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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나은 세상을 위하여

올바른 비판

비난이나 비판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으나, 그것이 사실에 근거하고 정당한 논리에 입각한다면 두려워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오히려 환영하고 싶다. 사사로운 개인감정으로 흠집 내려는 작위적 의도가 아니라면, 관심과 애정이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


“DJ가 IT 인프라에 과감하게 투자하여 IMF를 극복한 것 아닙니까?” 

얼마 전의 일이다. 즐겨듣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한 출연자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순간 사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출연자들은 사실이 아닌 내용인데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맞장구쳤다. IT 기반시설에 무모하게(?) 투자한 것은 DJ가 아니라 YS 시절이었으며, 내가 알고 있는 사실에 근거해서 이 말을 정확하게 바꾸면 이렇게 된다.


“YS의 문민정부 시절 무분별하게 IT 인프라에 투자하는 바람에 IMF를 초래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그런데 DJ 국민의 정부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잘 활용하여 IMF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YS가 대통령이었을 때 한국을 떠났으니 모르는 사실이 있을지 몰라, 옛 동료들과 한라산을 오르면서 물어보았지만, 내 생각과 다르지 않은 대답이 돌아왔다.


“DJ가 한 게 뭐 있어? YS 정부시절에 다한 것 아냐?”


당시 IT 회사에서 케이블 방송, 인터넷과 이동통신 관련 업무에 종사했던 동료들이다. 고속 인터넷의 기반시설인 동축케이블과 광케이블은 문민정부에서 대부분 건설되었다. 실무진이었던 우리들은 도로 위를 지나다닐 차량(인터넷 콘텐츠)도 없는데 고속도로(전송로)만 시설하는 과잉투자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었다. (관련 글 보기)


DJ 정부에서는 기왕 설치된 고속도로(인터넷 망)에 자동차와 운전수(콘텐츠) 일자리를 창출했고, 이는 IMF를 극복하는 주요 동력이 되었다. 고속도로인 인터넷 망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사실이 아닌 사실을 사실처럼 말하는 것을 듣고, 사실을 모르는 젊은이들은 사실로 받아들일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집권여당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역시 그러면 그렇지!’하고 반색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집권여당 지지자들이 방송을 들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은 정확한 사실을 알고 있다면 야당 측 인사들을 거짓을 일삼으며 억지주장을 한다며 싸잡아 매도할 것이다.


좋은 약은 입에 쓸지라도 세상을 보다 좋게 만드는 동력은 비판이라는 연료로부터 얻어진다고 믿는다. 단, 어떤 비판이든 사실에 기초해야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아무리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싫어도 사실에 반하는 비판은 역효과만 나고, 분열과 갈등만 조장할 뿐이다. 아무리 진보정치를 찬성하더라도 없는 사실로 DJ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찬양만 하는 것이 잘하는 일은 아니다.


굳이 정치적으로 분류하자고 하면 나는 확실히 진보 성향을 가졌지만 모든 면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은 매우 보수적이다. 다만, 세상이 지금보다 좋아지기 위해서는 변화가 옳다고 믿을 뿐이다. 인간은 누구나 단점이 있고 살면서 잘못을 저지른다. 완전한 존재가 아닌 이상 그렇다는 거다. 신이 아닌 사람이 실수가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 실수를 인정하는 용기와 잘못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인간의 존재를 아름답게 만들 뿐이다.


불운하게 DJ와 노무현 정부 때 한국에 있지 않았던 탓인지는 몰라도 내게는 그 시대의 잘못도 적지 않게 보인다.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로부터 비난을 받는다 해도 개인적인 생각을 피력해 본다. 민주화와 남북통일에 대한 DJ의 앞선 사상과 헌신적 노력은 존경하지만, 그분에게도 문제점은 여럿 보인다. 아무리 그 뜻이 숭고했다하더라도, 북한의 김정일에게 수억 달러의 불법자금을 건넨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것을 통치행위로 얼버무린 것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어떤 것도 공개적으로 밝히고 합법적으로 승인받는 것이 옳았다. 불법을 통치행위라며 인정해버린다면, 대통령이 저지르는 어떤 불법도 용인해야한다는 논리가 된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면 공산주의자의 그것과 다를 것이 무언가.


DJ의 비서실장에 불과한 박지원 씨가 죄를 대신 뒤집어썼다. 그런 돈이 원인이 되어 DJ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을 만나고, 그 결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일국의 대통령 신분으로 노벨상을 받으러 직접 스웨덴을 방문했다. 영부인이나 비서를 대리인으로 보내지 않았다. 미국에서 이 기사를 보면서 매우 불편했다. 그리고 그렇게 받은 상금은 국민에게 돌려야했다. 아태재단에 기부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아태재단이 해체되고 10억 원이 어떻게 사용됐는지도 불투명하다.


“한 번은 전무가 아태재단 사람들에게 접대하러 가는 차를 내가 운전했어. 30대로 보이는 새파란 놈들이 지들 아버지 같은 50대 이사들에게, 김전무, 박상무 하며 반말을 하더라. 그렇게 싸가지 없는 놈들은 처음 보았어.”


대기업 높은 사람들의 운전사로 정년퇴임을 가족에게 들었던 일화다. 아태재단 인사들의 불법과 횡포는 상식을 초월한 조폭수준이었다는 걸 옛 동료나 친지로부터 자주 들었다. 아태재단을 창설한 분으로 책임을 져야할 DJ가 해체하는 것 외에 어떤 사과를 했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 사후에까지 문제가 있었다. 굳이 국장을 고집했다. 국가와 국민을 우선한 지도자라면 생각하기 힘들었다. 위대한 지도자라면 본받을 분들이 많지 않았을까.


등소평은 시신을 화장하고 어떤 동상이나 기념식도 하지 말라고 유언으로 남겼다. 7일의 ‘국가장’으로도 모자라 전임 대통령으로서는 누구도 하지 않은 9일의 국장을 고집한 것이 유가족의 뜻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주군이었던 고인이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화장해서 작은 비석 하나만 세우라고 유언을 남긴 전임 대통령도 있었다. 9일씩이나 국가적 행사를 해서 국민들의 생업에 불편을 초래할 필요가 있었는지 아직도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폐광도시 태백을 살리는 방법이 도박장 밖에 없었을까. 수많은 가정이 파탄을 이르게 한 ‘강원랜드’도 마찬가지다.


동아나 조선일보를 읽지 않는 탓인지는 몰라도, 은퇴 후 돌아온 한국에서 이런 비판이 실린 기사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진보 측 인사들은 온통 찬양일색이었고 업적만 말했다. 팟캐스트에서는 심지어 다른 정권이 한 일도 DJ의 업적이라고 포장했다. 국민들이 진영논리에 휘말려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며 비난만 일삼는 것도 이런 것이 원인이 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한국에서 살면서 만난 친구들이나 동료들이 대부분 보수적인 정치색으로 변해있었는데 그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젊은 혈기가 왕성할 때는 YS나 DJ의 열렬한 지지자이었고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독재를 혐오하던 친구들이었다. 팟캐스트를 들으며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다. 사람들이 정치판을 혐오하는 이유도 이런 유형의 유언비어가 난무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유언비어를 정확하게 가려내고 진실을 말해줄 수단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실에 바탕을 둔 건전하고 올바른 비판만이 국민을 올바른 판단으로 유도하고, 보다 나은 세상으로 발전하는 추진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후기>

저는 야당을 지지합니다. 야당이 잘해서 지지한다기 보다는 현재의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너무도 형편 없어서 야당을 지지합니다. 국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할 수 없으며, 재벌이나 기득권을 위한 정책만 펴는 당은 절대로 집권해서는 안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식민지 시절의 친일세력과 군사독재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국회도 과반수를 넘게 차지한 다수당이며, 이번 선거에서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요?

보잘 것 없는 소견이지만, 진실이 왜곡된 탓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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