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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역이민(역거주)에 꼭 필요한 정보모음

한국에서 중고차 구입 경험

(2012년 11월 10일에 작성한 글)

 

(아래 '산다람쥐'님의 자동차 통관에 대한 질문을 보고 제 경험이 참고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억을 2년 전으로 되돌려 보았습니다.)


2010년 11월 말에 제주에 와서 살 집을 구한 다음, 할 일은 자동차 구입이었다. 처음부터 새 차를 구입할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은 마음 속에 1, 5, 10년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애초부터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었기에, 최악의 경우에는 1년 만에 돌아갈 생각도 없지 않았고, 5년이나 늦어도 10후 쯤에는 아이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돌아갈 계획을 꿍꿍이로 갖고 있었다.


제주의 중고차 딜러 몇 곳을 돌아보다가 얻은 정보는, 서울에서 사서 갖고 오는 것이 최소 50만원 정도 싸다는 것이었다. 또 정확히 얼마라는 기억은 없지만, 4~5년 된 중고차도 예상보다 턱없이 비쌌던 것으로 생각난다. 가진 것은 시간 밖에 없었고, 겁(?)을 잔뜩 집어 먹고 지출은 최소로 하고 싶었던 때라, 12월 초에 중고차를 사러 서울로 올라간 것은 당연했다. 부천의 여동생 집에 머무르며, 인터넷의 중고차 매매시장도 검색해보고, 교차로 같은 무가지에서 중고차 매매코너도 열심히 들여다 보다 적당한 가격대의 물건을 보면 열심히 메모를 하거나 형광펜으로 칠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연락을 해보면 거의 딜러가 올린 광고나 미끼이었다. 광고에서 본 물건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무조건 어디로 찾아오라고 한다. 가서 만나면 대부분 사고전력이 있어서 좋은 물건이 아니라는 둥, 아니면 이미 팔렸다는 둥 다른 이야기를 하며 훨씬 비싼 가격대의 차량을 보여준다. 간혹가다 개인이 올린 광고도 있긴 있었지만, 연락도 늦고 만나는 것도 매우 불편했다.


부천의 송내 전철역 근방에 있는 중고 자동차 시장은 정말 컸다. 딜러만도 수 백 개도 넘었고, 아주 큰 5층 건물 전체가 딜러와 자동차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세차부터 정비, 성능확인서, 융자, 보험까지 한 장소에서 모든 것이 원스톱 서비스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모델도 많았고, 미국에서 흔히 보는 모델도 있었다. 그러나 하나같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가격대이었다. 예를 들어, 아들놈 12학년 때 사주었던 두 살 짜리 소나타가 보통 천 오백만 원을 넘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미국 eBay에서 옥션으로 8천 몇 백 불 주었었다.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에 어이가 없어서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전세를 구할 생각이었다가, 듣던 것과 상황이 너무 달라 집을 구매한 덕분에 정착자금으로 예상했던 예산을 크게 오버한 상태이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모닝이라는 경차이었다. 천 cc 짜리니까 연비가 좋을 것이고, 개스값이 비싼 한국에서 적당할 것이고, 두 식구 밖에 없으니 문제될 것도 없었다. 2년된 중고차를 8백만원에 구입했다. 2년 된 차 치고는 4만 킬로나 뛴 차량이었지만, 지겨워서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천 cc 이하인 경차는 세금도 싸고 주차료도 일반차량의 절반이라고 했다.


그렇게 구입한 차를 인천연안부두에서 배로 부쳤고, 나는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서 다음날 제주항에서 차를 찾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타고 다닌다. 공인연비 18Km/L인 그 차는, 실제로 타보니 13Km도 채 안 나온다. 개스값이 무서워서 헐값에 넘기고 온 혼다 오딧세이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겠지만, 천 cc 짜리 차가 3천 5백 cc 차보다도 연비가 못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 차는 공식연비대로 갤런당 22마일이 나오지 않았던가!


지난 10월 30일, KBS에서 방영한 '시사기획 창; 급발진, 그들은 알고있다.'편을 보면 기막힌 사실이 나온다.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로 크게 부서진 현대 소렌토를 천 삼십만 원에 구입해서 수리한 뒤에, 아는 사람에게 2천만 원을 더 받고 판다. 자동차 딜러는 부모형제에게도 거짓말을 한다는 말을 미국에서 들었는데, 한국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잦은 폭우로 인해 침수된 차들이 중고차 시장에 대량으로 들어온다는 보도도 있다. 사고로 폐차된 차들을 보험회사로부터 헐값에 인수해서 수리해서 되파는 딜러들도 심심찮게 뉴스에 오르내린다.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요약을 하면 이렇다.


1. 인터넷으로 중고자동차 시세를 알아보셨다면, 그 가격을 믿지 마시기 바랍니다. 절대 살 수 없는 가격입니다.


2. 한국차량은 연비가 예상보다 훨씬 나쁩니다.


3. 능력이 되시면 가급적 새 차를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4. 한국에서 중고차를 구입할 계획이고, 5년이 넘고 2천 cc 이하인 차량을 가지셨다면 가져오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5. FTA 체결로 관세가 어떻게 변했는지 인터넷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이상 2년 전의 제 경험을 말씀드렸습니다. 주관적인 생각이니 참고만 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제가 타고 다니는 모닝이라는 차입니다. 새차 가격은 천 2백만 원 대라고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