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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내가 본 가장 끔찍한 영화

(2012년 9월 15일)

 

한국에 돌아와서 소일거리 중 하나가 영화를 보는 것이다. 세상이 좋아져서 귀찮게 극장에 갈 필요도 없이, 인터넷으로 다운로드해서 편리하게 본다. 불법인 줄은 알지만 그런 것을 따질 형편은 아니다.


컴퓨터와 TV를 연결해 놓고, 우퍼가 달린 스피커를 연결해 놓으면 그럴 듯한 사운드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영화를 볼 수 있다. 책과 마찬가지로 돈과 시간, 노력을 들여 만든 영화도 분명히 전하는 메세지가 있기에, 단순 오락거리보다는 메세지가 있는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이다.


얼마 전에  실화에 바탕을 둔 두 편의 영화를 보았는데, 그 소재와 내용이 충격적이고 잔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어서 소개해 본다.


Desert Flower


그 중의 하나가 '사막의 꽃(주인공의 이름이 소말리어로 Desert Flower)'인데, 소말리아에서 태어나 슈퍼모델이 된 여성의 자전적 스토리를 그린 영화다.


유목생활을 하는 가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그 가정의 13세 된 소녀가 어느 노인의 일곱째 부인으로 염소 몇 마리에 팔려가기로 결정되자, 소녀는 사막을 맨발로 걸어 탈출을 시도하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영국의 소말리아 대사관의 청소부를 거쳐 불법체류자가 되고, 노숙자로 거리를 전전하다가, 사진작가의 눈에 뜨여 세계적인 패션모델로 성공한다는 스토리다.


이 여성은 어렸을 때 할례를 당한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3세에서 8세 사이에 모든 여자 아이에게 할례를 행한다고 한다. 여성의 성기를 제거하는 시술도구는 내가 어렸을 때 부친이 사용하던 '도루코 면도날'이 전부다. 그것도 녹이 슬대로 슨 것이었다. 시술자는 시술경험이 많은 노파다. 비명을 지르는 아이의 모습은 차마 볼 수가 없었다. (Oh, my God! 이 장면은 차마 볼 수가 없어서 방에서 나갔었다.)


소변만 볼 수 있게 작은 구멍을 남기고 꿰매는데, 결혼하는 첫날밤 신랑이 꿰맨 곳을 가위로 뜯어내고 첫날밤 행사를 치룬다고 하니, 상상을 초월하는 잔혹사다. 지금도 하루에 수천 명의 소녀들이 할례를 당하고, 그 중의 10~20%는 과다출혈이나 상처가 덧나 사망하고 있다고 영화의 말미에 전한다.


21세기 인류의 문명이 최고조에 이른 이 순간에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이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할 뿐이다. 인류의 지성이라고 떠드는 사람들은 무얼 하고 있는지, UN 같은 국제기구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아직도 인간이 갈 길은 멀기만 한 것 같다.



난징, 난징


1937년 12월 13일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남경을 침공하면서 벌인 대학살을 흑백화면으로 담담하게 전하는 이 영화를 보면, 나치가 벌인 유대인 학살은 차라리 낭만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무슨 해충을 박멸하듯 인간을 살육한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난징의 강간'이라는 책을 써서 유명해진, 뉴저지 프린스턴에서 출생한 기자 출신 차이니즈 아메리컨 '아이리스 창 (Iris Chang)'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고, 난징 학살시 수만 명의 중국인을 구한 나치 독일인 '존 라베 (John Rabe)'에 대한 영화를 보았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현실감은 더했다.


아이리스 창은 1997년 'The Rape of Nanking; The Forgotten Holocaust of World War II'이란 베스트셀러 책을 써서 유명해졌는데, 그 후 일본인들로부터 전화와 편지 등 집요한 협박과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우울증에 걸려 2004년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주변에서 권총자살로 36세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이 영화를 보면 일본인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예의바르고 남에게 피해주기를 싫어하는 일본인은 모든 인간이 본받을 만한 품성인 반면에, 맹목적으로 집단에 충성하고, 집단을 위해서는 인간의 이성조차도 무시하고 야만을 서슴치 않는 일본인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들었다.


이런 생각은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한국과의 독도분쟁, 중국과의 센카쿠 분쟁을 대하는 일본인들의 이중적 태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일본인들이 다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 중에도 사건을 제대로 인식하고 독도는 역사적으로 일본이 영토를 주장할 수가 없다고 말아는 이들도 있으니까. 하지만 일본인이라는 집단 내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오로지 극우 우익세력만이 돋보이고 있다.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과 반인류적인 행위를 반성할 줄 모르고, 감추고 숨기기에 급급한 일본인들, 집단의 체면과 이익을 위해서는 역사도 왜곡하고, 아이들에게 거짓을 가르치기도 하고, 억지를 부리는 민족인 일본인들에게 인류애와 체통을 지키라고 충고하는 것은 무리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이렇게 잔혹한 민족은 세계사에서 유례가 없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잔혹한 야만인들에게 당한 임진왜란 7년 동안 우리 민족이 얼마나 수난을 당했는지는 역사가 기록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심했을 것이라는 것에까지 쉽게 상상이 갔다.


일본인들, 그들이 저지른 만행은 인간이 한 짓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잔인했다.


- 일본군인에게 너무 시달려 죽은 정신대(성노예)들을 버리기 위해 손수레에 싣고 가는 장면. 며칠 전만 해도 이들은 가정주부이었고, 여염집 규수였다.


- 난징의 강간에 실린 사진. (장난삼아 일본도로 목을 벤 뒤, 그 목을 자랑스럽게 들고 있는 실제 사진)



- 영화 '존 라베'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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