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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는 이야기

건강과 단식 (8)

단식 중의 몸의 변화


가장 바람직한 변화는 아랫배가 홀쭉해졌다는 것이다. 내장지방이 빠져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샤워 후에 거울에 비친 몸매가 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홀쭉해졌다고 해서 들어갔다거나 일자로 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 나오는 정도로 변해서 전과 같이 아주 보기 싫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단식을 끝내고 음식에 대한 절제를 하지 못해 폭식하게 되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겠다.


그것과 비례해서 현재까지 체중은 5킬로 이상이 빠졌다. 이것 또한 술을 마시게 되면 언제 다시 되돌아갈지 알 수 없다. 그리고 가래와 코가 줄었다. 1989년 담배를 끊은 것도 기관지가 나쁜 게 가장 큰 원인일 정도로 가래와 코가 많았는데, 평소의 반 이하로 현저하게 줄어서 기분이 상쾌했다. 이명복 박사의 ‘팔상체질 건강론’에 의하면 태음인은 간이 비대하고 건강한 편이지만 폐가 작고 약해서 기관지 쪽이 문제라는데, 전형적인 태음인인 내가 그런 것 아닌가 한다. 참고로 한국인은 인구의 40%가 태음인이라고 한다.


솔직히 가래와 코는 알러지 비염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담배를 끊고 나서는 시커먼 색의 가래가 하얗게 변했고 많이 줄기는 했지만 생활하기에 여전히 불편하고 추잡했다. 심지어 요즘도 자다가 가래가 끓어 깨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이것만 없어져도 이번 단식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겠다.


단식 중 어려움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단지 내 경험에 근거했다. 예비단식 3일 동안 첫날에 식사량을 반으로 줄이고, 죽으로 이틀 지낸 후에 본단식 이틀까지는 별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새벽 조깅도 그대로 했고 평상시처럼 지내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3일째부터 나타난 하복부 통증도 처음에는 아주 미약해서 허기인지 아픔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4일째는 분명 허기가 아닌 아픔이었다. 왜 그랬을까? 구충제 하나 더 먹어야했는데 그게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예비단식 때 죽 양을 더 줄여야했는데 덜 줄였을 수도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찬물을 마신 탓이 가장 컷을 거라고 생각된다. 따뜻한 물을 마실 것을 권했는데 한여름 더위에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마신 것이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감잎차를 사놓고도 보다 완벽한 단식을 위해서 일부러 본단식 기간 중에는 마시지 않았다. 회복식 중에 사용하려고 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배아픔 다음으로는 탈진이었다. 특히 본단식 4일째와 5일째가 심했다. 누구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할 수 있다고 인터넷에 경험담을 올렸으나, 내 생각에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본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것도 힘이 들었고 TV를 보는 것조차 귀찮았다. 앉아있기도 버거워서 거의 누워서 지냈다.


허기도 심했다. 배에서는 계속 ‘꼬르륵’ 소리가 나서 배가 아픈 건지, 고픈 건지 헷갈렸다. 약간의 열도 있었으며, 트림과 방귀가 간혹 나왔다. 빈도는 트림이 보다 자주 나왔다. 아, 지금 생각나는 것이 있다. 본단식 3일째 오전에만 화장실을 너덧 번을 갔다. 계속 설사가 나왔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일을 보고 나면 식은땀이 났고, 항문 주위가 쓰려서 샤워 후에 연고를 발라야했다.


참, 배가 아파서 새벽에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던 날 발견한 내용을 아래에 옮긴다.


단식 중에 배가 몹시 아픈 경우가 있다. 대부분 단식 전의 준비과정에 잘못이 있었기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감식량이 불규칙했을 때, 기생충이 남아 있을 때, 유착된 대 소장 및 내장이 정상화될 때, 수축에 의하여 장이 자리바꿈을 할 때, 춥다고 해서 뜨거운 음식물을 섭취했을 때, 숙변이 이동할 때 등 여러 가지 경우에 복통이 오게 된다. 이 경우에도 복부에 된장찜질을 매일 해주고 5대 운동요법을 잘 실행하면 무리 없이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단식 전의 감식과정이나 다른 준비사항이 잘 지켜지면 큰 탈이 없다.


1차 회복식 1일차


1차 회복식 5일은 미음으로 시작해서 죽으로 끝나며 하루에 점심 저녁 두 끼만 권장된다. 첫날은 커피 잔으로 미음 반잔으로 시작해서 저녁에 한 잔을 먹으면 된다. 내게는 커피 잔이라는 말이 애매했다. 옛날 다방에서 사용하던 커피 잔을 말하는지, 내가 평소에 마시는 머그를 뜻하는지.


미음은 풀보다는 묽고 쌀뜨물보다는 진한 정도였다. 정오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11시에 미음을 먹었다. 두 모금이면 끝날 미음을 천천히 10분 이상을 씹어서 삼켰다. 그 전까지 아프던 배가 미음을 먹은 후에는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리고 감잎차를 여러 번 마셨으며 더 이상 찬 물을 마시지 않았다. 냉장고에서 꺼내 한참 두었다가 마셨다.


저녁을 먹고 난 후에는 아랫배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전날 거의 못잔 탓에 8시 조금 넘어 잠들었을 때는, 무시할 정도의 통증이 약간 왔을 뿐이었다.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더 심하게 났고, 아픔보다는 허기가 심하게 느껴졌다. 중간에 화장실 가느라 깨긴 했으나 9시간이나 취침할 수 있었다.


▼ 미음이다. 어제 첫 날은 이것의 3분의 1정도의 양으로 시작했다. 오른쪽 잔은 평소에 사용하는 커피 잔으로 감잎차 티백을 넣고 수시로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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