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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

한국에서 병원가기 2

(2011년 6월 11일)

 

대장 내시경 예약일 이틀 전부터 병원으로 부터 Appointment Remind를 위한 문자 메세지가 왔고, 당일인 6월 1일에는 전화로 오늘이 검사일임을 알려왔다. 사전 지시된 대로 전날은 가볍게 먹고 저녁은 흰죽으로 식사를 한 후, 아침부터 가루약을 500ml 물에 타서 8번을 마시면서 뱃속에 들은 것을 다 쏟아내었는데, 옛날에 했던 경험에 비하면 훨씬 쉬웠다.

 

약속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했으나, 간호사는 검사실로 바로 가라고 했다. 검사실로 들어서자 바로 뒤가 터진 환자복을 건네며, 바로 누우라고 한다. 기다리고 뭐고 잠시 앉아서 기다리는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은 급한 성질에는 '딱'이다.

 

지난 번 진료했던 젊어보이는 의사가 들어서며, ' 불쾌감이 드실 겁니다. 많이 거북하거나 아프시면 말씀하세요.' 하더니, 바로 검사에 들어갔다. 수면 내시경을 선택하지 않은 탓에 거북하고 아픈 느낌이 없지 않았으나, 참을 만 한 것이었다. 2~30분 다소 길게 느껴지는 검사가 끝나고 나니, 화장실에서 가스를 빼고 오라고 한다. 기계가 온 내장을 휘집고 다녔으니 가스가 많이 차 있다는 설명이다. 

 

다시 돌아온 검사실에서 의사는 모니터에서 촬영한 것을 보여주면서, 이곳은 어디고 저곳은 어디며 비교적 깨끗하며,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1~2mm 정도의 용종이 하나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십이지장까지 보여주었는데, 살아있는 인간의 내장을 칼러화면으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현대과학의 기술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떼어낸 조직의 검사결과는 일주일 후에 알 수 있다하여, 일주일 후 다시 진료예약을 잡고 대장내시경 검사는 끝났는데, 그날 지불한 비용은 없었다.

 

6월 7일, 정오무렵이 다 되어 흉부외과 진료실에 갔더니 간호사가 '입퇴원 수속'이라는 팻말이 붙은 창구로 안내한다. 어떤 병실을 원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제일 싼 병실을 원한다고 하니 7인용 병실로 정해준다. 그곳에서 간단한 수속을 하고나니, 간호사가 구내약국에서 '압박스타킹' 사가지고 바로 3층 병실로 올라가서 간호사를 만나라고 한다.

 

'압박 스타킹'은 6만원이라고 해서 예상 외로 비싼 가격에 놀랐지만, 별 수 없다. 3층으로 올라가니 안내 데스크의 간호사가 환자복을 내어준 후, 병실로 안내한다. 병원에 들어서서 입원실로 들어서기까지 30분 정도 걸렸다. 1시가 되자 간호사가 나타나 왼손 손등에 링거를 꽂는 것으로 수술준비가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약속된 수술시간인 3시가 조금 지나자 간호사가 환자 이동용 침상을 가지고 나타났다. 이동용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가는 동안 묘한 감상이 생긴다. 불편한 것도 없는데 괜히 수술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쨋는 26년 전 급성장염으로 맹장수술을 받은 이후로 수술은 처음이다.

 

1시간 정도 걸린다는 수술은 2시간 가까이 걸렸다. 20분 정도의 준비과정을 거쳐, 마취주사를 다리 이곳 저곳에 맞고는 무얼 하는지 알 수는 없으나, 의사를 포함 5명이 사타구니에서 허벅지, 무릎 뒤쪽, 정강이까지 메스로 베고, 정성껏 무언가 하고는, 꿰매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아프고 따갑기도 하고 땡기는 듯한 기분나쁜 통증도 있었지만 참을 만한 것들이었다. 그러는 중에도 의사는 수시로, ' 많이 아프면 말씀하세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언제 끝나나 하고 다소 지겹게 생각될 무렵,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라고 의사가 말하고는 나갔다. 오른쪽 다리 전체에 소독약을 칠하고 거즈로 감싼 다음 압박 스타킹을 입히는 것으로 수술을 끝내고 병실로 돌아오니 5시를 지나고 있었다.

 

멀쩡하게 들어와서 다리를 못쓰는 환자가 되고 말았다. 그날 저녁과 그 다음날 아침은 병실에서 집사람도 같이 병원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고 나면 간호사가 약을 갖다 주었고, 아침 저녁으로 의사가 회진을 하며 어떠냐고 묻는다.

 

이틀 밤을 자고 퇴원을 했다. 퇴원 전에 외래로 가서 다리를 감싼 거즈를 풀고 소독을 한 후, 간호사가 실밥을 뜯는다고 일주일 후에 다시 오라며 예약을 해주었다. 병실로 다시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긴 후, 입원수속을 밟았던 창구로 다시 가서 비용을 치루고 퇴원수속을 했다.

 

\166,990 이었다. 수술과 2박3일 입원비와 식대, 그리고 집사람이 사먹은 두끼 식사를 포함한 비용이었다.

 

'하지정맥류' 진단과 수술, 대장내시경, 호흡기 알러지에 들어간 총 비용이 42만원 정도 들었다. 병원비가 35만원 정도(보험대상이 아닌 초음파검사 10만원 포함), 압박스타킹 6만원, 알러지 한달치 약값 만원이다.

 

<후기>

카페를 만들고 초기에 어떤 분이 '내가 역이민 하려는 이유는 단 한가지 의료보험 때문이다'라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자세히 이번 경험을 시간과 비용위주로 적었습니다. 혹 참고가 되실 분이 있다고 생각한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칫과를 포함한 의료보험이 있었지만, 별로 갈 일은 없었습니다. 영어에 자신이 없어 한국의사에게 갔었는데 너무 절차가 번거롭고 기다리는 시간이 귀찮아 일년에 한번 건강진단이나 하는 정도, 아니면 알러지때문에 코가 막혀 잠을 못 잘 경우에나 갔었는데, 거기에 비하면 이곳은 의료에 관한 한 천국처럼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참, 다음 주 실밥 뜯으러 가면 외래 진료비 \7,500을 내야 할 것을 빼먹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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