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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는 이야기

건강과 단식 (마지막 편)

체중이론


의학이 발달하고 건강정보가 일반화되면서 과거에 상식이라고 일컬어지던 지식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알게 되었다. 혈압에 대한 최초로 접한 상식은 ‘적정혈압=나이+90’이었다. 지금은 나이에 상관없이 120에 80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화된 상식이다.


체중도 그랬다. 자신의 신장(cm)에서 90을 빼면 적정 체중(Kg)이라는 근거 없는 이론(?)이 회자되었다. 지금은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상식이 되었다. - 물론 이 이론에도 논란은 많다. 서양인에게 맞는지는 몰라도 동양인에게는 적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한국인의 경우 나이가 들면 과체중보다는 저체충이 더 위험하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그 이유가 미용이 되었든, 건강이 되었든 간에 체중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세상이 된 것은 틀림없다. 어쨌거나 BMI가 25를 확실히 넘는 나는, 서양인의 기준으로 보면 ‘과체중’이고 한국인의 기준에서 보면 ‘경도비만’이다.(참고자료 보기) 매일 같이 쏟아지는 언론과 매스컴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는 몰라도, 뚱뚱한 분들을 보면 게으르거나 건강에 태만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살이 찌는 원인을 분석한 과학적 주장도 많지만, 대표적인 이론은 두 가지다. 첫째는 단순한 수학적 ‘Input과 Output’논리다. Input보다 Output이 크면 체중이 줄고, 반대면 살이 찐다는 것으로 성인 남자가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인 2,500kcal보다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면 남는 9kcal마다 1g의 지방이 체내에 축적된다는 것인데, 너무 단순하고 분명해서 반박할 여지가 별로 없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이론의 신봉자들이다.


다음은 ‘Set Point’이론이다. 실내의 온도조절기를 세팅해 놓으면 자동으로 냉난방이 가동되는 것처럼, 인체가 적정체중을 세팅해놓고 그것보다 체중이 적어지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넘으면 늘리는 자동시스템이 작동한다는 거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붙거나,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사람들은 이 경우다. 요요현상도 이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내가 오랫동안 잘 알고 지냈던 B형의 경우가 그랬다. 대식가에다가 술을 좋아하며 몸을 움직이기 싫어해서 걷는 것조차 귀찮아 하는 사람이지만, 항상 'Slim'한 몸매를 유지하며 잔병치레도 없었다. 조상으로부터 훌륭한 체질을 물려받은 탓이 분명하다. 내 경우는 지난 30년간 변함없이 80Kg(180lb)를 유지해왔다. 무절제한 생활로 3~4Kg 쪘다가도 평소로 돌아가면 며칠 후에 다시 80Kg으로 돌아갔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급작스런 체중감소나 증가만 없다면 체중은 별 문제가 없다고 믿는다. 다만, 복부비만은 다르다. 특히 인슐린의 저항이 약한 동양인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2차 회복식 2일~5일


미음이나 죽을 먹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반 공기라도 밥을 먹으면서도 첫날은 확실히 허기를 느끼지 못했으나, 다음날이 되자 식사 사이마다 공복감이 심하게 느껴졌다. 운동은 평소와 같이 새벽에 체조를 하고 운동장에 가서 20바퀴를 뛰었으며 돌아오는 길에는, 마을회관에 설치된 운동기구에서 두어 가지 운동을 했다.


회복식 이틀째인 나흘 만에 변이 나왔다. 정상적인 변으로 양은 아주 적었으나 아침과 오후에 두 번 보았다. 다음날은 아침에만 변을 봤다. 이상한 것은 체중이 1킬로 가까이 늘었다는 것이다. 평소 식사의 절반만 먹는데도 체중이 는다는 것이 신기했다.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식사 사이에 느끼는 공복감 외에는 불편하거나 힘든 일은 없었다. 허기가 심할 때는 땅콩을 하나씩 까서 천천히 씹어서 삼켰다. 


사흘째는 변의 양이 약간 많아졌고 나흘째부터는 평상시와 같은 양의 정상적인 변을 보았다. 나흘째는 운동을 쉬었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하늘은 청명하고 운동하기에 좋은 날이었으나, 일주일에 5일이 목표이므로 하루 건너 뛰기로 했다. 반공기로 시작한 식사는 날이 지나면서 조금씩 많아져서 마지막 날에는 밥공기의 3분의 2를 채웠으며, 작은 참외 하나를 간식으로 먹었다.


마지막 날에는 평소와 같이 운동하는데도 힘들지 않았고, 식간 중에 느끼는 허기도 거의 사라졌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었는데, 단식의 영향인지는 모르지만 혈뇨가 나왔다. 내 기억에 혈뇨를 봤던 일은 없었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회복식 중간 어느 순간부터 소변보는 횟수가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적어졌고 지금까지도그렇게 이어졌다. 병원에 가볼까 생각했으나 저녁부터 멈추어서 그만 두었다.


▼ 제주에는 마을마다 이런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지만, 이용하는 주민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공원에는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앞으로의 계획


어제로 18일간의 마루타(?)로서의 단식일정은 모두 끝났다. 3일간의 예비단식, 5일간의 본단식과 1,2차 회복식 과정이 합쳐서 15일이었다. 남은 것은 보름이나 한 달간의 식이요법이다. 식이요법이라고 해봤자 별건 아니고, 고기나 우유, 계란 같은 동물성 단백질과 과자나 빵을 금지하는 정도다. 물론 술이나 커피도 해당된다.


신선한 과일이나 야채 위주의 식사를 한 후에 병원에 들려 피검사를 다시 할 예정이다. 내 관심사는 ‘공복혈당’과 ‘HDL·LDL 콜레스테롤’ 수치의 변화다. 그 수치가 좋은 쪽으로 변했다면 단식의 효과가 있다는 증명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전혀 쓸데없는 수고와 시간낭비였던 셈이다.


그리고 효과가 입증되면 1주일에 하루 24시간 금식하는 '건헐적 단식'을 계속해 나가려고 한다.


<후기>

20일쯤 후에 결과보고가 아직 남았습니다만, 이로써 스스로 마루타가 되었던 이번 시리즈를 마칩니다. 단식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따라할 수 있도록, 그때 그때 기분이나 대·소변 등 단식 중에 발생하는 모든 생리현상이나 어려움을 가급적 자세히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경험한 단식은 인터넷에서 흔히 접하는 내용처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견디지 못할 만큼 어렵지도 않았습니다. 분명한 것은 직장생활이나 다른 일을 하면서 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한다면 5일이 아니라 3일 단식이나, 포도단식 같이 무얼 먹으면서 해야 하겠죠.


무엇이 되었든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습득한 후에 하는 것이 좋겠고, 그게 힘들다면 단식원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방법일 겁니다. 이 글이 어느 한 분에게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시간과 노력을 들인 보람을 느끼겠습니다.


모든 회원 분들이 건강한 노후를 지내시기를 염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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