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

주유소 아르바이트 (2012년 1월 29일) 1년이 넘는 제주생활에서 깨달은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그냥 막연하게, 중학생 정도면 수학이나 영어를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았고, 또 제주의 특산품인 밀감 관련 일을 할 수 있겠거니 생각했지만, 아이를 가르치는 일에는 나이가 문제 되었고, 밀감과 관련된 일은 힘이 부쳤다. 중앙일보 장병희 기자와 인터뷰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주유소에서 펌핑하는 정도뿐이니 그 일이라도 할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지난 명절 직전 토요일 아침 TV에서는 고향찾아 내려가는 사람들 이야기로 설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교차로 광고를 뒤적이던 집사람이 화북에 있는 주유소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가 있다는 말에 '전화나 해봐'라고 했더니, 통화를 끝낸.. 더보기
도서관의 추억 (2012년 1월 21일) 60년대 말 중학생 시절, 요즘같은 겨울이면, 춥기만 한 단칸방을 벗어나서 공부한다는 구실로 새벽에 기차를 타고 남산 도서관에 갔던 기억이 있다. 집에서 한참을 걸어나와 화전역(지금의 경의선 화정 전철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내려 남산 중턱까지 걸어갔었다. 일찍 도착하지 않으면 좌석이 다 차서 들어갈 수 없으니 새벽에 일어나 서둘러야 했다. 그나마 부모님이 돈을 주지 않으면 갈 수가 없었다. 총 50원 정도가 들었던 것 같다. 왕복 기차비가 15원씩 30원(돈이 모자랄 때는 도둑 기차도 많이 탔었다), 입장료 10원(확실하지 않다. 무료는 아니었던 듯) 그리고 점심 때 국물이 10원이었다. 멸치국물에 튀김 부스러기같은 것이 둥둥 떠 있던 따끈한 국물에 차디찬 도시락을 말아.. 더보기
역이민 한국생활 1년 (2011년 12월 22일) 결코 원하지 않았었던 역이민이었지만, 제주에 둥지를 틀고 살기 시작한 지도 1년을 넘겼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본다. 생활비 및 소비생활 분석 - 건강보험: \86,000 - 전화, 인터넷, TV: \50,000 - 휴대폰 2개: \52,000 - 가스비: \50,000 - 전기: \45,000 - 화재보험: \30,000 - 현금인출: \150,000 - 카드사용: \500,000 월 고정지출이 평균 \963,000 이었던 것으로 대략적으로 집계되었는데, 각 항목 별 설명이 필요하다. 먼저 한국의 건강보험은 직장과 지역으로 나뉘는데, 직장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지역의료보험에 해당한다. 지역의보 가입자의 프리미엄은 재산에 의해 산출된다. 매년 11월에 변동된 재산에 의거 다시.. 더보기
일자리 찾기 경험 (2011년 11월 3일) 사실 그동안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몇 푼 되지도 않는 돈을 받으려고 구속되는 것도 싫기도 했고, 당분간 자유를 누리고 싶기도 했다. 또 제주에 정착하는 시간도 필요했고, 미국을 떠났지만 뒤처리가 필요한 자잘한 일들도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일자리 찾기를 전혀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노동부에서 운영하는 고용지원센터에 취업자로 등록을 하고 이력서를 제출했었지만, 전혀 연락이 없었다. 집사람이 벼룩시장의 구인광고를 보고 몇 군데 전화를 해보았지만, 대부분 45세 이하에만 기회라도 주어졌다. 몇 군데 구인광고를 보고 이력서를 보내보기도 했지만 한강에 돌을 던진 것 처럼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피아노 학원에서 운전기사를 모집한다는 광고에 연령제한이 없었다. .. 더보기
도치형님 傳 (2011년 10월 30일) 도치형님을 만난 것은 금년 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미주 중앙일보 블로그에 쓴 글을 보시고 댓글에 전화번호를 남기시어 찾아갔었는데, 제주에 와서 처음으로 30킬로가 넘는 먼 길(?)을 운전했던 기억이 있다. 그 분의 블로그 아이디는 '도치'지만, '한국30년, 미국27년, 제주8년'이라는 다소 긴 별명은 어디에서 얼마나 사셨는지 금방 짐작케 한다. 나보다 10년 훨씬 넘게 미국에서 사신 분이 제주에 돌아와 8년 동안이나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 날 만나서 했던 이야기들을 다 옮길 수는 없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으로 대화다운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아 마음이 후련해졌다. 더군다나 나와 같은 뉴저지에서 사셨던 분이라 말이 잘 통하기도 했다. 도치.. 더보기
제주의 여름 (2011년 7월 29일) 오랜만에 한국에서 보내는 여름이다. 육지에서는 물난리가 나서 난리라는데, 이곳은 파아란 하늘과 흰 구름 아래 매미소리만 가득하다. 어제는 제주가 35도에 육박했다고 한다. 화씨로는 95도 가량이 된다. 내가 사는 곳은 해발 200미터쯤 되는 곳이라 해변보다는 시원하다. 엊그제는 신제주에 사는 친구(이 카페때문에 알게 된 돌싱)가 와서는 자기가 사는 곳보다 훨씬 시원하다고 너스레를 떠는 것을 보니 그래도 좀 나은 것 같기는 하다. 뉴저지에서도 백도를 넘는 기후를 많이 겪어보았지만 그때는 그래도 견딜만 했었던 것 같다. 하긴, 하루종일 시원한 사무실에서 지내다가 저녁에야 집에 돌아오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도 온도만 맞추어 놓으면 에어컨도 자동으로 돌아가고, 또 한국처럼 습하지 .. 더보기
역이민 사례 1 (2011년 7월 15일) 지난 주에 저에게 연락을 해 온 분이 있었습니다. 서귀포에 이사온지 보름되었는데, 이사짐 정리에 장마까지 겹쳐 정신을 못 차리다가 겨우 연락을 했다고 했습니다. 아직 차를 마련하지 못해 움직일 수 없다는, 저보다는 젊어보이는 그 분을 만나기 위해 우리 부부는 서귀포로 갔습니다.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둘을 데리고 온 그 분의 이야기를 옮겨봅니다. - 미국에서 25년 살면서 이런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 서부에서 살며 장사를 해서 그럭저럭 잘 살았는데 2년 전부터 현상유지는 커녕 인건비도 안 나오더니 지금은 장사가 거의 안 된다. - 아이들이 아토피가 있어 의료보험을 안 들 수가 없는데, 5~6백 불 하던 보험료가 나이가 들자 8백 불을 넘게 나온다. 한.. 더보기
초보 역이민자의 소일거리 (2011년 7월 6일) - 앞으로 30년은 더 살아야 할 텐데 뭐하고 지낼려구? - 야, 제주는 70이 넘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야. 거기는 할 일이 없어. 뭐하고 살려고 하니? - 사람은 일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거 아냐? 돈이야 벌지 않는다고 해도 소일거리는 있어야지. 아무 것도 안 하고 어떻게 살려고 해.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국에 돌아와 제주에 살면서 가장 많이 듣고있는 이야기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아니, 다 맞는 이야기이어서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걸렸고, 아무 대책이 없다는 게 창피하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월은 흘러 6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금년도 상반기를 끝내고 하반기로 넘어가서 7월이다. '소일거리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걱정말고 오라'고 했던 동서의 말도 내게는 해.. 더보기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 (2011년 6월 21일) 60년대 말이었던 것 같다. 내가 소년시절을 보낸 경기도 고양군 신도읍 화전리(지금의 고양시) 마을에 가끔 가설극장이 들어왔었다. 가을 추수가 끝나 텅빈 논밭 공터에 커다란 천막이 쳐지고, 영화 포스터가 동네 담벼락에 붙었다. 영화는 보고싶고 돈은 없으니 부모님을 하루종일 조르다 안 되면 동네 개구장이들과 몰래 들어갈 궁리를 하기도 했던 기억이 아스라하다. 엄마 조르기에 성공해서 돈 내고 들어가 보았는지, 아니면 실패해서 몰래 텐트 한 귀퉁이를 들추고 들어가 보았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땅바닥에 펼쳐진 가마니 위에서도 세상 어느 누구 부럽지않게 행복하게 본 영화가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였다. 넓다랗게 펼쳐진 흰 천위에 대한뉴스가 나오기 시작하면 어린 가슴은 기대와 행복감으로.. 더보기
제주를 흉보다. (2011년 3월) - 제주사람들이 외지인을 말할 때 ‘육지사람’이라고도 안 해요. ‘육지 것’들이라고 하지요. - 외지인들이 음식점을 차리면 아무리 맛있어도 제주사람들은 절대 안 갑니다. 결국 음식점 차린 사람은 문 닫을 수밖에 없어요. 그만큼 배타적입니다. - 제주사람들에게는 쉽게 마음을 주지 마세요. 나중에 상처 받습니다. 그리고 말조심해야 합니다. 외지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과장해서 말을 옮기기도 하고 쉽게 삐지기도 합니다. - 외지인들에게는 많이 불친절합니다. 손님에게 웃음을 보이기는커녕 사기 싫으면 관두라는 식입니다. 이곳에 왔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과 충고들이다. 한국사람들이 지역에 따라 차별을 많이 한다고 해도 듣기에 따라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비슷하지 크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