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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제주의 삶

Chez Olivier

(2013년 9월13일에 작성한 글)

 

- The closer to the sea, the better! 바다에 가까울수록 난 좋습니다. 염해나 태풍이 있다는 것도 알아요. 그렇지만 괜찮아요. 프랑스 남부 해안 마을에서 태어나서 바다가 고향이나 마찬가지예요. 바다가 보이는 쪽에 커다란 창을 내고, 바다를 보면서 빵을 굽고 커피를 만들어 찾아온 손님에게 대접하며 사는 게, 꿈이에요. 하하하.


제주에 뼈를 묻으려고 찾아왔어요. 내 인생에서 마지막이 될 집을 지을 겁니다. 이제부터 바다에 가까운 곳에 집 지을 땅을 보러 다닐 거예요. 우리는 살 곳을 정하기 위해서, 2010년에 충북 수안보 근처 월악산 자락에서 반 년 정도 살아보고나서 최종적으로 제주로 결정했어요.


캐나다 몬트리올의 어느 대학에서 한국학 교수를 했다는 Bernard Olivier, 그를 만난 것은 작년 8월의 어느 주말이었다. 바다가 좋아 바닷가에 집을 지었다가 염해와 태풍으로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내 말에 그가 대답하고 있었다. 


역이민 카페를 통해 알게 된 아이린씨로부터 연락이 닿아서, 알려준 원룸의 주소를 GPS에 입력하고는 무작정 나섰다. 아직 차를 사지 않았다는 부부와 같이 그가 안내하는 바다가 보이는 경치 좋은 해변의 커피샾에 자리를 잡고, 세 시간 넘게 담소했다.


영어로 대화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버나드는 내가 만나본, 가장 한국말을 잘하는 백인이었다. 그가 어떻게 한국말을 배우게 되었는지, 어떻게 아이린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는지 등의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이어갔다. 내가 아는 한 그는 언어의 천재였다. 그는 영어, 불어는 물론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까지 5개 국어를 한다고 했다. 그것도 대충 하는 것이 아니라 능통하게 해서, 아직도 영어를 버벅대는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는 집 지을 땅을 구하기 위해 차를 산 후, 9월 한 달 동안 3,000 Km 다녔다고 했다. 가장 긴 동서(東西) 직선거리가 100 Km가 안 되는 섬을 하루에 평균 100 Km 씩 돌아다닌 셈이다. 결국 그는 바다가 지척인 곳에 땅을 구했다.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2월부터 짓기 시작한 집이 지난 5월 말 거의 다 지어진 것을 마지막으로 보고 제주를 떠났었는데, 지난 화요일에 들려보니 드디어 마무리가 끝나 있었는데 오늘 소위 '개업식'이라는 것을 했다. 이름하여 '쉐즈 올리비에', 프랑스어로 '올리비에 네'라고 한다. 즉, '올리비에 집'도 될 수 있고, '올리비에 가게'도 될 수 있겠다.


▼ Chez Olivier. 제주를 방문하는 분들에게 필수코스가 될 듯.


▼ 실내에서 셀폰으로 찍었더니 잘 나오지 않았다. 한국인 보다 더 한국적인 친구 버나드. 아이린씨는 틀림없이 전생에 한국인이었을 거라고 한다. 그는 그만큼 한국을 사랑한다.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느릿느릿한 말투까지 내가 만난 신사 중 최고의 신사다.


▼ 가게 앞에 있는 해안도로만 건너면 바로 바다다.


▼ 버나드는 이 광경에 만족하고 있다. '주노아톰'님에 의하면 석양이 그렇게 멋지다고 하는데, 아직 이곳에서 석양을 감상하지는 못했다.


▼ 바다가 보이는 넓은 창에서 일하는 아이린과 버나드. 그의 꿈이 이루어진 현장이다.


▼ 멋진 친구 버나드(프랑스어로는 베르나르드)의 웃는 모습이 교수보다는 쉐프가 더 잘 어울린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했고, 스위스 네슬레에서 일했으며 지금은 캐나다 국적으로 한국의 제주에 거주하는 글자 그대로 국제적인 인물이다.


▼ 그랜드 오프닝을 하는 날. 축하, 축하, 축하. 


▼ 역이민 카페를 대표해서 조그만 란(蘭) 화분을 들고 갔다. 글씨는 손으로 썼다. '아이린과 버나드, 행복과 웃음을'이라고


▼ 실내와 실외 모습


▼ 주인장 쉐프가 손님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멋진 친구를 새로 사귀는 것도 은퇴생활의 재미다.


▼ 오며 가며 들려서 멋진 친구가 직접 만든 맛있는 빵도 드시고, 석양을 바라보며 커피의 구수함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매일 10 ~ 7 오픈하며, 화요일은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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