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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

재밌는 사람들, 재밌는 한국

(2011년 11월 23일)

 

인터넷을 발달로 TV도 다운로드해서 보지 실시간으로 보지 않게 되었다.

불필요하게 기다리는 일도 없고, 쓸데 없는 객들이 나와 주절대는 것은 보지 않고 지나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나는 가수다' 라는 프로그램은 노래를 하는 시간보다 별 볼 일 없는 매니저라는 코메디언들이 본 프로와는 상관없이 보내는 시간이 많다. 시사 프로그램을 볼 때도 관심없는 부분은 건너 뛸 수가 있다.

 

그런데 실시간으로 보는 프로그램이 몇 개 있다. 화요일에 하는 '러브 인 아시아'라는 프로그램이다.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된다. 우리보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더듬거리는 언어를 보면서 내가 미국에서 살 때 미국인에게 비친 모습이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리기도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구수한 냄새가 마음을 짠하게 하기도 한다.

 

그 다음이 '개콘'이라고도 불리우는 '개그 콘서트'다. 원래 코메디 프로는 저질이라는 선입관때문에 얼씬도 안했지만, 우연히 본 방송에서 '최효종'이라는 친구에게 반한 때문이다. 외모도 목소리도 방송용(?)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친구가 촌철살인의 단어구사와 천재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 재치로 보는 사람을 통쾌한 웃음을 터뜨리게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도 한다.

 

내 아이와 같은 나이의 이 친구를 1969년 생의 강용석이라는 현역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이라는 집단에 대한 명예회손 했다며 고소를 했다. 최효종이가 개그의 소재로 국회의원을 선택한 것이 빌미가 된 것이지만, 개그보다 더한 코메디가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다.

 

물론 억지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이해는 된다. 강용석은 대학생들과의 회식자리에서 한 발언이 빌미가 되어, 한나라 당에서 제명되었고 아나운서 집단 명예훼손 죄로 유죄판결을 받아 형이 확정되면 국회의원직도 박탈 당하게 되는데, 그게 억울한 거였다. 그에게는 '내가 유죄면 최효종도 유죄다' 하는 억하심정으로 한 것 같은데 정말 소인배의 발상이다.

 

강용석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강남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고 서울대 법대와 대학원 졸업에 하바드 법대 대학원을 졸업했다.(위키피디아 http://ko.wikipedia.org 참조) 사법고시도 서울대 학부 재학시절에 패스했으니 소위 0.01%의 대한민국 엘리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법하다.

 

이런 엘리트가 일반 서민도 상상하기 힘든 일을 할 정도로 망가졌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을까? 그가 작년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를 끝내고 연세대 학생들과 가진 뒷풀이 회식에서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 대통령이 너만 쳐다 보다라. 김윤옥 여사만 없었다면 너에게 전화번호를 달라고 했겠더라.

 

- (아나운서를 하려면)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할 수 있겠느냐?

 

- (패널은) 못 생긴 애 둘, 예쁜 애 하나 구성이 최고다. 못 생긴 애 하나에 예쁜 애 둘은 오히려 역효과다.

 

이 발언으로 그는 고소를 당했고 당에서 제명을 당했고, 또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한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웃기다 못해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조금도 반성하는 기미가 없이 더 날뛴다는 것이다. 매스컴에 조금만 튀는 사람이 나타나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고소고발을 하더니 개그맨 최효종이를 고소하는 지경에 까지 왔다.

 

그냥 재밌다고 웃기만 하기에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지만,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이다.

 

또 재밌는 프로가 있다. '짝'이라는 다소 선정적이기도 한 배우자 구하기 프로이다. 이 프로가 관심이 있는 이유는 나도 조만간 결혼해야 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고, 흥미가 있는 이유는 요즘 젊은 사람들의 생각을 볼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상 깊었던 출연자들 중에는, 재혼상대를 찾는 '돌싱(돌아온 싱글)'들이 있었고, 40살을 넘긴 노총각 노처녀들이 있었고 또 탈북처녀, 농촌총각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 주에 정말 웃기는 녀석이 나타났다. 재벌 2세쯤 되어 보이는데, 무슨 IT 아웃소싱하는 회사의 대표라고 하는 친구다. 기사가 운전하는 시커먼 자가용을 타고 등장하는 것까진 봐 줄만 했다. 그런데 이제 스물 댓살 먹은 젊은 놈이 운전수가 문 열어줄 때까지 기다리고, 옷가방을 드는 심부름까지 시킨다.

 

갈 수록 이 친구는 가관이다. 얼굴성형에 6천만원을 썼다고 자랑하고, 손톱미용을 위해 네일샆을 다닌다고 떠벌린다. 창피를 모르고 자기가 가지고 누리고 있는 것을 맘대로 과시하는 게 요즘 젊은이들의 모습인지는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리 세대가 미덕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은 역사 박물관 속의 전시물로만 남게 될런지도 모르겠다.

 

자기가 대시해서 넘어가지 않는 여자가 여태껏 없었다고 하면서도 결혼할 배우자를 찾겠다고 나타난 것이다. 전혀 그 프로의 목적에 맞지않는 그런 왕싸가지를 흥미를 위해 출연시킨 방송국도 문제지만, 그런 무지렁이에게 호감을 갖는 처녀들도 한심해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부모를 잘 만나 돈이 많다는 녀석이 OO전문학교를 졸업했다는 학력을 보니 그 수준에 맞게 처신한다는 이해심이 생긴다.

 

차라리 이 녀석이 강용석이라면 이해가 된다. 그러나 강용석은 너무 했다.

 

또 어떤 녀석은 짝을 찾겠다고 하면서, 헤어진 옛날 애인 이야기만 하면 훌쩍훌쩍 운다. 그냥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나약한 녀석도 있다. 애인 후보들 앞에서 옛 애인을 못잊어 울면서 자신을 배우자로 선택하길 바라는 녀석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감이 안 온다.

 

이런 재밌는 녀석들 때문에 한국이 재밌고 이곳에 사는 게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

 

미국에서는 뉴스를 봐도 이해가 안 되는 게 많았는데, 이곳에서도 말을 너무 잘 못 알아듣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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