버냉키 현 Fed 의장,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장관과 이번 Fed 의장 경쟁에서 진 래리 서머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실력 있는 제자를 둔 사람입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그 승에 그 제자가 나온다고 이 사람의 스승은 세계적인 경제 석학인 폴 새뮤엘슨 교수입니다. 물론 우려스러운 면도 없지 않습니다. 지성의 근친교배인 인브리딩(Inbreeding)현상으로 순혈주의나 자기 학맥에만 얽매여 안이하게 선후배 간, 스승 제자 간 밀어주고 당겨주는 것을 염려하는 것입니다. 


Stanley Fischer

Stanley Fischer


새로운 의장으로 임명된 재닛 옐런은 경제학자로, 버클리 교수이자 현재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부의장입니다. 버냉키 의장을 압박하여 사실상 양적 완화 정책을 주도했습니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가 남편입니다. 래리 서머스가 공화당 쪽인 월가와 가깝지만, 옐런은 진보의 아이콘이라고 할 만합니다. 역대 모든 대통령은 달러가치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빚으로 살아가는 나라인데 미국 달러로 발행되는 약속어음인 국채를 다른 나라가 사주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제로 금리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니 가장 큰 채권자인 중국이 불평하는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옐런은 달러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미국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쪽입니다.


옐런은 케인스주의자입니다.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쪽입니다. “시장은 항상 옳다”는 말에 선뜻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는 “시장이 늘 옳지는 않았다”며 “법규가 시장에 이바지한 것도 많다”고 말해 왔습니다. “손을 보이게 하겠다.”는 뜻입니다. 적극적 시장 개입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통화 정책도 변화가 있으리라 예고합니다. 달러 가치는 인플레이션 억제만으로 안정되지 않는다며 튼튼한 경제와 건전한 금융 시스템 등이 달러 가치의 바탕이라고 믿습니다. 물가안정보다 일자리 창출(성장)을 중시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유입니다.


옐런의 등장은 미국 경제 한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레이건의 등장으로 뒷방에 앉아있던 케인스주의자들의 등장입니다. “V-G 패러다임” 시대가 끝났다는 신호입니다. V-G란 폴 볼커 전 Fed 의장이 80년대 초반 선제 금리정책을 써서 인위적으로 경기침체를 유발하여 인플레이션을 잡았습니다. 다음 주자인 그린스펀은 볼커가 제압한 인플레이션을 선제 금리정책으로 길들여 나갔습니다. 금리 하나로 19년 동안 미국 경제를 이끌어 온 것입니다. 물론 중국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 덕분에 주가와 집값이 오르며 자산소득 경제 시대가 만개했습니다. 월가는 그를 거장으로 칭송했지만, 거품은 터졌고 끝내 파국을 맞았습니다. 한 세대 30년이 끝나고 새로운 경제 시대가 온 것입니다.


Janet Louise Yellen

Janet Louise Yellen


옐런의 가장 큰 과제는 버냉키가 양적 완화로 풀어놓은 3조 5050억 달러(약 4,000조 원)를 회수해야 하는데 미국 경제 회복 속도가 더디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 달 부터 매달 850억 달러(85조 원)씩 풀던 것을 100억 달러 줄여 750억 달러만 풀겠다고 했습니다. 이른바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입니다. Tapering은 송곳처럼 점점 끝이 가늘어진다는 뜻이므로 돈을 푸는 양적 완화를 축소한다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영양제 주사를 포도당에 섞어 맞는데 1분에 60방울 떨어지던 것을 45방울로 줄인다는 말입니다.


전문가들은 옐런이 테이퍼링으로 15방울 줄이다가 서서히 살아나던 경제가 다시 주춤해 질까 봐 은행에 지급하던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한 0.25%의 이자도 중지할지 모른다고 예측했습니다. 물론 옐런은 부인했습니다. 초과지급준비금이란 은행이 법정지급준비금으로 보통 10%를 Fed에 예치하는데 2008년 이후 은행의 스트레스가 많아지자(신용하락) Fed가 법정준비금을 초과한 금액을 받아주기 시작했습니다. 그 합계가 지금 2조 5천억 달러(약 3,000조 원)가 되는데 이자가 0.25%입니다. 금액이 크기에 이율이 낮아도 은행은 엄청난 이자 수익을 챙기는 것입니다. 이것을 0%로 이자를 지급하지 않으면 은행은 수익성이 없으므로 Fed에 예치하지 않고 대출 등으로 시중에 자금을 풀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은행은 수입이 줄게 되므로 고객들에게 수수료를 추가로 요구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지금은 미국인이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체킹 어카운트(Checking Account. 당좌거래)를 일정 금액 유지하면 월 수수료 없이 거래하지만, 앞으로는 월 밸런스 합계와 무관하게 무조건 은행에 저금했다는 죄로 벌금(수수료)을 물어야 하는 경우가 올지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옐런이 이렇게 신중하기에 한국같이 달러가 많이 들어간 신흥국들은 걱정을 많이 줄인 것입니다. 미국이 양적 완화를 멈추고 이자율을 올리면 신흥국에 투자됐던 달러 자금이 집을 찾아 미국으로 돌아가면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미국의 양적 완화축소를 걱정할 게 아니라 개인 빚과 국가 빚을 빨리 해결해야 합니다. 한국이 아마도 2008년 미국 전철을 밟지 않을까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가계부채 1,000조 원 대부분이 집을 사는데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입니다. 이것을 원금은 전혀 갚지 않고 거치 기간 동안 이자만 냅니다. 거치 기간이 끝나면 또 연장하여 이자만 내도록 합니다. 원금을 값을 길은 오로지 부동산 값이 상승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부동산 거품을 조장합니다. 심지어 빚내서 집 사라고 합니다. 집을 사면서 집을 담보로 빌린 돈이 1,000조 원이란 뜻이고 여기에는 전세자금의 빚이 포함되지 않은 것입니다. 전세자금 역시 내주어야 할 부채입니다.


집을 살 때 50%~60%는 은행에서 담보 대출로 받고 나머지는 전세를 놓아 심지어 자기 돈 한 푼 없이 아파트 산 사람 많습니다. 이러한 전세자금이 500조 원에서 600조 원이라니 이것을 또 가계 빚에 포함하면 상상을 초월합니다. 현재 70%가 원금은 갚지 못하고 이자만 내고 있다고 합니다. 심각합니다. 미국은 정신 차려 저축률이 한국을 앞섰습니다. 한국은 빚 갚느라 저축은 생각도 못 합니다. 개인 가처분소득(실소득) 대비 개인 부문 가계부채 비율 추이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은 2008년 133.7%에서 지난해 말까지 107.3% 수준까지 내렸는데 한국은 145.7%에서 163.8%로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심히 걱정됩니다.


미국의 집값은 상승곡선을 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유를 알아야 두 번 실수하지 않습니다. 미국 집값 상승 요인은 실수요자가 아니고 투자회사가 불을 붙이고 여기에 편승한 투기세력 즉 현금을 들고 온 중국 졸부들입니다. 미국의 대규모 사모펀드(私募 Fund. Private Equity Firm. PEF)인 Blackstone은 부동산 투자 전문 펀드입니다. 사모펀드는 공개적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공모펀드(公募 Fund)의 반대 개념으로 돈 많은 사람끼리 돈을 모아 몰래 투자하는 것입니다. 현재 부동산에 투자한 자금이 자그마치 69 Billion(70조 원)입니다. 투자해 놓고 발표하지요. 자신들이 투자한 상품의 가격을 올리기 위함입니다. 블랙스톤이 2012년부터 50억 달러(5조 원)가 넘는 돈을 투자하여 주택을 30,000여 채가 넘게 사들였으며 콜로니캐피탈 역시 10억 달러가 넘는 돈으로 10,000여 채를 샀습니다. 여기에 소문이 나자 중국 왕 서방들이 비단 보따리에 현금 싸들고 와 마구 샀습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통계 따르면, 현금 구매 비율이 전체 구매의 약 32%로 나타나는 걸로 보면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자가 집값을 선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수요자는 현금으로 사지 못합니다.


블랙스톤은 꿩 먹고 알 먹는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2008년 이후 은행들은 개인 융자를 피하고 있고 개인들은 수입이 줄어 집 살 여력이 없어 렌트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그래서 블랙스톤은 사들인 집을 렌트로 바꾸어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투자회사이기에 언제든 목표 수익이 되면 처분합니다. 집값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런 대형 투자회사가 개입하였기에 불과 1~2년 만에 집값이 급등한 것입니다. 오동잎 하나 떨어졌는데 가을이 왔다고 언론에서 나팔을 불어도 아직 미국 경제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Fed는 잘 알기에 신중한 것입니다.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에서 천문학적인 자금인 4천조 원을 풀었는데 인플레이션이 1%대입니다. 달러 자금이 이머징 마켓인 신흥국으로 투자되었기에 미국 시장에는 풀리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오직 미국에 풀린 자금은 월가에 투자되어 주식 값만 올렸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이 출구 전략으로 자금 푸는 것을 중지하고 금리를 올리게 되면 집 나갔던 달러가 돌아오게 되고 한국을 비롯한 신흥 선진국들은 외환위기를 겪게 될까 봐 걱정하는 것입니다.


내 논에 물을 대려면 내 논보다 위에 있는 논의 물꼬를 이용해야 하고 내 논에 물이 넘치면 아래 논이 혜택을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문제는 경제가 자연의 법칙을 반드시 따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은 반드시 위에서 아래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고 미국은 여차하면 강력한 펌프로 아래로 흘렀던 물을 빨아올릴 힘이 있는 경제 대국입니다. 개인적으로 2014년 미국 경제는 성장이 주춤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Fed 100년 역사상 첫 여성 의장이 된 그를 월가에서는 매보다 날카로운 비둘기라고 합니다. 통화 전문가들은 “달러 신전(Fed)의 첫 여사제”라고 합니다. 애초 돈의 신전의 주인은 여성(모네타)이었답니다. 로마의 여신 모네타(Moneta)에서 머니(Money)란 말이 나온 까닭입니다. 역사적 회귀일까요? 이런 신화를 한국남자들은 잘 알았기에 돈 벌어 아내에게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