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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

세상사람이 다 스승이다.

(2011년 8월 5일)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좋은 것은 본받고 나쁜 것은 살펴 스스로 고쳐야 한다[三人行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논어 술이편(述而篇)에 나오는 이야기다.


굳이 논어를 들지 않더라도,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다 배울 것이 있다.


아이들에게서는 순진무구함을 배우고,

성공한 사람들에게서는 그들의 노력을 배우고,

실패한 사람들에게서는 그들의 실수를 배워 교훈을 삼는다.


스스로에게서도 배운다.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그 이유를 철저히 분석하여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고,

잘한 경험들은 내일을 사는 지표로 삼는다.


그래서 경험한 길을 가는 것은 쉽다.

주저하거나, 망설일 필요도 없고 가야할 길을 잃어버릴 위험도 없다.


그러나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은 불빛의 도움 없이 밤길을 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

앞의 길이 막혀 되돌아 나와야 할 지, 낭떠러지의 위험한 길인지 알 길이 없다.


체력이나 지력에 자신이 있었을 때는 그런 길도 두렵지 않았다.

두려움 없이 다소 난관이 있더라도 헤쳐나갈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게 언제부터인지 생각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자신이 없어졌다.

노안으로 식당에서 메뉴가 안 보이기 시작했을 때부터 였는지,

그렇게 자신있던 기억력이 떨여져 어디에 무얼 두었는지 찾기 시작했을 때부터 였는지,

아니면 나이가 들면 많아진다는 여성 호르몬 덕분인지도 모르겠고,

혹은 인간이 원래 모자란 탓인지도 모르겠다.


"점점 매사에 자신이 없어요......"

얼마 전에 버지니아에 살고 있는 분이 카페에 올리는 글을 보고 전화를 해왔다.

미국에서 30년 이상 살았다는 그 분과 

한 시간 가까이 미국 이야기와 제주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기억에 남는 건 이 말뿐이다.

그 분도, 나도 공감했던 말.


'점점 자신이 없다'는 말이 쉬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자신이 없다는 말은 불안하다는 뜻이리라.

그게 화두가 되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얻고자 하는 삶을 살았다.

돈을 벌고, 이런 저런 물건을 사고, 아이들에 집착하고, 나 자신만 생각하고.


앞으로는 삶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가진 것도 줄이고, 집착도 버리고, 다른 사람이 누릴 즐거움을 더 많이 생각하면 된다.


이제부터는 하나씩 마음의 짐을 버리고 삶을 비워야 한다.

지난 날의 생각을 버리고, 아이들의 능력을 믿고, 걱정을 떨쳐 마음을 비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앞서 살다가신 분들이 힘들게 수행을 한 것이 이제야 이해간다.

마음에 뜻을 두고 지향을 그 쪽으로 하다보면,

마음 속의 불안도 사라지리라.


세상 사람 모두가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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