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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미국에서 가져오고 싶은 것

(2012년 9월 12일)

 

이곳에서 살다보니 폐지를 수집하는 분들을 자주 본다. 폐지수집이 돈 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거라도 할 수 밖에 없는 형편에 몰린 분이거나, 다른 일을 찾지 못한 분들이 마지못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할머니는 마트의 카트 크기만한 손수레를 끌면서 폐지를 모으고, 어떤 할아버지는 '리어카'라고 불리던 손수레를 끌기도 하지만, 그것도 규모가 있는 분들은 1톤 트럭에 커다란 판자로 벽을 만들어 폐지를 보이는 대로 던져넣기도 한다. 손수레를 끄는 분들은 애처롭기 그지 없다. 바람이 많은 제주에서 바람이 좀 세게 부는 날은 힘들게 모아놓은 폐지가 힘없이 엉성하게 단속한 끈 때문에 바람에 날아가는 모습을 운전하다 보기도 하는데, '아이구, 저런!' 하고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 분들 덕인지 길거리에 종이 쓰레기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캔이나 비닐, 병, 프라스틱 통 등이 쓰레기가 되어 길거리에 굴러다니거나 좁은 길이나 수풀 후미진 곳에 흉한 모습으로 버려져 있다. 제일 많이 보는 것은 막걸리나 소주용기, 커피음료 깡통, 생수(미네랄 워터) 용기들이다.


뉴저지에서는 보지 못했는데, LA에 살 때에 프라스틱 용기나 병들을 수거하는 시설이 살던 아파트 근처에 있었다. 랄프라는 슈퍼마켓 옆에 있는 커다란 기계장치(Re-cycling machine)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 무슨 일인가 하고 가 보았더니, 맥주 캔이나 생수 통들을 커다란 백에 잔뜩 가지고 와서 기계에 집어넣고 있었다. 다 넣고 나면 한 개에 5센트씩 계산해서 쿠폰이 나왔고, 그 쿠폰은 랄프에서 돈으로 환산하거나 물건을 계산할 때 지불할 수 있었다. 그걸 본 와이프는 집에서 나오는 캔이나 생수병들을 버리지 않고 가비지 백에 모아 두었다가 서너 개가 차면 20불 정도의 쿠폰으로 바꿔오곤 했었다.


한 번은 미니밴에 가득 가져온 노부부를 본 적이 있었는데, 할머니는 계속 집어넣고 할아버지는 미니밴으로 두 번인가 더 가져왔다. 1~2년 동안 게러지에 모아둔 것을 가져온 것인데 4~5백 불 정도 될 것이라는 말에 놀랬던 기억도 있다.


정말 한국에 필요한 시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폐지를 수집해서 살아가는 분들에게는 수입원이 더 많이 생겨서 좋고, 도청에서는 거리가 깨끗해져서 좋고, 재활용으로 자연보호도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지 않을까?

어디에다 건의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찾아봐야겠다.


국회의원 놈들 선진국을 배운다며 해마다 뻔질나게 외유를 나가면서 무얼 보고 오는지 모르겠다. 한인회나 찾아다니며 동포들과 골프나 치다 오겠지만.


그나저나, 저 불쌍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어찌할 방도는 없나!


- 얼마전 운동하러 나갔다가 새벽에 뜬 보름달을 보고 찍었습니다. 저 달이 작아졌다가 다시 보름달이 되면 추석입니다.


-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 벌써 계곡에는 물이 말라버렸습니다.


- 길 가에 아무렇게나 핀 이름모를 꽃이 보기에 좋습니다. 


- 바위 틈에서 빠지지 못하고 고인 물이 큰 비가 왔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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