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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장님 코끼리 만지기

인생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저마다에게 나타난다. 아무리 수많은 인간이 세상에 나고 때가 되어 사라지더라도, 같은 인생이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사람들은 경험이 되었든, 지식이 되었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입각하여 사고(思考)하고 판단한다. 실패한 사람들은 그 실패의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충고하려 하고, 성공한 사람들은 그들대로 자신의 전과(戰果)를 자랑한다. 이민도 마찬가지다.

 

1960년대는 일자리가 없었다. 대학을 들어가기도 힘들었지만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변변한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학교 선생이나 공무원, 은행원 등이 최고의 직장이었다. 그런 시절에 이민 갈 수 있었던 선배들은 일반인과는 다른 특수한 계층이거나 신분(?)이었다. 1970년 전후에 광부와 간호원으로 일자리를 찾아 독일로 간 선배들이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당시의 인텔리들이었다는 것이 그 시대를 반증한다. 

 

1970년대는 중동건설 붐으로 일자리의 숨통이 트이기 시작해서, 70년대 후반과 80년대, 그리고 90년대 초반에는 대학만 졸업하면 직장을 골라서 갈만큼 취업사정이 좋아졌다. 현대, 삼성, 금성, 대우 등 대기업을 비롯해서 국영기업이든 은행이든 웬만하면 들어갔고, 대리, 과장, 차장, 부장으로의 승진도 비교적 빨랐다. 매년 10%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과열경기 속에서 밤낮으로 일도 많이 했지만 밤마다 유흥가는 흥청거렸다.

 

과열된 경기조절 실패로 생긴 버블은 1997 IMF로 터져버렸다. 건국 이후 처음 겪어보는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숱한 40대 가장들이 졸지에 실업자로 전락하는 경험을 했다. IMF를 거치면서 체질개선에 성공한 한국경제는 2000년대를 거치면서 세계 10위권에 이르는 경제력을 갖게 된다.

 

세계 대전(大戰)으로 유럽과 일본 등 전세계 공장이 초토화되었을 때, 미국만이 건재하여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므로써 미국은 세계의 경제중심으로 우뚝 선다. 하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자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독일과 일본이 공장의 기능을 되찾아 미국이 독점했던 부(富)를 나눠 가지게 된다. 그리고 1990년대 중국의 등장으로 2000년 이후, 세계의 공장이 되어 모든 자본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된다.

 

이렇듯 복잡하게 급변하는 세상사를 파악한다는 것은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 어제는 보편적으로 통했던 말과 행동이, 오늘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되기도 한다. 인류역사 3천 2백 년 세월 보다 지난 5~60년 IT 기술에 의한 변화가 더 크다고 하니 더 그렇다.

 

이런 변혁기에 이민의 사연과 이민생활 역시 전과 같을 수는 없다. 전에는 보다 나은 경제생활이 주된 이유가 되었었다면, 지금은 아이들의 교육이나 보다 나은 자연환경, 또는 인간다운 삶을 찾아 이민의 목적으로 삼는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는 주요 관심사는 경제적인 것이 대부분이어서 이민을 떠나는 사람은 2천 년대에 들어 현저히 줄었다. 작년에 미국이민자의 수는 445명에 불과하지만,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역이민자의 수는 1,991명이라고 뉴스는 전하고 있다. (http://news.kbs.co.kr/news/NewsView.do?SEARCH_NEWS_CODE=2758746&ref=A 참조)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해 본다. 불과 4~50년 전에는 특수한 계층이나 특별 신분을 가진 사람들만 할 수 있었던 미국여행이 지금은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게 되었고, 경제적 이유에서라면 굳이 미국으로의 이민을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한 달 쯤 전에 초에 어떤 분이 47세의 나이에 미국이민을 생각한다면서 조언을 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한국에 돌아와 살 이민 1세대 분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공감대를 나누기 위한 카페에 어울리는 글은 아니었지만,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조언을 한 것을 보며 생각한 것이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것이었다.

 

나름 숙고해서 한 조언이니 다 정답일 수도 있지만, 또한 다 틀린 답이라는 거다. 유학가서 정착한 사람 다르고, 젊어서 이민을 선택한 분 다르고, 6~70년대 간 분 다르고, 기술이 있는 분 다르고, 무작정 간 분 다르고, 모두 다 다른 입장이기 때문에 다 틀린 답이지만, 그 분들이 살아온 입장에서는 다 맞다고 할 수도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영어가 안 되는 사람도 있고, 투자이민으로 적지 않은 돈을 들고 갔다가 홀라당 날린 사람도 적지 않다. 또 맨손으로 가서 크게 부를 이른 분들도 있다. 한인사회에서 이민자들을 상대로 하는 직업 - 이민변호사, 부동산업자, 자동차딜러 등 - 을 가진 분들은 이민을 부추길 것이고, 가진 것도 별로 없이 늦은 나이에 와서 빼도 박도 못하는 분들은 적극 말릴 것이다.

 

도대체 누구의 충고가 옳은 것인가?

 

더군다나 재밌는 것은 당사자는 이미 가기로 작정을 했기 때문에, 그 분이 나중에 덧붙인 글을 보면 어떤 충고에도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답변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는 거다. 어차피 장님 코끼리 만지기가 인생이다. 모두가 정답이고 모두가 틀린 답이기도 하다. 인생에 정답이 있을 수 있겠는가!

 

따라서 그 분이 이곳에 올린 글은 적절하지 않았다. '미국의 어느 주, 어느 도시에 이민가서 이러 이러한 일을 하며 살려고 하는데, 도움을 주실 분들을 찾습니다.' 하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

 

<후기>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려는 분의 글을 보고, 20년 전의 내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어떤 것이 정답일까? 잠시 숙고하기는 했지만, 어리석은 질문이요, 쓸데없는 답이라는 주제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내가 알고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잘못 할 사람 아무도 없겠지요.

 

현재에 만족하지 않으면 변화를 구해야 합니다. 그러나 변화는 결과를 알 수 없으니 두려움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기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변화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용기가 없으면 불만을 참고 현재에 만족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그래야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보편적인 답은 있습니다. 작년 미국이민을 떠난 숫자가 445명 뿐이라는 것입니다.

 

어차피 인생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아니겠습니까? 누구나 자신이 경험한 것, 그것이 인생일 테니까요. 아쉬움이 있던지 말던지 말입니다. 그나 저나 갈팡질팡의 글이 되어버렸네요. 너무 생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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