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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나은 세상을 위하여

진실 바라보기 (3)

(2012년 5월 16일)

 

대통령 이야기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는 황금만능주의시대지만, 그 돈도 권력 앞에서는 약하고, 오늘날 최고의 권력자는 대통령이다. 이론적으로는 그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은 국민, 즉 '주권재민'이니까 대중이 '최고권력자'가 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Strong America'를 부르짖은 Ronald Reagan 에게 미국민은 두 번씩이나 대통령으로 기회를 주어 오늘날 기울어져가는 미국의 토대를 만들었고, Bush 부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하여 다수가 고통받는 미국의 현재를 완성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1937년생) 전 이탈리아 총리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세 번씩(1994 ~ 1995, 2001 ~ 2006, 2008 ~ 2011)이나 총리를 지낸 그야말로 화려한 전력의 인물이다. 마피아를 비롯한 각종 범죄에 연루되었고, 미성년자들과의 섹스파티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고, 오바마를 '선탠을 너무 많이한 남자'라는 농담같지 않은 농담을 하여 'Racist(인종주의자)'임을 과시(?)했다. 오죽했으면 영화배우 출신으로 그와 혼외정사로 아이를 낳은, 그의 두 번째 부인은 '저질 여자와 놀아나는 이런 남자와는 살 수가 없다'고 이혼서류에 명시했을 정도이다.


민주국가에서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법을 제정할 정도로 수완이 좋은 그가 정치신인이면서도 세 번씩이나 총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성공한 사업가로서의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다. 밀라노 외곽에 고급 콘도를 지어 30대 초반에 거부(탈세방법이 워낙 교묘해서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가 된 그는 이탈리아 주요언론을 장악함으로써 정치적 발판을 마련했다.


그가 언론을 이용한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유리한 것은 크게 떠드는 것이었다. 성공한 사업가로서의 경력을 크게 부각시켜 자신이 이탈리아를 통치하면 모두 부자가 된다는 환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준 것이다. 그러나 총리로서의 베를루스코니는 국가와 국민을 파탄에 빠트리는 대신, 자신의 이익과 부를 불리는데 주력했다.


- 베를루스코니가 프리메이슨 조직에 가입하고 입회비를 낸 영수증. 베를루스코니의 친구 집 수색영장으로 검찰이 발견했으나, 베를루스코니가 장악한 언론에서는 문제삼지 않고 넘어갔다.


수단과 방법이야 어떻든지 일단 되기만 하면 된다. 거짓과 위선을 내세워서라도, 혹은 폭력으로라도 대통령이 되고 총리가 되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된다.


우리의 위대한 대통령 전두환


전직 대통령으로서 자격을 누리며 사는 전두환의 오늘을 보면 감춰진 진실을 알 수 있다. 수천 명을 학살하고 대통령에 오른 인물로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의 대명천지 하에서 다소 치사하고 뻔뻔하기는 하지만 숱한 추종자들을 거느리며 호화롭게 살고 있다.


지난 5월 1일 방영한 KBS '시사기획 창' 이라는 시사프로그램을 보면, 전두환씨가 얼마나 국민을 기만하고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늘어놓았는지 보여준다. (KBS에서 방영한 '시사기획 창'을 부분 부분 잘라서 올렸는데, 저작권 침해라고 다음에서 제한해 버렸네요. 그 동영상이 없으면 이 글은 문맥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글로 풀어서 씁니다.)


그는 1988년 11월 대국민 사과성명을 하면서, 자신의 집과 서초동 개인 땅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하고 백담사로 피신을 떠나, 2년 후에 돌아온다. 그동안 그의 처남 이창석이 경매로 나온 연희동 집을 경매가보다 훨씬 높은 금액으로 구입한 후, 백담사에서 돌아온 매형과 누나를 살게하는 꼼수를 부린다. 이창석이 사용한 돈은 전두환이 대통령 시절 치부한 돈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가 정부에게 내놓고 국민의 처분대로 하겠다고 회견까지 하여 만인에게 천명한 재산은 지금도 여전히 그가 누리고 있다. 연희동 집은 소유만 형식적으로 이창석에게 넘어가 그대로 살고 있고, 서초동 200평 땅에는 그의 아들 전재국에게 증여하여 그가 설립한 출판사 '시공사'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돌아왔어도 주민들에게 열렬히 환대를 받고 있는 모습을 TV는 보여준다.


TV는 또 1996년 재판 때 법정진술을 보여준다.


- 취임 당시에는 군에서 나와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기업인들을 잘 몰라 돈을 주겠다고 하면 돌려보냈는데, 기업인들이 새 대통령이 나이도 젊은데다 얼마나 오래 할 지도 몰라 불안해서 밤잠을 못 이루고 해외도피까지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보좌관들이 경제가 혼란해지니 돈을 받으라고 제의해서 돈을 받았더니 기업인들이 열심히 투자하는 등 기업활동에 전념해 쓰러져 가던 경제를 일으켜 세웠습니다.(이런 말도 안 되는 진술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 뻔뻔함에 치가 떨린다. 서슬이 퍼렇던 국보위 시절 전두환은 돈을 잘 내놓지 않는 국제그룹을 해체시킨다.)


다음 장면에서는 근래에 있었던 케이블 TV에서 마련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 대통령을 7년 했습니다. 7년을 했는데 불란서 식으로 7년, 7년 두 번 하려고. 그러다가 잘못하면 내가 더 빠져서 7년 지나서 세 번 해야 되겠다, 네 번 해야 되겠다, 이런 또 모순에 빠진다든지, 아주 그 불행한 사태가 일어날까 봐 딱 나는 7년만 했어요. (그 인터뷰 자리에는 젊어보이는 외국인들이 통역을 통해 전해듣고 있었는데, 그들은 그 사기꾼의 말을 진실로 믿고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전두환은 또 선진국의 조건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 조그만 권력이 있다고 해서 권력을 남용하는 이런 사회가 되면 이건 선진국이 될 수 없어.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항상 잘 판단해서, 사리를 판단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권력남용 같은 게 없는 사회가 되어야, 그게 다 국민들이 행복한 삶을 사는 사회가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보고 있다고...


세상 천지가 다 아는 이야기를 어떻게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뻔뻔스럽게 말할 수 있다는 자체가 외경스럽기까지 한다.


갖고 있는 돈이 80만원 밖에 없어, 2천억에 이르는 추징금을 낼 수 없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그가, 오늘도 추종자들을 거느리며 골프장을 휘젓고 다닌다. 추종자들로부터 '굿샷' 소리를 들으며!


그가 빼돌린 돈으로 그의 아들과 딸들은 대한민국 이곳 저곳에 땅을 사두어 땅부자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고 시사프로그램은 전한다. 한국 뿐이 아니다. 캘리포니아의 나파벨리의 포도밭까지도.


이 코메디 아닌, 저질 전두환 개그를 믿는 사람들이 있을까?

 

결론은 '있다!'다. 그것도 한 두 사람이 아니고, 아주 많이.


YS는 '뻔뻔하고 염치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했지만, 보수 반공주의자 일부 세력과 전씨 추종자들의 모임인 '전사모'(http://cafe.daum.net/leejongpirl)측은 전두환을 구국의 영웅으로 보기도 한다. 전사모는 "각하의 위대한 업적이나 사소한 것들을 국민들에게 100% 알리지 않고 소수에게 이득이 되는 사실만을 100% 진실인양 떠들어대며 국민들을 우롱하고 대한민국 역사상에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위대한 영웅 전두환 전 대통령 각하를 음해하고 있다"며 그의 명예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전두환'에서 발췌)


 

이것이 진실이다.

가진 자, 힘있는 자들이 어리석은 대중을 갖고 놀기가 이렇듯 쉬운 것이다. 거짓말로 순간만 모면하면 된다. 그러고 나면 아무 뒷탈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가 거짓을 내뱉었어도 어느 누구 하나 시비거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진실이고,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면 서슴없이, 부끄럼없이 진실을 바로 보려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바로 진실이다.


<후기>

정치 이야기를 하고자 쓴 글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많은 진실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누가 봐도 이탈리아 경제를 망친 베를루수코니의 총리직 지지를 위해 수많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거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의 주요 TV 방송을 저질 오락 프로그램 매체로 탈바꿈을 시킨 사람이기도 합니다.


요즘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1년 전, 그렇게 감동을 주고 자부심을 갖게 했던, 시사프로그램들이 다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나마 십년 이상 계속되어 온 'PD수첩', '추적60분' 같은 프로그램은 차마 없애지 못하고 계속 결방을 하고 있구요.


이 나라의 누군가가 베를루스코니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글과 함께 올렸던 동영상이 삭제되어 글로 다시 정리했더니 엉망이 되었습니다. 양해해주시기를...

관심있으신 분은 첨부된토렌트로 다운 받으시기 바랍니다.)

첨부파일 시사기획 창.120501.'정의 사회 구현'.HDTV.H264.72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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