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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제주의 삶

제주의 짧았던 하루

(2013년 5월 27일에 작성한 글)

 

사람마다 생김새도 틀리고, 생각도 틀리며, 살아온 지난 날도 살아가는 방법도 틀리다. 따라서 누가 살아온 것이나 생각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부도덕한 것이 아니고, 남을 해(害)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이 그 어떤 것이라도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믿는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것도, 문제는 그 본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편의 말이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무조건 반대하고 몰아부치는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것이 문제다. 내 식구이고 내 편이 하는 일이라고 무조건 옳다고 고집하며 과오를 덮기에 급급하고, 상대편의 생각이고 의견이기 때문에 티끌만한 흠집도 굳이 들쳐내어 본말을 전도하려는 시도가 문제가 아닐까! 정정당당한 경쟁은 너도 이기고 나도 이기는 상생의 길로 가지만, '너죽고 나살자'식의 대결구도는 서로를 패망의 길로 인도할 뿐이다.

 

나라를 걱정하고 국민다수를 위하는 일이라면, 그 방법이 진보면 어떻고 보수면 무슨 상관일까?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척 포장하면서, 실상은 권력을 잡고, 자신의 안위와 부귀영화를 꾀하는 위선자들이 문제이고, 그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부하뇌동하는 우민(愚民)들이 세상을 힘들게 하고 있다.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에서 지혜를 배울 일이고, 황희 정승이 다투는 두 하인에게 '너도 옳다, 너도 맞다'고 한 일화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보수나 진보라는 수단과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평화, 통일, 국민의 행복, 민족의 미래라는 궁극의 목적과 절대 가치가 우선이라는 것을 위정자들이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아부하는 사람, 아무 의견없이 무조건 충성을 바치는 사람을 멀리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 주제넘은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만나는 사람들이 묻는 질문이나 관심사는 대체로 한 가지다.

 

- 뭐 하면서 지내는데?

 

- 앞으로 3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30년을 뭐하면서 때울거냐구?

 

대부분 시간에 쫓기면서 사는 것 처럼 보인다. 남는 시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남으면 불안해 한다. 이거 뭐 해야 하는데...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안 되는데... 뭘 하지... 뭘 해야 하나... 이런 식이다. 다른 사람보다 더 유용하게 시간을 보내야 하고, 더 재밌게 시간을 때워야 직성이 풀린다. 뭐든지 경쟁이 아니라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것 처럼 느껴진다.

 

하기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지 않았는지 나부터 반성할 일이다. 나도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부인만 하지는 못할 것 같다.

 

지난 토요일은 아톰님과 함께 하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바쁘게 보냈다. 아침에는 한 달에 한 번 하는 '올레길 공식 걷기행사'에 참석해서 17코스, 18.4 킬로를 걸었다. 전에는 도치형님 내외분과 거꾸로 걸었던 길을 다시 걸었고, 저녁에는 제주 국립 박물관에서 '두 남자의 이야기'라는 색스폰과 대금, 그리고 피아노와 함께 연주하는 재즈 음악회에 참석했다. 아톰님의 권유였지만, 재즈가 어떤 종류의 음악인지 명확하지 않았는데, 어떤 음악인지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음악회가 끝나자마자 용두암 옆 용연계곡으로 향했다. 올레를 걸으면서 용연계곡을 지날 때, 야간 음악회를 준비하는 광경을 보아두었던 터였다. 이름하여 '용연 선상 음악회'였다.

 

제주에서는 5월 늦은 봄의 긴 하루 해가 너무 짧다. 그리고 그 하루는 마음이 통하는 벗과 함께 할 때 더 짧았다.

 

▼ 올레를 걸으며 보리가 누렇게 익은 들판을 지났다. 색이 참 곱다.

 

▼ 가파도에서 보았던 청보리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 관광지인 제주는 항상 볼거리가 푸짐하다. 

 

▼ '테우'라는 제주 전통 배를 타고 민요를 부르는데, 그 퍼포먼스가 독특하다. 

 

 

<후기>

저도 '용연선상음악회'를 처음 보았고, 왜 하는지 그리고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찾아 퍼왔습니다.

'제민일보'라는 지방신문의 기사입니다.

 

용연선상음악회 성황리 폐막
25일 용연계곡서 개최
2013년 05월 26일 (일) 14:28:34 김경필 기자
   
 
  ▲ 제주시가 주최하고 제주문화원(원장 신상범)이 주관한 이번 용연선상음악회가 지난 25일 용연계곡에서 '2013 도민 대통합의 염원'을 주제로 개최, 풍물놀이와 국악공연, 시낭송 등 다양한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옛 선인들의 정서를 만끽할 수 있는 용연선상음악회가 25일 성황리에 폐막했다.
 
제주시가 주최하고 제주문화원(원장 신상범)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용연계곡을 병풍삼아 '2013 도민 대통합의 염원'을 주제로 펼쳐졌다.
 
음악회는 이날 오후 용담1·2동 민속보존회의 길트기 풍물놀이를 시작으로 안산시립국악단의 축하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또 시낭송과 태평소 '시나위' 독주, 무용, 국악, 도립 제주합창단 5개 연합합창단 공연 등도 선보였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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