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거짓과 기만 (3)

3.


사람들은 왜 거짓말을 할까?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바람피는 남정네들은 그 부인들에게 거짓을 말한다. '바람'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부인들은 수상쩍다 생각하면서도 기만당한다. 가정을 파탄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거짓말을 한다. 참고서를 사야하기 때문에 돈이 필요하다고. 돈이 목적이다. 목적을 획득하기 위해서 거짓말이 필요한 경우다.


나는 거짓말의 대부분 창피함을 모면하기 위하여 했었다. 국민학교 때는 '하꼬방'이나 다름없는 내가 사는 판자집을 담임과 친구들에게 보이기 창피해서 거짓말을 했다. 가정방문이라는 것을 하기위해 담임선생님이 물어보면 부모님이 집에 안 계시다고 거짓말을 했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창피한 거짓말은 대학 때였다.


대학 연극 동아리에 일년 후배 여학생이 있었는데, 우연히 광화문 근처 다방에서 그녀의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술도 한잔 했다. 그 때는 입심도 남 못지 않을 때라, 술김에 좌중을 들었다 놨다(?) 했다. 내 옆에 앉았던 그녀의 친구는 웃느라 까물어쳤고, 분위기 좋게 자리가 끝났다.


곧이어 대학 축제가 있었다. 연극반인 우리는 축제 때 할 연극 때문에 몇 주째 밤을 세다시피 해서, 파트너 구할 시간이 있을 리 없었다. 나는 후배에게 그때 내 옆에 앉았던 친구를 부탁했다. 후배가 말했다. 친구가 안 오겠다고 한다고, 자기가 너무 못생겨서 축제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나는 말했다. 별 걱정을 다한다고. 나는 생긴 것을 따지는 사람이 아니라고.


결국 그 여자는 학교에 왔고, 나는 당황했다. 환한 낮에 본 그녀의 모습은 술에 취해 밤에 다방에서 흐릿한 조명에 본 모습과 너무 달랐다. 얼굴이 세로보다 가로가 더 길었다. 차라리 파트너가 없는 게 나았지, 그녀를 데리고 축제에 참가할 수는 없었다. 너무 창피했다. 아니, 연극만 아니라면 축제에 참가하지 않고 집에 가고 싶었다.


나는 순간을 넘기려고 거짓말을 생각해 냈다. 갑자기 친척 어른이 돌아가셔서 축제에 참가할 수 없다며 '거짓'을 말했고, 그녀는 '기만' 당하며 순순히 돌아갔다. 에고 한심한 놈!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다. 아니 그녀를 다시 만난다면 무릎을 꿇고라도 그녀에게 준 상처를 사죄하고 싶다. 정말이지 부끄럽기 짝이 없고 너무나 창피한 기억이라 다시 생각하기도 싫지만 사실이다. 못난 정도가 아니라 그쯤 되면 최상급 찌질이다.


둑일 통일의 기초를 마련한 정치인으로 빌리 브란트 총리를 꼽는다. 그는 나치 정권시절 노르웨이와 스웨덴에서 나치에 저항하는 운동을 하다가 1949년 독일로 돌아와서 서베를린 시장을 역임하고 1969년부터 1974년까지 독일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총리시절인 1971년 그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전쟁희생자 기념비에 비가 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비를 맞으며 무릎을 꿇고 사죄하였다. 세계 제2차 대전은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부터 발발했다. 그의 폴란드 방문을 반대했던 폴란드 국민들도 그의 진정한 사죄 모습을 보고 독일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털어냈다고 한다.


지난 12월 26일, 일본의 아베 총리는 신사참배를 강행했다. 신사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전범들을 우상화하는 곳으로, 신사참배는 곧 제2차세계대전의 전범들임을 인정하지 않고 일본의 번영을 위한 애국자로 추앙한다는 뜻과 같다. 즉 그들은 '욱일승천기'를 앞세우고 한국과 만주, 중국과 동남 아시아를 침략하여 일으켰던 태평양 전쟁 시절을 그리워한다는 뜻이다.


일본은 패전 후, 어느 나라에게도 사과한 적이 없다. 정신대에 강제 동원된 할머니들에게도, 간토 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 사건도, 식민지 시절 강제 징용도, 살아있는 인간의 생명을 장난감 처럼 생체실험에 동원한 것 등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을 뿐더러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도 없다. 왜 그럴까?


한국인 여성과 결혼하고 한국으로 귀화한 '호사카 유지'라는 일본 출신 교수가 있다. 56년 생인 그는 동경대학을 졸업하고, 고대에서 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세종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이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인의 우수성에 호기심을 느끼던 중,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알게 되었고, 일본인이 그런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에 놀라서 제대로 알기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고 한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대부분의 일본국민들은 역사적으로 그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동경의 가장 번화한 곳인 신주쿠에서 젊은 사람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면, 일본의 한국식민통치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식민통치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고, 제일 길게 말한 사람이 15년이었다고 하며, 대부분은 일본이 철도를 놓고 발전소를 지어 한국의 근대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알고 있다는 거다. 한국의 배은망덕한 행위로 독도를 불법점거 하는 등 일본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국가가 거짓을 진실인양 호도할 때 그리고 국민이 그런 국가에 기만당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역사는 가르치고 있다. 히틀러의 독일이 그랬고, 부시의 미국이 그랬다.


모택동은 1950년대 대약진운동, 1960년대 문화혁명 등 실패한 정책으로 수많은 중국인을 죽음과 굶주림으로 몰아넣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을 역사상 가장 참혹한 지경으로 만든 인물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중국에서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창시자요, 현재의 중국정부를 있게한 인물이기 때문에, 중국정부는 그의 실정을 감추고 그의 치적만 강조하여 그를 13억 중국인이 가장 추앙하는 인물로 만들었다. 그가 만든 중국 공산당이 지금처럼 건재하는 한 그에 대한 '거짓'은 계속될 것이다.


베를루스코니가 이탈리아의 총리였던 시절에는, 누구도 그가 추잡한 성도착자인지 알지 못했다. 국가가 국민들을 상대로 하는 '거짓'은 근시안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역사적으로 긴 안목으로 보면, '기만' 당하는 국민에게 결국 그 피해가 돌아간다. 오직 진실만이 올바른 미래를 보장할 뿐이다.


일본이나 중국도, 유럽이나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국민을 '기만'하는 정치인과 자본의 '거짓'은 존재한다. 그 정도가 심할수록, 국민들은 고통을 받는다. 그래서 북한 주민의 고통이 가장 크다.


▼ 오사카 츠루하시 재일 한인들의 시장 앞에서 데모하는 일본인들. 마이크를 잡은 여자는 중학생 아이라고 하는데,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소름을 돋게 한다.


▼ 일본 극우세력 중의 하나인 '재특회'의 활동이 최근에 부쩍 늘었다고 한다.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앞세우고, 자칭 재일교포 3세라는 젊은이가 한국을 비난 하고 있다.


▼ 그들은 위안부 문제도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독도도 패전국 일본이 어수선한 사이에 이승만 정부가 이승만 라인을 그어 불법 점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 일본 보수를 대표하는 자민당 정권이 국가 주도로 역사를 왜국시키고 있는 일본은 동아시아 평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 심지어 국교단절을 주장하는 일본인도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전쟁이 기다린다.


▼ 지난달 12월 23일은 일본 천황의 80세 생일이었다. 일본 천황궁 앞에서 환호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에서 군국주의의 잔재가 느껴진다. 그리고 3일 후, 아베 신조는 신사참배를 단행했다.


▼ 군중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는 일왕과 그 가족들. 현재의 천황인 아키히토는 2차대전의 전범인 쇼와 천황의 장남이다. 맥아더 장군은 쇼와 천황을 전범 재판에 넘겨 사형시킬 것을 고려하였으나, 패전국 일본의 정신적 지주를 살려두는 것이 일본의 전후복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결국 전쟁의 최고 책임자인 쇼와 일왕과 주요 일본 왕족들은 처벌을 면했고, 주요 군 지휘관 7명만이 교수형을 당했다. 맥아더는 일왕과 그 일족들을 처형하여 군국주의 재기의 싹을 없앨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렸다.


▼ 한국의 '어버이 연합회'와 비슷한 일본의 극우세력단체는 정신대 강제동원을 부인하고 있다. 위안부들이 돈을 벌기위해 스스로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집 한 채 값이 300엔이었으니, 병사들을 상대하면서 큰 돈을 벌 수 있었다는 망발을 늘어놓고 있다.


▼ 일본의 거물 정치인이자 극우보수세력을 대표하는 이시하라가 한일합방이 정당한 행위였다고 강변하고 있다.


▼ 강한 일본을 부르짖는 아베 신조는 두 번 째 총리에서는 일본의 보수화에 힘입어 주변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각 나라의 극우세력끼리 만나게 되면 결국 전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 일본인들이 독도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논리적으로 따져 학술적이나 토론으로 이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일본인은 사실에 입각했을 때는 금방 순응한다고 한다.


▼ 1954년 이승만 라인이 생기기 전에는 일본인들이 마음대로 독도에서 조업을 했다고 한다. 독도에서 찍은 사진을 들이대며 옛날을 회상하고 있다.


▼ 광복절을 앞둔 2012년 8월 10일 뜬금없는 MB의 독도방문은 최악의 결정이었다. 이 방문은 일본의 극우세력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되어 일본에서 반한 감정이 들불처럼 일어나게 되었다.


▼ 이런 인사들이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여 여론을 호도하는 계기가 되었다.


▼ 지금 일본에서는 이런 책들이 잘 팔린다고 한다. 일본의 정치인들이 한국을 비난하는 발언을 하면, 일본의 조중동 같은 매스컴이 이를 확대 해석하여 기사화하고, 대중들은 신이 나서 인터넷에 기사들을 퍼나른다. 그래서 정치인은 표를 얻고, 신문이나 잡지는 돈을 벌고, 일반 대중은 자기만족을 얻는다.


▼ 매일 '종북'을 노래하는 한국의 언론들은 이들을 비난만 할 수 있을까? 한국의 정치인들은 일본의 정치인들을 손가락질 하며 비난할 만큼 그들 자신은 '거짓'에 대해 깨끗할까?


▼ 자신의 믿음만 고집하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본인과 같은 류의 한국인도 얼마든지 있다. 남의 말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듣고 싶은 말에만 귀를 여는 사람들.


▼ 지도상으로는 센카쿠가 일본의 섬이라는 것은 어불성설로 보인다. 저렇듯 일본과는 멀고 중국과는 가까운데, 중국인들이 어떻게 일본의 주장에 수긍할 수 있을까?


▼ 서로 자신의 영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대국의 '방공식별구역'에 항공기가 진입하면, 사전에 통보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언제든 구 소련의 대한항공 여객기 피격 같은 사태가 일어날 소지를 남겨두고 있다. 만일 그런 사건이 발생한다면 즉각 전시체제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 마오 주석의 고향인 창사(長沙)에 마오쩌뚱 청년시절의 두상이 세워져 있다. 높이가 무려 100 피트가 넘는다. (32미터)


▼ 중국인민을 비참한 생활로 몰아넣은 마오쩌뚱의 동상에 관광객들이 헌화하며 존경심을 표시하고 있다.


▼ 일본이 억울한 것은 센카쿠도 독도도 아니다. 소위 '북방 4개섬'이라고 일컫는 쿠릴 열도다. 원래 러시아와의 경계선은 1855년까지 북방 4개섬을 포함하고 있었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1875년 쿠릴 열도 전체를 일본영토로 만든다. 그러나 세계2차대전 패전국 일본은 연합국의 일원인 구 소련에게 1945년 북방 4개섬을 빼앗기고 만다. 스탈린은 1945년 5월 7일 독일이 항복하자, 그 군대를 극동지방으로 돌려 8월 9일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고 참전한다. 불과 6일간 일본과의 전쟁에 참여하고 북방 4개섬을 얻었다. 일본이 독일보다 일찍 항복하였다면, 우리는 남북으로 분단되는 일도 없었고 한국전쟁도 안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일본은 자신의 영토를 빼앗기는 일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원자폭탄을 맞는 일도 없었을 테고.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5/50/Demis-kurils-russian_names.png?width=600


(To be continued)

'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짓과 기만 (4)  (0) 2014.02.15
마켓팅이 지배하는 세상  (0) 2014.02.08
행복과 성공  (0) 2014.01.30
회(膾) 이야기  (0) 2014.01.24
맥도날드에서 쫓겨난 한인 노인들  (0) 2014.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