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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

최선생을 위한 변명

(2013년 1월 4일에 작성한 글)

 

'최선생 이야기'라는 글을 쓴 이유는, 어느 누구도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입니다. 또 제가 몇 년 전에 실수를 한 것을 반성하는 의미도 있었지만, 이곳에 들려서 글을 읽는 분들이 저와 같은 실수 또 최선생과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제 경우는 잃어버린 돈도 돈이지만, 3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가끔씩 되살아나 자학하는 마음이 되곤 합니다. 어리석은 인간의 마음 탓이겠지만, 정말 뭣 주고 뺨까지 맞는 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선생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물론 이분의 결정이 지금 당장은 힘들고, 괴로울 수도 있지만 5년 후, 10년 후에는 큰 성공으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내년에는 경기가 풀릴 수도 있고, 또 조남희 양 같은 젊은이('서울처녀 제주착륙기' 참조)들이 많이 들어와 부동산 값을 올릴 수도 있고, 중국이나 일본 사람들이 제주에서 부동산을 싹쓸이 한다는 소문도 있으니, 잘 될 가능성도 큽니다.

 

이 분은 제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도 보기 드물게 꼼꼼하고 치밀한 분이었습니다. 소위 바늘로 찔러 피 한 방울 안 날 분인 것이지요. 충북 괴산 출신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상경하여 사진관 종업원으로 사진기술을 배우고 나중에 직접 사진관을 경영하였는데, 지하철 공사현장을 따라다니면 공사준공사진을 찍어 납품하여 돈을 벌었다고 들었습니다. 나이도 60이 넘었고 또 디지탈 카메라 덕분에 사진관도 잘 되지 않자, 자신이 데리고 있던 직원에게 사진관을 물려주고 은퇴하신 분입니다.

 

2011년 10월에 입고 덮고 잘 몇 가지 짐만 가지고, 월세 50만 원씩 일년치 연세 600만 원을 한꺼번에 지불하고 풀옵션 원룸을 얻어 내려왔습니다. 그분에게는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서울에 비교할 수 없이 공기좋고, 모든 것이 깨끗하고, 자신이 살던 대로변 아파트보다는 비할 바 없이 조용하고, 모든 편의시설이 가까이에 있어 서울만큼 편리하기까지 했습니다.

 

술과 담배를 가까이 하지 않는 분으로 취미는 오로지 탁구와 등산 같은 운동인데, 이것도 서울에 비해서는 제주가 천국이나 마찬가지이었습니다. 교통체증 하나 없이 오름이나 산에 다닐 수가 있고, 기다림 없이 탁구도 즐기게 된 것이지요. 거기다가 누님이 조카식구들과 같이 근처로 이사왔으니 외로울 것도 없었습니다. 누님과 조카는 집이 도로에 편입되어 정부로 받은 보상금이 10억 정도 있었는데, 이 돈으로 '행복한 집 1호'라는 8가구 짜리 다세대 주택을 구입했습니다. (한국살기에 필요한 정보 > '제주에서 집지을 분들에게' 2012. 10. 5 참조)

 

8가구 중에 한 가구에 살고 7가구를 세를 주었는데 한 달에 500만 원 가까이 세를 받았습니다. 주인이 사는 집의 비용을 제하고 계산을 해보면 투자 대비 연 8%의 수익이 생기는 셈입니다. 세입자들도 면면을 보니, 제주대학 강사나 초중고 교사, 은행원 등 세를 받는데 문제도 없어 보였습니다. 또 자신이 3개월만 살고 집을 샀으니 나머지 8~9개월 동안 원룸에 살 사람을 구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데, 그것도 제살모(제주살기 모임) 카페를 통해 1주일 만에 사람을 구했습니다. 즉 집에 대한 수요는 얼마든지 있다고 판단하게 된 근거가 된 것입니다.

 

게다가 '제살모'라는 카페를 보면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인 카페회원이 6천 명이 넘었습니다. (현재는 비활동 회원 정리 후, 3,200명) 자신이 가입했던 몇 년 전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숫자입니다. 그만큼 제주에 관심있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고, 또 그만큼 부동산 값은 계속 오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좋은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행복한 집' 상호명을 가진 건축업체 업주로부터 제안을 받은 것이었으니, 웬만한 사람이면 안 넘어갈 수 없었을 겁니다. '지고 있는 서울'의 부동산을, '뜨고 있는 제주'의 부동산으로 갈아타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따라서 이분이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문제는, 젊은 조카와는 달리 이분은 은퇴생활을 즐기기 위해 온 분이니 스스로 스트레스 속으로 들어가지 말아야 했다는 겁니다. 게다가 부인이 암수술을 두 번이나 해서 스트레스가 금물인 상태입니다. 처음에 제주에 올 때의 생각 그대로 초지일관 했더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텐데 하는 마음으로 쓴 글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분과 같이 한라산을 오를 때의 표정을 잊지 못합니다. 2011년 12월 27일 같이 한라산을 올랐을 때, 그 눈부시고 황홀한 설경을 보고 행복해 했던 그 분의 표정을 말입니다. (한국살기>'겨울의 한라산' 2011.12.28 글 참조) 그 분이 그 행복한 표정을 계속 유지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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