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에서 사는 이야기

잡담한설(雜談閑說) - 12

윈도우 10


개인용 컴퓨터를 사용한지가 어느덧 30년 가까이 되었다. XT, AT, 386, 486을 거쳐 펜티엄으로 이어지는 PC의 하드웨어 역사에 DOS, Window 3.0, 95, 98, 밀레니엄, XP, 윈도우7에서 10까지 OS도 변신을 거듭해왔다. 내게 친숙한 환경은 현직에 있으면서 다루었던 XP까지다. 레이오프 되고 한국으로 돌아와 윈도우7이 나온 후에도 한동안 XP를 사용하다가 윈도우7으로 바꾼 것이 작년 초였는데, 지난주에 다시 10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그동안 업계의 부침도 놀라웠다. 공룡처럼 군림하던 IBM이라는 절대강자가,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신생기업에 1위 자리를 내준 후에,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면서 구글과 애플이 IT 업계의 새로운 지존이 되었으니 '상전벽해'라는 단어도 이 정도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이 모든 게 불과 30년 사이에 일어난 일로, 앞으로 다가올 30년이 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현역에서 물러난 사람으로서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작년 말에 구입한 노트북에는 윈도우10을 설치했으나, 환경이 낯설고 불편해서 거의 사용하지 않고 손과 눈에 익숙한 데스크탑 컴퓨터만 쓰다가 업그레이드한 후에야 뭣이 좋아졌는지 본격적으로 들여다보았다.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더 이상 PC환경을 고집하지 않고, 스마트폰과의 통합을 위한 앱 환경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아이폰을 쓰지 않아서 아이폰은 모르겠지만) 안드로이드 폰을 쓰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익숙해질 수 있었다.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기존에 자주 사용하는 설정(Control Panel)이나 나처럼 깔아놓은 프로그램이 많을 경우 필요한 프로그램을 찾아 여는 것이 쉽지 않아서, 마우스를 여러 번 사용하는 것이 번거롭고 어느 곳을 클릭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해결책은 단축키(Shortcut)였다. 그 단축키 요약을 파일로 만들어 첨부했다. 나이 든 분들은 외우기에 다소 힘들더라도 프린트해서 컴퓨터 옆에 비치해놓고 자주 들여다보면서 단축키를 익혀둔다면 윈도우10을 사용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운동과 건강


내 기억이 맞는다면 조깅에 관한 기사를 처음 접한 것은, 1970대 중반 무렵 대학에 다닐 때 신문에 난 해외토픽 기사였다. 당시에 넉 장, 여덟 페이지짜리 신문에는 세 번째 페이지에 해외토픽이라는 제목으로 몇 개의 기사가 간단하게 실렸었다.


“괜히 왜 뛰지? 미친놈들 아냐? 뛰는 게 건강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쓸데없이 뛴다는 거야! 할 일도 더럽게 없는 놈들이네!” 조깅에 관한 기사를 본 첫 소감이었다. 지난 글에서 이미 밝힌 적이 있지만, 그 더럽게 할 일 없는 놈(?)들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달리기를 시작한 것이 1987년 1월 1일이었으니까 벌써 30년이 되었다.


처음 시작한 결정적 원인은 편도선이었다. 생전 처음 부은 편도선은 물 한 모금 삼키기 힘들 정도의 고통이었다. 체질이 변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고 운동으로 체질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꾸준히 했던 것은 물론 아니다. 6개월 이상 중단한 적도 있었으니 한두 달씩 거른 것은 셀 수도 없을 거다. 그렇게 귀찮아 하면서도 계속 이어온 것은 효과 때문이었다. 운동을 꾸준히 했을 때는 감기나 몸살 같은 잔병치레가 확실히 없었다. 송파구 방이동에 살 때 만났던 동네 약사도 한몫했다.


오늘 아침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낸 것은, ‘송훈’님과 ‘david’님의 게시글 때문이다. 몸이 약하거나 건강에 자신이 없는 분들은 평소 건강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조심하는 탓에 건강을 크게 잃지는 않는다. 당뇨나 고혈압, 뇌졸증 같은 치명적인 병에 걸린 분들로부터 듣는 말은 대개 비슷하다. 평소에 잔병치레도 없이 아주 건강해서, 건강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건강에는 겸손만 있을 뿐, 자신이란 있을 수 없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그렇다. 한번 건강을 잃으면 회복이 힘들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칠 수가 없다. 50대가 넘으면 날씬한 사람도 아랫배가 볼록해지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하고, 혈당과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이런 것들은 생활습관에서 오는 증상이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난 후에 약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그 전에 절제와 운동을 통해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날이 더워져서 열대야가 시작되면 새벽이라도 운동하기가 쉽지 않다. 오늘도 새벽 5시 20분에 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서너 분의 노인들이 지팡이에 의지하거나 불편해 보이는 부자연스런 몸짓으로 여명이 트기 전의 어둠 속에서 초등학교 운동장 트랙을 걷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뛰기에는 기온이 높았지만 티셔츠를 벗어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처음으로 상의를 벌거벗은 채 뛰었다. 노인들이 나를 보고 미친놈이라고 중얼거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는 운동도 쉬어야 한다.


뛰면서 딸아이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아빠, 그래도 주중에 이틀, 주말 이틀을 이용하면 한 주에 4일은 운동하는 셈이 돼요. 일어나기 싫어 죽겠는데 그래도 운동하고 나면, 해냈다는 성취감도 느껴지고 기분이 너무 상쾌해지거든. 그래서 새벽 4시에 억지로 일어나는 거야. 오빠(남편)하고 같이 가니까 서로 의지가 되서 좋아. 오빠는 25파운드나 빠졌어!”


그래, 내 딸 잘하고 있구나!


영화 '내부자들'


작년 말 무렵에 개봉한 ‘내부자들’이라는 영화가 최근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나향욱이라는 교육부 고위 공무원이 대중을 ‘개·돼지’에 비유한 것이 뉴스에 오르면서 시작됐던 것이, 진경준 현직 지검장과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리가 불거지고, 삼성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까지 언론에 공개되면서, 개봉된 지 1년도 안 된 영화가 실제 한국사회에 벌어지는 추악한 현실의 예고편이라도 되는 듯했기 때문이다.


나만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영화에서 섹스파티를 주관하고 언론과 여당 대선후보를 좌지우지하는 ‘미래자동차’의 오현수 회장은 삼성의 이건희 회장을, 조국일보는 조선일보를, 조국일보의 이강희(백윤식 분) 주필은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으로, 영화 속의 청와대 민정수석은 우병우로, 또 다른 영화 속의 인물인 서울지검 부장검사는 진경준으로, 영화를 보는 동안 오버랩되었던 사람이.


물론 디테일에서는 차이가 많다. 영화에는 나향욱 같은 인물은 없고, 현실에서도 안상구(이병헌 분) 같은 깡패나 우장훈(조승우 분) 같은 평검사는 없다.


단지, 영화 속에서 드러내고자 했던 정치, 재벌, 언론의 유착구조, 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려는 권모술수, 결정적 증거나 나오기 전까지는 무조건 잡아떼고 거짓말을 일삼는 가진 자들의 위선과 모략 같은 것들이, 최근에 연이어 터져 나오는 뉴스들과 어찌나 그렇게 닮았는지, 영화는 힘없는 보통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충분하다.


덕분에 어제는 봤던 영화를 다운로드해서 다시 보았다.


◀ 영화 내부자들. 작년에 개봉된 영화에 편집된 부분을 추가한 감독판 오리지널 버전으로 고화질입니다.


그런데 '내부자들'이라는 영화제목을 'Inside Men'이라고 번역했는데 좀 이상해보입니다. 'Whistle blowers'라고 해야 하지 않나요?











<후기>

1982년생의 사위가 키가 큰데도 뚱뚱해보여 3년 전 미국을 떠나오면서 다음에 만날 때는 좀 날씬해지라고 충고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다음에 만나게 되면 내게 자랑을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아이는 못 만드는지·…


윈도우7이나 8을 사용하는 분들은 이번 달까지 10으로 무상 업그레이드하실 수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편리한 점이 많아졌으니 업그레이드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첨부한 파일은 첫 두 페이지만 익숙해져도 됩니다. 외우시기 힘드시면 프린트해서 옆에 두시고 자주 사용하시거나, 설명된 단축키들을 실행하며 숙지하면 ‘컴도사’ 소리를 들을 수도있을 겁니다.

'한국에서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강과 단식(최종 결과편)  (0) 2016.08.03
도서관에서 펼쳐보는 상상의 나래  (0) 2016.07.31
건강과 단식 (마지막 편)  (0) 2016.07.22
건강과 단식 (10)  (0) 2016.07.19
건강과 단식 (9)  (0) 2016.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