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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

일일단식

(2013년 1월 5일에 작성한 글)

 

(로랜스 님이 얼마 전에 쓰신 글 '하루에 몇 끼가 적당할까?'라는 글을 보고 생각난 이야기입니다.)

 

20여 년 쯤 전에 '중간관리자 교육과정'을 받은 적이 있다. 대부분 잊었지만, 몇 가지는 기억하면서 평생 지키고자 노력하는 것들도 있고, 실행에 옮기고 싶지만 여건상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대화의 기본은 '경청(Listening)'이라는 것인데, 쉬운 말이지만 지키기가 쉽지는 않다. 특히 가까운 관계, 즉 부부나 자식관계에서는 정말 어려운 것이 이것이다. 누구나 Speaking만 하려고 하지 Listening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화의 기본을 지키는 것조차도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이야기가 잠깐 딴 데로 샜다. 다시 원래의 주제로 돌아간다. 당시 외부 초청강사 한 분에게 들은 이야기가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ROTC로 임관한 뒤 월남전에서 소대장으로 복무했다고 자기 소개를 했었다. 자신이 맡은 관리자 교육이 끝나고 남은 시간에 번외 이야기를 했던 것인데, 이 분의 이야기를 전한다.

 

제대를 하고 대기업에 취직해서 사회생활을 하는데, 이유없이 몸이 아팠다. 머리가 뽀개질 듯 아프고, 삭신이 쑤시고, 온몸의 관절마다 끊어질 듯 아파서 회사를 그만 두었고 사회생활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병원에 가도 이유를 모르고, 여동생이 의사인데도 자신의 병명을 알아낼 수가 없었다. '병명도 알아내지 못하는 네가 무슨 의사냐'고 동생을 꾸짖기도 했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고엽제 탓이었다. 월남전에서 대량의 고엽제가 살포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지만, 당시에 그것에 대한 사전지식이나 교육은 전혀 없었다. 밀림 정찰을 수행하다가 갈증을 느끼면 고엽제가 살포된 지역의 개울물을 그냥 떠 마셨다. 고엽제 살포로 밀림이 사라져도 우기(雨期)에 몇 달 만 지나면 다시 숲으로 뒤덮였고, 그 밀림 속을 다시 정찰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즉 고엽제를 마시고 숨쉬며 산 세월이었다.

 

누구도 고칠 수 없는 병이었다. 스스로 공부해서 치료하는 길을 택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의학책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수 천 권의 의학책을 읽고 스스로에게 실험을 한 결과 최선의 치료방법을 찾아냈는데 그것이 '일일단식'이었다. 낮 12시 정오부터 다음날 새벽 기상시간까지 물 이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는 것이다. 아침식사와 정오 전에 먹는 점심으로 하루를 지낸다. 그렇게 해서 통증은 많이 줄었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강사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대부분의 현대병은 너무 먹어서 생기는 병이다. 과욕과 마찬가지로 과식도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過猶不及)'는 동양사상에도 어긋나지만,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弘益人間)'라는 우리나라 건국이념에도 맞지않고, '사랑과 자비'를 추구하는 모든 종교정신에도 벗어나니 병이 날 수 밖에 없다. 현대과학은 소식(小食)이 '불노장생'의 영약임을 밝혀내고 있다.

 

<후기>

'25세까지는 양껏 먹는 것도 괜찮다. 육체적으로 신진대사도 활발하고 성장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30살이 넘으면 무조건 소식하는 것이 최선이다' 라는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나이가 들수록 말도 적게 하고(少言), 먹는 것도 적게 하는 것(小食)이 좋다고 합니다. 입은 한 갠데, 귀가 두 개인 것도 많이 듣되, 말은 적게 하라는 뜻이라지요.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왜 이리 어려운지요. 아직도 철이 들려면 갈 길이 먼 모양입니다. 언젠가 지행일치(知行一致)를 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봅니다.

 

모든 분들이 나름대로의 건강수칙을 잘 지켜서 2013년에도 건강하시기 바라는 마음에서 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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