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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얻은 정보

1.

 지리산둘레길에서 만나 3일간 길동무를 했던 Y선생은 지리산을 무척 좋아하는 분이었다. 5차례에 걸쳐 둘레길을 완주한 그 길을 또 다시 걷기위해 10일을 예정으로 6번째 방문했을 정도이었다. 그런 만큼 지리산 인근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분에 의하면 경남 하동군에 속하는 악양, 대축이 한국에서 손꼽히는 은퇴지라고 한다.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진 터라 땅값도 많이 올랐다고 하니, 역이민 지역을 찾는 분들 가운데 여유가 있는 분들은 이 지역을 고려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KBS 인간극장 금주 편에 '숙희씨네 지리산 편지'가 방영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를.


2.

 이번 여행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한국이 비록 작은 나라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쁜 곳이 참 많다는 것이다. 처음 가본 여수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바다에 접한 도시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주변에 산이 많았다. 과거 군복무 시절 제대 즈음에 촌스럽게 생긴 신병이 들어왔던 적이 있다. 돌산도 출신이라고 했다. "야, 임마! 돌산도가 어디야? 우리나라에 그런 섬도 있냐?" "옛, 여수에서 잠깐 배타고 가면 됩니닷!" 했던 돌산도도 처음 가보았다. 토목공사의 나라답게 웬만한 섬은 멋진 다리로 연결되어서 더 이상 섬이 아니었다.


둘째는 어딜 가도 볼 수 있는 벚나무들이다. 내 어릴 적 기억에는 진달래와 개나리가 전부였는데, 지금은 산이나 들이나 모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플라타너스나 포플러 나무는 더 이상 가로수가 아니었다. 벚나무가 어떤 장점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시골길의 가로수도 벚나무가 대부분이었다. 가로수뿐만 아니고 강변에서 개천가에도 동네에도 어딜 가도 벚나무를 볼 수 있었다.


또, 아직도 시골에는 가게 하나 없는 한적한 곳도 많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곳에서도 몇 십분만 나가면 커다란 읍내를 나갈 수 있을 정도로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젊은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살기 좋은 곳을 떠나 모두들 도시로만 가서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3.

 미국이나 제주에서 본 바다는 항상 파도가 심했다. 울진에서 근무할 때 본 동해도 그런 모습이어서, 바다란 으레 그런 것이려니 생각했었다. 그런데 여수나 순천만에서 본 바다는 파도가 거의 없었다. 다도해라는 명칭에 어울리게 섬들이 외해를 막고 있어서 바다가 무척 잔잔했다. 베트남의 하롱베이가 생각날 정도로. 물론 하롱베이처럼 호수 같이 잔잔하지는 않았다.


4.

 '경주애인'님은 무척 꼼꼼하고 세심한 분이다. 역거주 정착지로 여수를 염두에 두고 미국에서 인터넷으로 이미 여수와 그 인근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마치셨다. 그렇게 해서 안테나에 걸린 곳이 돌산도이었고, 여수시 돌산읍 봉양마을의 폐교된 봉양분교가 있었다. '경주애인'님의 조사에 의하면 1996년에 팔린 폐교가 다시 시장에 나왔다. 860평의 대지에 학교와 교사숙소 포함 건평 90여 평을 가진 곳이었다.


가격은 1억 3천에 다운계약을 하는 조건으로 2억 천이라고 한다. 그곳을 가보았다. 남북으로는 돌산도 중간에 위치했고, 동서로는 서쪽에 치우친 곳으로 작은 마을의 언덕 위에 있었다. 너무 한적한 것이 흠일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아주 평화롭게 보이는 곳으로 여수까지는 30분 정도 걸렸다. 바다가 보이는 장소는 아니었으나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서너 분이 힘을 모아 공동으로 구입해서 거주한다면 적당할 것 같다. 살 집은 새로 지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건물이 있으니 불편하나마 거주하면서 스스로 집을 지을 수만 있으면 경비도 절약할 수 있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텃밭도 가능하고 집을 지은 후에 기존의 건물은 민박장소나 식당이나 여흥을 위한 공동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혹시 관심이 있는 분들은 '경주애인'님에게 문의하면 보다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5. 한국은 주택의 수가 이미 총 가구 수를 넘은지 오래다. 그래도 땅값은 물론이고 집값도 계속 오른다. 이유는 모른다. 여수도 이미 주택이 가구 수의 120~130%라고 한다. 그런데도 계속 택지가 개발되고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다. 오랜 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새로 지어진 아파트로 이사 간다. 그럼 헌 아파트는 누가 들어올까?


복덕방에서 들은 이야기다. 미국 LA에서 돌아온 70세 된 역이민 교민은 4~5년 전 돌산읍에 24평짜리 아파트를 7채 사서 월세를 놓았다고 한다. 한 채당 3~40만원을 받는다고 하니 월수입이 최소 210~280만원이 되는 셈이다. 구입은 한 채에 6천만 원 정도로 4억 남짓 투자해서 은행 이자에 비하면 몇 배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무엇이든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경주애인'님이 집주인과 통화를 했다. 예전과는 달리 월세가 잘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월세나 보증금을 낮춘다는 이야기다. 전에는 40만원 받았다면 지금은 30만원을 받는단다. 현재 아파트 값은 6천5백 정도다. 세를 놓은 교포 분은 한 달 생활비로 3백은 든다고 말했다. '감사함'님은 월 백만 원으로도 충분하다고 하셨으니, 생활비처럼 엿가락 같은 것도 없다.


전남 구례를 여행하다 만난 분에 의하면, 그 마을에는 빈집도 많다고 했다. 그런 빈집들은 1~2천만 원이면 충분하다는 거다.


6. 금오도는 아름다운 섬이다. 그곳에 사는 '금오도'님의 말에 의하면 예전에는 7~8천 명까지 살았던 주민이 지금은 3~4천 명이다. 사람이 부족해 돈벌이가 널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멸치잡이 배를 타도 한 달에 3백만 원 벌이가 되지만 힘든 일이라 전부 외국인이 한다는 거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3D에 해당하는 일이 싫은 것뿐이다. 6~70년대 우리 선배들이야말로 변변한 일자리가 없어 외국인들이 싫어하는 3D 일이라도 하려고 광부로 간호원으로 천대받는 외국생활을 했다. 지금은 대부분 기계화되어 옛날처럼 힘든 일이 아닌데도, 한국의 젊은이들은 고향을 버리고 도시에서 편한 일만 찾는 것은 아닐까. 과연 청년실업 운운할 자격은 있는 걸까. 무언가 시스템의 탓은 아닐까.


무지한 나는 잘 모르겠다.


<후기>

제주에는 선거날인 오늘 밤부터 아침까지 꽤 많은 비가 내리더니 지금은 짙은 안개가 가득 끼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밀린 일을 하며 쉬고 있습니다. 아직 여운이 가시기 전에 제가 얻은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쓴 글입니다.


▼ 아래는 폐교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