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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해외직구

'해외직구'는 '해외에서 직접 구입한다'라는 뜻이다.

 

미국에서 쌩스기빙 연휴가 끝나가는 싯점에,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이 한국으로 불똥이 튀었다.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때, 똑똑하고 재빠른 한국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미국에서 물건을 구입한 후 한국으로 배송했는데, 항공기에서 하역한 물품이 컨테이너로 몇 개 분이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해외배송을 위한 특수포장비, 항공기 배송료, 관세와 부가세를 포함하더라도, 대형 TV의 경우 국내 판매가격의 절반 이하에 불과했던 것이다. 따라서 삼성과 LG같은 생활가전회사들이 소위 블랙 프라이데이 역풍을 맞았다.

 

예를 들어, 60인치 삼성 TV(모델: UN60F6300)의 경우 아마존 같은 미국 온라인 판매업체에서 $1,200에 팔리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비슷한 모델(UN60F6400AF)이 인터넷으로 3백만원에 팔린다. 따라서 배송비나 관세를 물더라도 절반 가까이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과 LG 측은 뜻하지 않은 불똥에 대해 해명하기 급급하다.

 

- 한국과 미국의 가격차이는 시장규모와 유통구조의 차이이며, 국내 소비자를 차별하는 것은 아니다.

 

- 제조업체가 유통망까지 갖고 있는 국내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우위를 장악하고 있다. 모든 생활가전이 오프라인에서는 베스트 바이나 월마트, 온라인에서는 아마존 같은 유통업체를 통하다 보니, 가격 결정권을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업체가 갖고 있다.

 

- 블랙 프라이데이 가격할인도 유통업체가 주도한다. 유통업체가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 특판에 TV를 얼마에 공급하라고 하면 그 가격에 줄 수 밖에 없다.

 

- 할인행사 제품은 국내 TV와는 달리 3D나 스마트 같은 일부 기능이 제외된 제품이다.

 

하하하, 여러분 납득이 가십니까?

 

최고만 찾는 한국인의 특성상, 잘 쓰지도 않는 기능을 잔뜩 넣고 가격을 비싸게 받는다는 게 합리적일까? 의문이다. 아니 그런 의문을 갖기 전에, 비싼 제품, 고급 제품만 찾는 한국사람의 특성을 탓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구매도 담당했었기 때문에 전자제품의 가격에 대해서는 민감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비싼 가격에 놀랐다. 두 배는 보통이고 가격이 비싼 고급제품들은 세 배 정도 차이가 났으니까.

 

나를 포함해서 20세기에 이민을 떠났던 대부분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던 사실은, 내수용과 수출용은 차이가 난다는 것이었다. 수출용은 더 좋게 만들어서 더 싼 가격에 팔고, 내수용은 좋지도 않은 제품을 비싸게 팔아서 국민에게 뒤집어 씌운다는 거다. 그런데 그것도 옛말이라고 한다.

 

미국인은 가격에 민감하고 한국인은 품질에 민감하니, 이제는 내수용이 더 고급이라고 한다. 단 비싼 가격만 빼고. 믿거나 말거나 지만, 가전제품 매장에 들렸을 때, 디자인이나 품질은 미국에서 보던 것보다 좋아보였다. 가격이 문제지만.

 

한 달 쯤 전에, 인터넷으로 42인치 3D TV를 침실용으로 새로 구입했다. 미국에서는 $4~500 대에 팔리는 것을 알지만, 9십만 원을 넘게 줄 수 밖에 없었다. 은퇴자로소 TV를 보며 보내는 시간이 많은 만큼, 좋은 화면으로 보고 싶었다. 미국과의 차이는 제조업체 서비스 직원이 직접 집으로 가지고 와서 설치까지 해주고 간다는 것이다.

 

오래 전, 플로리다 올랜도에 있는 EPCOT에서 3D 영상을 보고 감동한 적이 있었는데, 이제 그 비슷한 영상을 안방에서 보는 세상이 되었다. 불과 30 여년 전이다.

 

앞으로 30년 후에는 얼마나 더 변할까? 그리고 한국의 가격이 미국과 비슷해지는 시절이 오기는 올까?

 

(역이민이나 역거주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오시는 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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