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에 썼던 글을 옮깁니다.)
어른들이 나이가 들어 기억이 없다, 눈이 안 보인다고 말하면
속으로 코웃음 쳤었단다.
기억이 없긴 왜 없어, 지들 머리가 나빠서 그렇지……
어른들이 공부도 때가 있단다 하고 말하면,
속으로 코웃음 쳤었단다.
공부에 무슨 때가 있어, 아무 때나 하면 되지……
어른들이 잠을 못 잔다고 말하면,
속으로 코웃음 쳤었단다.
아무 때나 잠들고 싶을 때 잠자면 되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어른들이 한 소리 또 하고 또 하면,
속으로 코웃음 쳤었단다.
어이구 지겨워…… 언제나 저런 소리 안 들을까.
이제 내 나이 오십이 넘어,
그 옛날 그 어른들의 나이가 나도 되었구나.
내게도 기억이 없어지고, 눈이 안 보이는 그런 때가 왔구나.
그런 것들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때가 내게도 왔구나.
공부가 하고 싶어도 못하는 나이,
잠자리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는 나이,
해놓고도 잊어버려 한 이야기 또 하는 나이,
정작 해야 할 이야기는 생각이 나지 않아 못 하는 나이,
어느새 나도 그런 나이가 되었구나.
아주 오래 전 이야기란다.
대학 친구 하나가 졸업하고 바로 결혼을 해서 아들을 낳고 첫돌이 되어,
돌잔치에 간 적이 있었다.
그 아이가 자라서 소위 서울대에서도 제일 힘들다는 법대에 갔다더구나.
내 친구는 자기 아들 자랑을 얼마나 하던지……
그러나 그 친구는 자기 아들이 2학년이 되던 해,
일본의 한 호텔 화장실에서 아침에 죽은 채로 발견이 되었다.
삼X전X에 이사로 있었는데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일하다가
출장가서 과로로 인한 돌연사를 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 아들이 오늘 결혼을 한다는 메일을 받았다.
7x학번 OO대 XX과 동문 여러분 !!!
졸업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여년이 지났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나 보네.
우리들 결혼한다고 서로 연락하던 시절, 아이들 돌잔치한다고 연락하던 때, 부모님 상을 당해 연락하더니,
이제 그 아이들이 자라서 대학도 가고, 군대도 가고, 그리고 결혼도 한다니..
친구아들 결혼한다는 안내메일을 작성하면서 참 세월이 벌써 이렇게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보다 먼저 하늘나라에 간 고 엄OO 동문의 장남 엄OO군이 장가를 간다고 합니다.
바쁘겠지만 시간들 내서 많이 참석해 주기 바랍니다. 아빠에게 좋은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 바랍니다.
- 일시 : 2005년 5월 XX일(토) 오전 OO시
- 장소 : OO터미널예식장 첨부화일 참조
7x학번 OO대 XX공학과 동문회
7X 학번 동문회 총무 아무개
사랑하는 아이들아,
그깟 공부 조금 잘하는 것이 무슨 대수라고 너희들에게 강요를 했는지……
특히 너희들에게 화를 낸 것에 대해서는 많이 반성하고 있다.
너희들은 이 다음에 아빠처럼 나쁜 아빠가 되지 말고,
나 보다 훨씬 더 좋은 부모가 되기 바란다.
용서하고 이해를 잘하는 어른이 되고
화내지 말고 강요하지 않는 너그러운 어른이 되거라……
오늘 아침에 이 메일을 받고 많은 것을 생각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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