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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

최선생 이야기 (續編)

(2013년 1월 3일에 쓴 글이나 지금 돌이켜보면 최선생님의 선택이 잘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이래서 돈 버는 분들은 따로 있는 모양입니다.)

 

지난 6월 11일 '최선생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이야기는 그 다음 이야기니까 속편에 해당한다. 최근에 어떤 분이 '성공한 한국인', '자랑스런 한국인'이라는 제목으로 몇 편의 글을 올렸지만, 저는 그 반대의 경우를 더 자주 언급하고 있어 찌푸리시는 분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내 생각은 약간 다르다. 성공한 이야기는 도처에 흔하다. 조중동 같은 신문만 보더라도, 주식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 음식점으로 성공한 사람들, IT나 인터넷 혹은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크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많이 다르다. 그런 기사에 현혹되어 섣불리 덤벼들었다가 실패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거다. 거기다 이곳에 들어오는 분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으로 연령이 높은 편이다. 순간의 판단 잘못으로 실수라도 하게 되면 그대로 천길 낭떠러지다. 재기할 기회도 없다. 조심에 또 조심도 지나치지 않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오판을 했던 나 자신도 멍청한 짓으로 적지 않은 돈을 날린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내가 성공한 사람들 이야기 보다 실패한 사람들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였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보다 더 여유있는 은퇴생활을 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훨씬 더 영양가가 있다고 믿는 이유다. 가끔가다 '뭐에 씌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경험하기도 한다. 내가 그랬다. 지금 생각하면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인데, 그때는 뭐에 홀린 것 처럼 판단력이 흐려졌었다. '보이스 피싱'같은 사기에 어떻게 바보같이 당하느냐고 생각할 지 모른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홀리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래서 현직검사도 당했다는 거 아니겠는가!

 

'최선생 이야기' 전편에서도 언급했지만, 은퇴생활을 하기 위해 제주에 내려온 분이 10억이라는 전재산에 가까운 돈을 들여 다세대 주택을 짓고 임대수익을 얻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위험하지 않느냐는 염려에 오히려 너무 자신만만하게 큰 소리를 치며 현장까지 보여주니 말을 꺼낸 사람이 오히려 민망할 지경이었다. 아니, 오히려 걱정스러운 이야기를 하면 화를 내는 듯도 보였다. 무엇에 씌운 것이 틀림없었다. 이런 경우는 무슨 소리를 해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불과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듣는 이야기는 사뭇 틀렸다. 엊그제 1월 1일 만난 동서형님은 48년생인 최선생과 나이가 비슷해서 자주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그분에 대해 물었다. 최선생이 요즘 당황하고 있다며 전해주는 이야기는 대충 이렇다.

 

11월 말이면 완공해서 입주한다는 말만 듣고 살고 있는 집은 세를 주었는데, 준공은 커녕 온통 시멘트 바닥으로 화장실에는 타일 한장도 붙어있지 않았다고 한다. 이사오는 사람에게 계약대로 어쩔 수 없이 집을 비워주어야 했고, 짓고 있는 건물 한 귀퉁이를 치워 이사는 했지만, 이 겨울에 사람 사는 모습이 아니란다. 설상가상으로 요즘은 다세대 주택이 너무 많이 지어져 공급과잉이라 렌트시장도 얼어붙었단다. 돈은 돈대로 더 들어가서, 돈 구하느라 서울에 왔다갔다 정신이 없이 지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 분은 원래 제주에서 1년 정도 살아보고 은퇴지로 결정을 하려고 계획을 세웠던 분이었다. 그만큼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수차례 제주를 여행삼아 방문해 본 후에야 2011년 10월에 원룸을 1년 계약했었고, 그때 '제살모 (제주에 살기 위한 모임. http://cafe.daum.net/jesalmo)'라는 카페를 통해 산행에서 만난 분이었다. 그러나 계획을 급선회했다. 제주의 모든 것이 너무 좋았던 것이 이유다. 하다못해 같은 건물에 사는 원룸 랜드로드도 좋았고, 한라산도, 올레길도, 오름도 좋았다. 좋아하는 탁구도 동호회에 가입하여 매일 몇 시간씩 운동을 즐겼다.

 

1년을 살아보겠다는 계획을 수정하여 3개월만에 집을 사기로 결정을 하고, 아파트를 샀고 누님과 조카에게도 제주가 좋다고 얼마나 이야기 했던지, 인천에 집이 새로 생기는 도로에 편입되어 보상금을 받게 된 누님까지도 이사를 왔다. 거기에서 스톱을 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꿈같은 제주생활의 좋은 감정은 그렇게 꼼꼼한 분도 '뭐'에 씌우게 만들고 말았다. 일감이 필요한 건축업자의 감언이설에 넘어가고, 복덕방의 과장된 허풍을 믿어버리는 실수를 한 것이다.

 

서울에 있는 아파트 두 채 중의 하나는 어떻게 팔았고, 가지고 있던 상가를 내놓았는데 불경기라 팔리지 않아 자금압박이 심한 것으로 보인다. 공사가 예상보다 많이 지체되니 공사비는 이 핑계 저 핑계로 늘어만 가고, 준공하더라도 렌트가 예상대로 나가주지 않으면 심한 자금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은퇴 후 편하게 살기위해서 내려온 제주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치루는 마음 고생은 또 얼마나 심할까!

 

결국 최선생은 쉽게 적지않은 손해를 볼 것만 같다. 은퇴장소로 좋은 마음으로 왔던 제주가 악몽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아 안타깝다.

 

<후기>

역이민을 하시든, 역주거를 하시든 누가 투자하라고 하면 그런 사람은 다음날부터 절대 상종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한국에만 계속 살던 사람도 이렇게 당합니다.

 

누가 무엇으로 성공했다는 이야기 누가 어떻게 큰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아예 눈길도 주지 마시기 바랍니다. 뭐에 씌우는 수가 있으니까요. 일단 홀리게 되면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게 됩니다.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을 뿐입니다.

 

50이 넘으셨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것만이라도 지키는 데만 집중하십시요.

은행이자가 얼마 되지 않더라도 그것에 만족하십시요.

 

그것이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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