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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는 이야기

건강과 단식 (4)

단식의 효과


뉴저지에서의 일이다. 한 번은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려 골프를 치는데, 알러지 때문에 재채기가 심하게 났다. 그것을 본 동반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저도 알러지가 무척 심해서 봄에는 바깥출입을 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약은 물론이고 별의별짓을 다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누가 굶어보라고 해서 증세가 심할 때 굶었더니, 증세가 많이 호전되는 겁니다. 그래서 증세가 심해지면 이삼 일 물만 마시고 굶습니다. 그러면 훨씬 좋아집니다.”


처음 본 사람이라 자세히 묻지는 못했으나, 단식이 효과가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단식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뉴스나 기사, 다큐, 또는 단식을 경험한 사람이 있으면 관심을 갖고 보게 된 이유는 또 있었다.


이십 수 년 전, 관리자 교육 과정에서 강사에게 들었던 내용은 이랬다. 서울대 경제과를 졸업한 강사는 ROTC로 임관해 소대장으로 월남전에 참전했는데 돌아와서 아무 원인 없이 온몸에 고통을 느꼈다고 했다.


- 내 여동생이 의사예요. 오죽하면 여동생에게 욕을 했습니다. 온몸이 이렇게 아픈데 원인도 못 찾는 네 년이 무슨 의사냐고! 관절마다 끊어질 듯 아파고 두통이 심해서 잠을 이룰 수도 없고, 식사를 할 수가 없었어요. 만사가 힘들고 귀찮아서 자살만 생각했어요.


- 고엽제가 뭔지도 몰랐으니까요. 월남에서 정글을 수색하다가 목마르면 철모로 도랑물을 떠서 그냥 마셨거든요. 고엽제를 그냥 마신 겁니다. 그 지역은 미군이 비행기로 3개월 전에 고엽제를 뿌려 정글을 없애버린 곳인데, 열대지방인 월남은 민둥산도 몇 개월만 지나면 다시 정글로 뒤덮입니다.


- 80년대 들어 고엽제가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때부터 독학으로 의학과 화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단식입니다. 저는 아침 6시부터 정오까지만 식사를 합니다. 하루 24시간 중 18시간을 단식합니다.


월악산에서 만난 할머니를 비롯한 이런 분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단식이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대의학에서는 단식을 추천하거나 권장하지 않는다. 생리와 신진대사에 영양이 필요하다고 믿는 의학에서 단식은 과학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단식에 관심이 많았으나 포도단식에 실패한 경험이 있기도 하지만,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하는 단식에는 자신이 없었다. 저녁에 와인이나 위스키 한잔의 유혹도 한몫했다. 새벽이나 휴일에 열심히 뛰는 것으로 대신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알러지가 많이 호전되기도 했지만, 병원가기가 쉬워져 단식에 대한 관심은 사라졌다.


단식의 종류


이전 글에서 소개한 포도단식부터 단식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현재 내가 도전하는 단식은 물만 마시는 생수단식으로 가장 어렵고, 효소를 먹으며 하는 효소단식, 육류만 먹는 황제단식도 있다. 이런 단식에 관심이 있으면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소개할 필요는 없다.


유료로 운영되는 단식원에서는 주로 생수단식과 효소단식을 하고 있다. 특히 효소단식은 사용하는 효소의 종류도 많고 단식원 마다 특징이 있어서 소개가 힘들고 인터넷에서 전화번호를 찾아 직접 단식원에 전화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도단식은 읽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자료만 첨부한다. (자료 1-1, 자료 1-2, 자료 1-3, 자료 2) 재밌는 것은 고기단식으로 알려진 황제단식 또는 황제 다이어트다. 사람에게 필요한 5대 영양소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로 알려져 있으며, 이중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것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다. 황제단식은 탄수화물은 일절 배제한 채, 단백질 위주로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1972년 미국 의사 애킨스가 자신의 저서에 소개한 식이요법으로 이 논리의 과학적 배경은, 필수영양소인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그 부족 때문에 살이 빠진다는 것이다. 굶주리는 고통을 피할 수 있는 장점으로, 육류가 저렴한 미국에서는 시도할 만하다. 관심이 있으면 ‘황제다이어트’로 검색하면 된다.


본단식


예비단식 3일째 날, 죽 반 공기와 미역무침과 깻잎, 나물로 세끼 식사를 하고 본단식을 시작했다. 물과 소금 외에는 아무 것도 섭취하지 않는 과정이다. 단식은 3일째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총 5일의 본단식 중에 첫 3일은 5정의 마그밀을 매일 입안에서 물과 함께 녹여 먹는다.


첫날 아침에 설사가 나왔다. 새벽에 한 시간 운동하고 오후에 다시 한 시간 넘게 숲 속을 걸었다. 30℃가 훨씬 넘는 기온 때문에 더워서 걷기만 하는데도 땀이 줄줄 흘렀다. 새벽운동과 오후를 합치면 8~9㎞는 족히 걸었다. 단식 중에 걷고 운동하는 목적은 근육의 감소를 줄이는데 있다. 음식물이 없으니 근육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걷는 중에 배변감이 왔다. 기상하자마자 변을 보면 오후에는 좀처럼 화장실을 가지 않는 버릇이라 이상했다. 숲속이기도 했으나 심하지도 않고 참을 만해서 그냥 걸었다. 집에 와서 변기에 앉았으나 나올듯 말듯 느낌만 있었다. 먹은 게 없으니 나올 것이 없겠지만, 마그밀 때문에 그러는 것으로 생각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나온 것은 액체와 가스뿐이었다. 액체의 양은 적지 않았다. 나중에 들여다본 변기에는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녹색을 띠고 있었다. 대장에 낀 숙변이 물과 마그밀에 씻겨 나온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것은 다음날 새벽에 또 있었다. 액체의 양은 첫 번에 비해 적었다.


그리고 트림이 가끔 나왔다. 먹은 음식도 없는데 나오는 트림이 좀 이상했다. 허기는 그런대로 견딜 만했다. 허기가 몹시 느껴질 때마다 마그밀을 삼켰다. 오전이 더 심했고 오후에는 약간 덜 한다는 느낌이었다. 아주 나른하고 힘이 없을 때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 눈을 감고 음악을 들었다.


이제 4일 남았다. 그러나 본단식보다 보식하는 과정이 더 힘들고 중요하다고 한다.


▼ 아래는 인터넷에서 본 것을 나름대로 약간 수정해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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