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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는 이야기

건강과 단식 (9)

질병과 단식


50대 이후 세대라면 어릴 때, 이질, 장질부사, 천연두나 콜레라 같은 병을 들어보거나 심지어 앓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게는 열 살도 되기 전에 이질에 걸려 며칠 동안 피똥을 싸며 죽다 살아난 경험이 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생기는 병이다. 질병은 의학적으로 감염질환과 면역질환으로 나뉜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감염질환이 인간에게 고통을 주었으나, 현대의학이 발전한 선진사회에서는 면역체계 이상으로 오는 질병으로 고통을 받는다. (제 글 '감염질환과 면역질환' 참조)


▼ 지난 50년간 영국에서의 감염질환과 면역질환의 발생비율



면역질환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라는 것이 정설이다. 현대의학의 산물인 항생제 남용과 음식물 과다 섭취로 인한 영양과잉이다. 두 가지의 공통점은 '과(過)하다'는 점이고, 다른 점은 전자는 무책임한 의료인들 탓이며 후자는 본인이 원인이라는 차이가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을 찾는다면 두 가지 다 장(腸)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남용한 항생제는 장에서 활동하는 유익균까지 죽이고, 과잉섭취된 음식물은 장에 찌꺼기를 남겨 독소를 배출함으로써 건강을 해친다.


▼ 이 결과로 생길 수 있는 면역질환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 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건강에 대한 지식도 차고 넘친다. 이 글 시리즈의 도입부에 언급했듯이 다른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치료가 자신에게도 그럴 거라고 믿는 것은 잘못이다. 단, 건강에 참고는 될 수 있다.(출처보기)



따라서 단식은 이렇게 '넘친다(過)'는 것에 대한 반대개념일 수 있다. 오랜 동안 넘쳐왔고 지나쳤던 것을 일시적으로나마 잠시 비움으로써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질병을 단식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단식은 보통 20일 이상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 단식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질환들: 만성위장병, 신장염, 심혈관계 장애, 갱년기 장애, 당뇨병, 비만증, 만성피부병, 류머티스 관절염, 알레르기성 질환, 신경증, 천식, 불면증, 두통 등 (출처보기)


1차 회복식 2일차


풀죽보다 못한 미음도 음식이라고 아침에 생기가 돌았다. 그 덕분에 체조와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사흘만이었다. 샤워를 하고 컴퓨터 앞에 1시간 이상 앉아 있어도 힘든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유일한 문제는 허기가 심하다는 것이었다. 단식 중에도 느껴보지 못한 허기가 엄습했다. 아마 단식 중에는 제산완화제인 마그밀을 먹었기 때문에 허기를 못 느낄 수도 있었으리라.


그것도 음식이라고 약간의 변도 봤다. 이것도 마그밀 탓이겠지만, 설사가 아니고 고형물질이 섞여 있었다. 식사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미음이었다. 양만 두 배로 많아진 미음에 죽염을 섞어서 20분이 넘도록 아주 천천히 씹어서 삼켰다. 그리고 수시로 감잎차를 마셨다. 이 날은 컴퓨터를 하거나 TV, 독서 등 무엇이든 괜찮았다. 심지어 전날 택배로 받은 유무선 공유기를 새로 설치하기도 했다.


문제는 밤이었는데, 얼마나 허기가 심한지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몇 시간이나 잤을까.


1차 회복식 3일차


어제와 같이 체조만 했다. 아침에 본 변은 어제보다 양은 많았고 모양도 평상시와 비슷했다. 미음 밖에 먹은 게 없는데도 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인체의 신비감이 느껴졌다. 식사가 달라졌다. 미음에서 죽으로 바뀐 것이다. 미음의 쌀 냄새도 구수했으니, 죽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게다가 물과 배추만 넣고 끓인 된장국이지만 반찬도 주어졌다. 배추조각을 입에 넣고 건더기가 없어질 때까지 씹어서 삼켰다. 20분이 넘게 먹고난 후에는 '진수성찬(?)'을 먹고난 듯한 포만감과 함께 만족한 트림이 깊숙한 곳으로부터 나왔다.


소화기관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표시겠지만, 죽을 먹고나서 2시간도 안 돼 심한 공복감이 찾아왔다. 장에서는 음식물을 더 넣어달라는 표시인 듯, '꼬르륵' 소리가 계속해서 났다. 감잎차를 마셔도 별 효과가 없었다. 단식이 인내와의 싸움이라면, 회복식은 허기와의 투쟁이었다.


체중은 1Kg이 더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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