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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맥도날드에서 쫓겨난 한인 노인들

LA 근처 부에나 팍에서 2009년 7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살다 돌아왔으니, 감히 LA에 대해 뭘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느 날인가 LA 시내 어딘가를 지나는데 - 누구 차를 타고 갔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 길 옆의 맥도날드를 가르키며, 한인 노인들의 쉼터라고 했다. 1불짜리 리필이 가능한 커피를 마시며, 마치 한국의 노인정이나 경로당 같이 하릴없는 노인들이 모여 시간을 보낸다는 거다. 심지어는 휴대용 장기판이나 바둑판을 가져온다고 했다. 가르키는 곳을 흘낏 보았지만, 야외에 - 아마 덱이었던 듯 - 파라솔과 그 밑에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인 것을 본 것 같기도 하다.


LA는 비만 오지 않는다면 겨울에도 날씨가 따뜻하니 야외에서도 충분히 지낼 수 있다. 그러나 플러싱은 다르다. 뉴욕이나 뉴저지에서 맥도날드에 야외에 테이블이 있는 맥도날드나 버거킹을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겨울 외에는 비가 거의 없는 LA와는 달리, 미국의 동북부는 비오는 날도 많으니 밖에 테이블을 둘 수는 없을 것이다. - 아마 모르긴 몰라도 법으로 금지했을 수도 있겠다.


맥도날드나 버거킹은 대표적인 패스트 푸드 레스토랑이다. 주문하자마자 음식이 나오고, 나오면 잽싸게 빈 위장을 채우고 나가는 곳이라는 뜻이다. 식사시간의 바쁜 때가 아니라면 몰라도, 바쁠 때 노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자리를 찾다가 그냥 가는 손님을 보았다면 주인으로서는 짜증이 날 수도 있다. 그것도 장사가 잘 안 되는 불황인 요즘.


거기다가 이번에 문제가 된 맥도날드 매장은 크기가, 근처 버거킹이나 던킨 도너츠 매장보다 작았다는 것이 증거다. 비슷한 음식을 비슷한 가격에 파는 근처의 버거킹은 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1191516341&code=970201 참조)

아마 모르긴 몰라도, 한국의 어느 음식점에서 이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면 더 큰 난리가 났을지도 모른다. '누구 장사 망하게 할 일 있느냐면서'. 아니다, 한국에서라면 노인들이 음식점, 더군다나 패스트 푸드 레스토랑에 갈 일이 없을 거다, 어디든 있는 경로당이나 마을 복지회관에 가면 될 테니까.

 

이번 사건을 신문기사로 접하면서, 무슨 인종차별 사건으로 취급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 것도 아닌 일로 '경찰까지' 불러서 유색인종의 노인들을 쫓아낸 것 처럼. 미국에서는 경찰을 불러 해결하는 것은 일상인데, 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 기사를 보는 즉시, LA의 노인정 맥도날드의 기억이 떠올랐고, 여건이 그런 이슈를 만든 것이지 뉴욕 플러싱의 맥도날드 주인이나 매니저가 고약한 인종차별주의자이기 때문에 생긴 이슈가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이게 무슨 큰 인종차별이나 되는 것처럼 이슈화시키는 미디어에 문제가 있다면 내 잘못일까? 미국에서 인종차별이란 정말 '큰 죄'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동남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이 미국에서 벌어진다면 큰 일이 날 거다.

 

1965년 존슨 대통령 시절의 이민법 개정으로 1970년 처음 만 명을 돌파한(실제 11,395명) 미국 이민자 수는 1987년 35,849 명으로 절정을 이룬 후, 88 올림픽 이후 줄어들기 시작해서 재작년인 2012년 445명까지 줄어들었다. (http://www.koreatimes.com/article/783650 참조)

 

이게 무슨 의미일까? 이제 미국교포사회의 이민 1세대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세월이 지나 지금의 이민 1세대가 사라지고 나면, 더 이상 영어 못해서 버벅거리는 한인들을 미국에서 더 이상 볼 수 없을 거라는 상상도 가능하다. 이민 변호사나 통역사같은 영어 못하는 한인들을 상대로 비즈니스 하시는 분들은 빨리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미국에 살면서 나이드신 분들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 '미국정부가 최고 효자다!' 하는 말이다. 어느 자식이 있어서 미국정부처럼 한 달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용돈(Welfare)을 주느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도 배 곯을 때 이야기 아닐까? 사람은 배부르고 등 따스면 다른 생각이 나기 마련이다.

 

LA에서 70살 전후의 대학 선배들은 일주일에 한 번 골프장에 모여 라운딩 하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시니어 혜택으로 $12 이면 즐길 수 있다. 겨울의 뉴욕, 뉴저지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경기가 좋아서 주머니 사정이 좋았을 때는 문제가 없었다. 돌아가면서 누구네 집, 백야드에서 바베큐도 할 수 있었다. 아니면 회비를 모아 한인 음식점에서 떠들썩하게 모임을 가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사정은 달라졌다.

 

시간이 없었지 지갑에는 항상 백불짜리 지폐가 여러 장 있었던 것이 언제였던가! 엊그제 같던 그 좋았던 시절이 가물가물하기만 하고, 다시 올 것 같지도 않다. 그 좋던 비즈니스가 현상유지도 힘들 게 될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백불 짜리는커녕 20불 짜리 지폐 꺼내기도 몇 번 생각하게 되고, 설렁탕 집에서 친구와 점심약속하기에도 망설여진다.

 

2010년 미국의 인구 센서스에 의하면, 150 여 만명의 한인(불법체류 제외)이 미국에 살고 있다. 이 가운데 10%가 65세 이상 시니어라고 하면 15만 명 정도가 있는 셈이다. 최근 신문기사에 의하면 혼자든 부부든 노인끼리만 거주하는 경우가 60%에 육박한다고 한다.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노인은 20%가 안 된다. 노인들은 외롭다.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쉽게 노여워 하기도 한다. 컴퓨터 사용도 어려워 인터넷으로 외로움을 달래기도 쉽지 않다. 말이 통하는 사람들을 만나 외로움을 달래는데 맥도날드만한 곳이 없다.

 

고령화 되는 한인 1세대의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이유다. 한국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공한 이민자들이 있다면, 이런 분들을 위해 무언가 할 때다. 미국정부에서는 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후기>

작년에 한국에서 맥도날드 할머니가 사망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아니, 그보다 먼저 몇 년 전에 이 할머니에 대한 방송 다큐를 본 적이 있기에 주목이 되었던 거지요.

맥도날드 기사를 보니 한국의 맥도날드 할머니가 생각났습니다.

모르시는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http://blog.donga.com/sjdhksk/archives/53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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