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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제주의 삶

제주의 요즘

(2013년 4월 22일)

 

'춘래불사춘' 이라고 하더니 최근 한국이 그렇다. 4월도 중순을 지나 하순으로 가고 있는데, 지난 주말에는 강원도와 충청북도에 눈이 왔다고 한다. 어제는 새벽에 운동삼아 고사리 끊으러 나갔는데, 전날에 내린 비 탓인지 손이 시려울 정도로 쌀쌀했다. 한참이어야 할 고사리가 산간에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듯하다.

 

이상기온 탓이지는 몰라도, 최근 몇 년 사이 이곳 제주의 날씨가 크게 바뀌었다고 제주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고사리장마'라고 4월 초에는 항상 비가 왔었는데, 그것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하긴 모든 것이 크게 변했는데, 날씨라고 옛날 같을 수는 없는 것 같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든 엘니뇨 현상이든 간에.

 

지난 주말, 노가다 일을 했다. 집짓는 곳에서 노가다 일을 한 것은 LA 다운타운에서 후배를 따라 칫과 개업하는 곳의 리노베이션을 할 때 경험해 보고는 한국에서는 처음이다. 한 일은 단순했다. 30평형 다세대 주택의 바닥에 난방용 온수 PVC 파이프를 깔면 그것을 U자형 못으로 바닥에 고정시키는 일이었다. 바닥에 못질을 하자니 하루종일 쪼그리고 앉아 허리를 펴지 못해 허리가 끊어지는 듯 아팠다.

 

- 동서, 내일 시간 있으면 나좀 도와줘. 성당에서 아는 사람이 도와달다고 해서 일을 하는데, 사람을 못 구해서 난리야. 내일 일이 끝나야 모레 레미콘이 콘크리트를 들이 붓는데, 사람이 없어 일이 끝날 것 같지 않거든. 레미콘은 시간이 돈이잖아. 하루 그냥 기다리게 하면 손해가 얼마야!

 

노가다에 동원되게 된 사연이다. 남을 돕겠다는데, 그리고 내가 조금 수고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는데 나서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제주 섬 전체가 리노베이션 중이다. 제주에 정착한 이래로 주변에는 길을 새로 만들고, 고층 아파트가 새로 분양되고, 밀감밭이 주택단지로 조성되는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중이었는데, 2년 반이 되어가는 지금도 그 기세가 전혀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 제주에서만 50년 넘게 살았는데, 요즘같이 건설이 붐을 이룬 것은 처음 봅니다.

 

점심으로 부대찌게를 먹으면서, 전에도 이렇게 건설공사를 많이 한 적이 있었느냐는 내 질문에 오야지(일을 시키는 사람을 뜻하는 건설현장용어)가 하는 말이었다.

 

덕분에 건설인부들을 못 구해 아우성이라고 했다. 일을 맡았다가도 다른 곳에서 돈을 더 준다고 하면 그쪽으로 달려간다고 한다. 덕분에 곳곳에서 부실공사가 진행된다고도 했다. 공사가 끝나고 사람들이 입주해서 일주일도 안 되어 욕실의 타일이 떨어져 나가는 등 부실공사의 흔적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

 

개발의 부작용을 염려하는 소리도 높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4192151335&code=950313) 어느 곳이든 인간과 돈이 개입하면 자연은 파괴되고, 인간미도 사라진다. 이것이 거품인지, 세상흐름에 맞춰 나가는 것인지는 오래지 않아 밝혀지게 되겠지만.

 

그나저나 온 몸이 쑤시고 아프다. 운동과 노동은 사용하는 근육도 다른 것 같다. 오직 하루 일했을 뿐인데도, 일주일 내내 걸어도 까딱 없던 몸뚱어리가 적응하지 못하고, 통증으로 항의하고 있다.^^

 

<후기>

만에 하나, 제주로 오실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집을 살 때 주의하시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2012년, 2013년에 지어진 집이라면 꼼꼼하게 따져봐야 실수를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이번 경험 때문에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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