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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나은 세상을 위하여

Brexit, Trump 그리고 대한민국 애국자

지난 금요일 국민투표로 영국의 EU탈퇴가 결정되면서 온 세계가 난리가 난 것처럼 매시간 뉴스를 전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미국, 중국, EU, 일본 등 모든 정부는 자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앞으로 미칠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마련하기 위하여 분주하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뉴스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분명한 사실이 있다. EU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나라는 EU 최대의 경제대국 독일이다. 몇 년 전 그리스 사태 때도 그랬지만 EU에서 어떤 문제가 나타날 때마다 등장하는 사람은 독일 메르켈 총리다. 그 다음은 프랑스다. 화폐통합을 하지 않은 영국의 역할이 EU 내에서 어떠할지는 몰라도,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만 해도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 국민으로서의 자존심에 상처가 아닐 수 없다.


그 증거는 투표결과 분석으로 나타났다. 다음 스크린 샷을 보자.(Brexit 투표성향 참고자료 보기)


▼ 연령이 높을수록 탈퇴 찬성이 많았다. 과거의 영광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전쟁을 경험하고 독일에 감정이 많은 연령이다. 살 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살 날이 별로 없는 노인들이 결정하는 모순은 어느 나라나 같다.



▼ 블루칼라는 탈퇴를, 화이트칼라는 잔류 쪽에 표를 더 많이 던졌다. 자신이 어렵게 사는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려는 인간의 타성을 반영한다.



▼ 교육수준과 소득이 높을수록 잔류를 택했다. 이 통계는 판단기준이 보다 이성적이라는 것을 반영한다. 지식은 감성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된다.


▼ 탈퇴 여론이 높았다가 잔류지지 하원의원이 피살된 후에 여론은 반전된다. 또한 투표당일에 유권자 여론조사에서는 잔류가 높았으나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탈퇴를 선택하고 나서 후회했다는 것과 확실한 정보 없이 감정적으로 투표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 주류는 탈퇴를 비주류는 잔류를 선택했다. 대영제국의 자존심이 선택의 중요한 변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EEC(European Economic Community, 유럽경제공동체)가 화폐를 ‘유로’로 통합하면서 EU체제로 개편한 것은 미국의 달러에 대항하기 위해서였다. 국제 기준화폐로서의 달러로 인한 경제적 손해를 극복하겠다는 구상은 미국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내가 처음 미국에 갔을 때는 80센트에 어림했던 유로가 1불을 훨씬 넘게 되자, 맨해튼에는 관광하는 유럽인들이 넘쳐났고, 커다란 여행 가방이 불티나게 팔렸다. 돌아가는 유럽인들이 쇼핑한 물건을 가득 채울 가방이 필요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브렉시트는 EU가 아니라 EEC 탈퇴로 봐야하며, 그리스 사태 때보다 파장이 훨씬 크다. 영국인들이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두 명의 위대한 정치가가 있다. ‘윈스턴 처칠’ 경과 ‘마가렛 대처’여사다. 한 사람은 이상적인 유럽으로 유럽의 통합(Union of Europe)을 주창했고, 다른 사람은 현재의 EU를 반대했다. 두 분 모두 영국을 강하게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다.


이상과 현실은 항상 다르다. 이상은 이성과 양심에 의해 옳다고 믿는 것이지만 아득히 먼 곳에 있고, 현실은 당장 눈앞에서 실현되는 이익이고 손 안의 현찰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상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 깨닫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 이상보다는 현실을 쫓는 이유이며, 보통 사람들이 성경이나 불경, 공자나 맹자의 가르침을 따르지 못하는 원인이다. 내전으로부터 탈출한 난민이 빌미가 된 이번 사태도 이렇게 이해하면 쉽다.


인간의 생명이 존귀하다는 것은 인류가 함께 지켜내야 할 보편적인 명제라고 할 때, 생명과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학살의 현장을 탈출한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량으로 들어오는 난민으로 인한 두려움을 거둬내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지식기반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야 괜찮겠으나, 몸으로 먹고 사는 기능직이나 단순노무직은 다르다. 끝도 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으로 인해 자신이 생계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치기 어렵다.


▼ 이렇듯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들을 보고 두렵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게다가 그들은 생김새도 틀리고 종교도 다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미국에서는 'Donald Trump'가 신났다. 추락하는 인기와 등을 돌리는 지지층으로 멀어져가는 당선가능성을 반전시킬만한 기회를 만났다. 미국과 미국인의 이익만을 생각해서 미국을 세계로부터 독립(실상은 고립)시키자는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그를 지지하는 층도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계층과 다를 것이 없다. 백인, 남자, 저학력자 등이 주류다. 히틀러가 조국 독일이 못사는 이유를 1차 세계대전의 패전에서 찾지 않고 유태인 핑계를 댔듯이, 브렉시트 찬성파는 난민과 외세 탓으로, 트럼프는 멕시코 이민자와 무슬림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 브렉시트를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트럼프


최근 ‘jtbc 팩트체크’는 재밌는 보도를 했다. 6월 ‘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국가보훈처’에서는 ‘나라사랑의식지수 조사 보고서’라는 것을 발표했는데, 고학력, 화이트칼라일수록 안보의식이 낮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대학물을 먹을수록, 책상에 앉아 편하게 먹고사는 사람들일수록 애국심이나 안보의식이 부족해서 정부시책에 협조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전쟁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국민은 42%밖에 되지 않는다는 조선일보의 기사를 인용하면서 – 다른 나라의 평균은 61% - ‘호국정신’ 함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유신시대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팩트체크 보기 )


▼ 대통령을 비난하면 안보의식이 없다는 것인가? 그러면 노무현 대통령 때는?


‘호국(護國)’,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었다. 나는 유신체제의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학도호국단’ 소속으로 학교 수업시간 중에 6년 동안이아 군사훈련을 받았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에는 반공교육을 받았다. 제일 쉬운 게 반공시험이었다. 너희는 무조건 나쁘고 우리는 무조건 좋다고 하면 맞는 답이었다. 다른 의견이나 토론은 생각할 수 없는 주입식이었다. ‘유신’과 함께 사라진 줄 알았던 ‘호국’이라는 단어가 아직도 쓰이다니! 맨날 똑같은 내용의 안보교육을 받으며 단잠(?)을 자던 40년 전이 생각났다.


순간, 무언가 일맥상통하는 흐름이 잡혔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지지자, 그리고 국가보훈처에서 생각하는 애국자들.


▼ 이런 조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월급이 너무 아깝다.


질문의 수준이 초등생 반공시간 수준이다.


▼ 이상이 아무리 멀리 있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바라볼 곳을 바로 그곳이다.

- 2016년 6월 26일 제주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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