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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는 이야기

건강과 단식 (6)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


과체중인 나는 어떻게 하면 체중을 줄일지에 항상 관심이 있어서 나름 열심히 운동을 했지만 체중에는 그다지 효과보지 못했다. 단지, 운동의 효과는 몸의 근육으로 나타났다. 그러다가 3년 전 우연히 본 SBS 스페셜 ‘끼니 반란’ 3부작은 – 1편 ‘Stay hungry, stay healthy’, 2편 ‘간헐적 단식’, 3편 ‘끼니 반란 그 후’ -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간헐적 단식의 요점은, 인체는 20시간 이상 공복을 유지하면 인슐린 수치가 떨어져서 지방을 분해한다는 것이다. 인슐린은 24시간 이후에는 같은 레벨을 유지하기 때문에 그 이상 공복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따라서 저녁을 먹고 다음날 아침과 점심 두 끼를 건너 뛰면 24시간 동안 굶는 효과가 있다.


이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은 일주일에 한두 번 시행으로 남은 시간에는 마음껏 먹고 마시며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 내용이 그럴 듯해서 곧바로 따라해 보았다. 화요일 아침과 점심을 거르고 물만 마셨다. 배는 고프지만 참을 만했다. 아침과 점심을 거른 채 한라산을 올랐는데 이때는 무척 힘들었다. 체중은 80킬로를 밑돌았고 최대로 빠졌을 때는 75킬로도 기록했다. 그러나 사람을 만난다거나 술자리에서 잘못된 한 번의 과식으로 빠졌던 체중은 금방 원상으로 돌아왔다.


반년을 넘게 하다가 유치원 차량을 운전하게 되면서 그만 두었고 그 후에는 까맣게 잊고 살았다.


단식의 논리


「1주간의 단식은 피를 정화하고 2주간의 단식은 뼈를 정화하며, 3주간의 단식은 마음을 정화한다.」 - 이슬람교의 창시자 모하메드.


모든 종교의 공통점은 단식의 실천을 권장한다는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금식을, 이슬람교에서는 라마단이 있고, 불교와 힌두교에서도 수행하는 동안 단식을 실천한다. 단식을 하면 독소가 배출(Detox)되고 장이 깨끗해지며 두뇌가 맑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단식은 신(神)에게 가까이 가는 방법일 수도 있다고 믿었을지 모를 일이다.


이민 가기 전에 단학선원에서 ‘단전호흡’을 한 적이 있다. 수련 중에 기마자세를 취하고 양팔을 앞으로 쪽 내민 자세를 5분에서 10분간 취하며 호흡을 하는데, 얼마나 힘든지 팔과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이마에서는 땀이 뚝뚝 떨어졌다. 예쁘장하게 생긴 처녀가 사범이었는데, 막대기를 들고 돌아다니며 “어른이 그깟 5분도 못 참아요? 그러고도 어른이라고 할 수 있어요!”라는 말로 독려하며 수련생 사이를 돌아다녔다.


역시 ‘믿거나 말거나(?)’지만, 당시 사범의 설명은 이랬다. “사람이 운동해서 땀이 나는 것은 몸속의 영양분을 연소해서 열이 나기 때문이지만,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자세에서도 땀이 나는 것은 몸의 나쁜 기운을 태워 열이 나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수련을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수련을 통해서 급수가 올라갈수록 취하는 자세는 점점 어려워졌다. 한발로 서서 다른 한발을 서있는 발의 무릎에 대고 양손은 합장하는 자세를 취하는 수련생도 보았었다.


단식의 효과도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섭취하는 영양분이 없으니까 체내의 뭐든 연소해야 신진대사를 해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그것이 근육이든, 내장지방이든, 혈액 속의 혈전과 같은 나쁜 기운이든 간에.


이번에 인터넷으로 단식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것은, 단식 그 자체보다 회복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체를 건축물에 비유하면, 단식은 건축물을 허무는 것이고 회복식은 허문 자리에 다시 건축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단식의 핵심은 회복식에 있으며, 회복식을 통해 장기의 기능이 새롭게 회복되는 것이 바로 단식의 목적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회복식의 성공이 단식의 성공이기 때문에 단식보다 회복식이 중요하다고 한다. 회복식의 성공은 무조건 양을 적게 시작해서 인내를 갖고 서서히 늘려가는 것에 있다. 그래서 회복식은 단식 기간의 두 배 이상을 권고한다.


본단식 3일째


가장 힘들다는 3일째를 맞았다. 전날이 너무 힘들어 운동을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독일과 프랑스의 준결승을 보고나서, 이왕 하는 단식에 효과를 보려면 운동 대신 걷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절물 휴양림’으로 차를 몰았다.


세 시간이 넘게 걸리는 숲길도 있지만 자신이 없어서 쉬운 길을 택해서 걸었다. 3킬로 코스로 마루를 깔아 걷기에 편했으나 오르막에서는 다소 힘이 들었다. 집에서 화장실을 들렸는데도, 걷기 시작하자 또 다시 배변감이 왔다. 배가 고픈 건지 아픈 건지 구분하기가 힘들 정도로 아랫배에 작은 통증이 왔다. 참을 만해서 그냥 한 시간을 걸었다.


화장실을 찾아 변을 보았는데, 마치 소변을 항문으로 보는 느낌이 들었다. 하긴 먹은 게 물뿐이니 나오는 것도 그럴 수밖에. 건강한 사람의 경우 섭취한 음식물은 72시간 내에 몸 밖으로 배출된다고 하니까, 몸속에 남아있는 음식물은 없을 것 같았다. 변기 속의 색은 옅은 똥색이 대부분이었다.


오후에는 아랫배가 불쾌하게 아팠다. 음식물이 없어진 장에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화되고 있다고 믿으며 굳이 좋은 쪽으로 해석했다. 하기는 세상에 나와서 이토록 오래 음식을 넣어보지 않기는 처음 아닌가.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것도 힘들어 한 시간 이상 의자에 있지 못했고 침대에 누워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물은 2리터 이상 마신 것 같고, 죽염을 티스푼으로 약간 떠서 두 번 삼켰다. 밤에는 배가 아파 잠들기가 힘들었으며, 마그밀 먹는 것은 오늘까지만 이다.


가장 힘들다는 3일째를 넘겼으니 내일부터는 좀 쉽지 않을까. 하루가 이토록 긴 줄 새삼 느꼈다.


▼ 해발 400미터에 위치한 절물 자연 휴양림. 숲속에 이렇게 마루가 깔려 걷기에 편하다.


이곳을 찾은 이유 중에 하나가 이 약수터다. 마시는 생수로 이 약수를 생각했다. 가운데 두 줄기로 떨어지는 약수물이 보인다.


▼ 지그재그로 이렇게 걷는 코스로 3킬로가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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