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한국의 아이들

(2012년 9월 9일)

 

제주에 살면서, 5개월 째 초등학교 아이들을 학교에서 학원으로, 학원에서 또 다른 학원으로 혹은 집으로 실어다 나르는 학원차량 운전기사 입장에서, 또 세 아이를 키운 경험이 있는 선배부모의 입장에서 답글을 답니다.


일단, 질문의 내용은 정답이 없는 - 매우 미안한 말이지만,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면 - 바보같은 질문입니다.


겨우 초등학교 1, 2 학년에 다니는 아이들을 위해서 서울에서 살지, 제주에서 살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좋은 발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들의 인생이 아닌 본인 스스로의 인생을 위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고, 행복한 환경 속에서 행복하게 자란 아이라야 인생에서도 성공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앞에 차를 대고 기다렸다가, 아이들이 끝나기가 무섭게 차에 태우고 학원에 데려다 놓습니다.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 뿐만 아니라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차문을 제대로 열고 닫지를 못하는 어린 아이들도 있지요. 틈만 있으면 먹을 걸 사러 갑니다. 요즘은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급식을 합니다. 4교시만 하더라도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는 데도, 나오자 마자 또 군것질을 합니다. 저는 그걸 아이들의 스트레스 해소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참, 술레잡기에 구슬치기에 말뚝박기를 하고 한참 놀아야 할 아이들이 보충수업 학원으로, 태권도, 발레, 미술, 피아노 학원으로 잠시의 틈도 없이 돌아가며 받는 스트레스를 군것질로 해소한다고 보는 거지요.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흔합니다. 미국에서도 아이들이 놀지 않느냐고 반문할 지도 모릅니다만, 미국에서는 매일 체육과목이 있습니다. 제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 보니 학교에서 충분히 뛰고 달리면서 놉니다만, 한국에서는 체육시간이 많아야 일주일에 두 시간 있을 겁니다.


최근에 젊은 사람들에게 '제주이민'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 기사를 자주 봅니다. 한국사회의 기존질서에 환멸을 느낀 젊은이들이 다른 삶을 찾아 제주를 찾는다는 거지요. (http://cafe.daum.net/jesalmo '제주에 살기위한 모임' 일면 '제살모'를 참조하세요) 그러나 제주에 내려온다고 해서, 제주의 교육열이 서울 같은 대도시 보다 못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제주 시내를 지나다보면 보이는 게 학원간판이고, 영어학원입니다. 물론 서울의 유명학원 처럼 뛰어난 강사가 없을 순 있어도, 시설이 없어서 도시 보다 못한 교육을 받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을 한국에 데려다 놓으면 가장 큰 문제는 '문화충격'입니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서로 어깨를 부딛혀도 '미안(Excuse me)'이란 말을 할 줄 모릅니다. 아니, 모른다기 보다는 그런 것을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않았겠지요. 미국에서 살다가 온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와 울면서 하는 말이, 아이들이 내게 '익스큐스 미'라고 하지 않는다고 하더랍니다.


제가 이곳에서 느끼는 확실한 것은, 한국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KBS 스페셜 2011년 1월 16일 방영 '행복해지는 법 - 1편 대한민국은 행복한가?' 참고) 학원에서 미리 배우고, 학교에서는 배울 게 없어서 정작 학교에서는 졸고 있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국회에서는 선행교육을 법으로 금지시키려 한다는 뉴스를 봅니다. 쓸데없는 교육 - 쓸데없지는 않겠지만, 나중에 학교에서 배울 지식을 미리 배우기 위해 -을 받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정작 제도교육에서는 시험보는 기술만 가르치는 현행교육은 분명 바껴야 하고 아마 바뀔 겁니다.


이야기가 빗나갔지만, 부모가 행복하고 가정이 화목하면 아이들은 저절로 잘 자랍니다. 제 아이들은 다 자랐지만, 지금 가장 후회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성적에 일희일비 하기 보다는 좀 더 화목한 부모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는 거지요.


'알은 스스로 깨어지면 생명이 되지만, 다른 사람에게서 깨어지면 요리가 된다.' 고 합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아이들에게 올인하는 부모들을 많이 봅니다만, 아이들을 '요리'로 만들 뿐입니다. 

알이 깨어지도록 해야지 깨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깨어나서 생명이 되게 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부모로서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일이니까요!


(혹, 거슬리는 내용이 있을까봐 두렵습니다만, 절대로 그런 의도는 없으며 내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자식농사'에 실린 글들을 보시기 바랍니다.)

'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르마 바꾸기, 둘  (0) 2013.11.15
미국에서 가져오고 싶은 것  (0) 2013.11.15
가르마 바꾸기  (0) 2013.11.15
걸리는 게 죄다  (0) 2013.11.09
자연은 자연 그대로  (0) 2013.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