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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

감기 이야기 (4) - 건강과 장수

(2013년 2월 15일에 쓴 글)

 

학원에 데려다 주는 아이들 중에 감기에 걸린 아이가 몇 있다. 밭은 기침을 하는 아이도 있고, 열이 나는지 얼굴이 벌건 아이도 있는데도 학원에 나오고 있다. 어떤 아이는 방학 중인데, 엄마와 병원에 들렸다가 엄마가 데려다 주어서 왔다고 한다. 잘못 되도 크게 잘못 되었다. 병원을 들릴 것이 아니고 학원을 쉬고 집에서 푹 쉬어야 할 아이를 완전히 반대로 한 셈이다. 아픈 아이를 그렇게까지 공부로 잡으니 그 아이의 인생이 얼마나 피곤할지 쉽게 상상이 된다.

 

아이들이 이렇게 길러지고 있으니, 의료선진국의 아이들은 감기에 걸리면 무조건 집에서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에(감기 이야기 2 참조), 한국의 아이들은 감기에 가면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어야 한다고 믿는 것은 당연하다. 거기다 불필요한 항생제까지 처방받게 되면 아이에게는 어려서부터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키우게 되고, 아이들의 약에 대한 의존도는 부모 덕분에 커져 간다. 국민적인 교육과 계몽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한다면 의료계나 제약업계에서 데모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쨋든 지금 이곳은 감기가 유행인 모양이다. 감기도 운동과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 경험에서 오는 내 지론이다. 나이가 서른이 되면서 생전 경험하지 못했던 편도선이 붓고, 두드러기가 나고, 알러지가 생기는 바람에 울진에 근무하던 시절에 아침 운동을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 사택 주변을 뛰었다. 그렇게 운동을 규칙적으로 시작한 뒤에는 감기나 몸살을 앓았던 기억이 없다. 서울에 근무하면서 길어진 출퇴근 시간때문에 운동을 게을리 했을 때는 반드시 감기가 찾아왔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겨울에도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할 때는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다가도, 생활이 느슨해지면 영락없이 편도선이 붓는다든가, 몸살기가찾아왔다. 제주에 와서 규칙적인 운동을 다시 시작한 1년 동안은 감기기운이 없이 지났고, 그 고마움 마음이 귀찮은 마음을 이겨내고 새벽마다 학교 운동장을 찾는다.

 

최근에 본 다큐에 의하면, 건강과 장수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활동'이라고 한다. 그것이 운동이 되었든 노동이 되었든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운동과 노동의 차이는 마음의 차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운동이고 하기싫은 것을 억지로 하면 노동이 된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즐거운 마음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건강과 장수에 최선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여기에 102세 된 권영섭이라는 대구에 사는 노인이 있는데, 이 분은 사람들이 가진 건강에 대한 상식을 뒤집는다.

 

▼ 하루에 대여섯 잔의 커피를 즐긴다. 그것도 설탕을 가득 넣은 채.

 

▼ 담배도 즐기신다. 젊었을 때는 하루에 두 갑을 넘게 피웠지만, 지금도 반 갑은 넘긴다. 그렇다고 해서 담배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아니다.

 

▼ 장수 집안에서 나신 것도 아니다. 양친 모두 60이 되기 전에 돌아가셨고, 부인 외에는 형제나 자식도 대부분 이른 나이에 졸하였다.

 

▼ 혈압이나 혈당 등 건강수치도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다.

▼ 평소 운동량에 의해 좌우되는 세포 내 수치가 21세 청년보다 많을 정도로 운동량이 많다. (참고로 김오득 할아버지는 72세로 30년 이상을 조기 축구회 멤버로 축구 매니아다)

 

▼ 보행수를 비교해 보면 일본의 80대 노인과 비슷하다. 한국에서의 통계가 없어서 일본과 비교했다. (백판금 할아버지와 임복숙 할머니도 100세다.)

이 권영섭 어른은 19세에 조선 보이스카웃 활동을 하신 분으로, 한국 보이스카웃 연맹의 창립자 중 한 분이기도 하다. 또한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조기 운동회를 40년 전에 만들어 지금까지 고문으로 활동한다고 한다. 같이 만들었던 분들 중에 유일한 생존자이기도 하고, 지금도 매일 아침 6시가 되면 운동하러 나갈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 의료기술의 발달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급속히 늘고 있다. 불과 30년 사이에 15년이 늘었지만, 그 길어진 삶의 시간을 병으로 고통 받는다면,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일 것이다. 

 

 

▼ 약 70세까지는 비교적 건강한 삶을 살지만, 그 후 10년간은 병과 씨름하다가 사망하는 것이다.

 

▼ 90%에 가까운 노인이 병으로 인해 고생을 하고 있다고 통계치가 전하고 있다.

여기 재밌는 통계도 있다. 여자가 남자보다 평균 7년에서 9년을 더 산다고 한다. 사람도 동물에 속한다고 하면 포유류의 영장류에 해당한다. 영장류 생태계를 보면 암컷이든 숫컷이든 새끼를 돌보는 쪽이 오래 산다고 한다. 종을 보존하려는 자연적인 본능이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것을 정설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 움직이지 않고 입만 갖고 사는 왕과 양반의 평균수명은 훨씬 짧다. 조선의 왕들은 더 짧아서 평균 40세에도 이르지 못한다고 한다. 반면에 여성화된 내시의 수명은 옛날에도 70세에 이를 정도로 길다.

 

▼ XX 염색체를 가진 여성은 하나의 염색체가 잘못 되어도 다른 쪽에서 보상을 해주지만, 남성은 그렇지 못하다. 즉 생태적으로도 불리하게 태어났다.

 

▼ 가족 중심으로 남녀의 차이가 없이 자녀를 돌보는 몰몬교도 남녀간의 평균수명은 비슷하다고 통계는 전한다.

 

<후기>

오늘 아침에 '알렉시'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다. LA에서 돌아오는 주노아톰님과 주말에 같이 만남을 갖기로 했지만, 감기 때문에 꼼짝 못하고 쉬어야겠다고 합니다.

제주에 오신 신고식을 하는 모양일 거라고 농담을 했습니다.

주노아톰 님도 엊저녁에 제주에 잘 도착하셨다는군요.

조만간에 회동을 한 번 가져야겠습니다.

 

감기 이야기를 쓰다보니 건강에 대한 글로 바껴버린 감이 없지 않으나, 어차피 일맥상통하는 바가 없지 않으니 재미삼아 보시라고 두서없이 엮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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