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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버지의 손 아침에 일어나면 주먹이 쥐어지지 않는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뻑뻑해서 주먹을 쥐느라고 힘을 가하면 통증이 온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인지라 아침에 일어나서 밥 한 술을 뜨고 현장으로 나간다. 일이 복잡하거나 힘든 것은 아니다. 단지 바깥에서 아무 데나 땅바닥에 앉아 단순한 작업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눈대중으로 길이를 재고 손가락 두께의 케이블을 적당하게 자른 후 케이블 양 끝에 손바닥만 한 전자기기를 연결한다. 한쪽 끝은 대문 문패 근처에 나사로 고정시키고 다른 한쪽은 수도계량기 위에 실리콘 접착제로 부착한다. 케이블은 가급적 눈에 안 띄는 곳에 보기 좋게 고정시키고 난 후, 설치된 장치와 케이블을 단말기로 촬영하고 기기와 계량기 번호를 적은 스티커를 붙이면 끝나는 일이다. 물론 전체 기기가 제대로 설치.. 더보기
아버지를 회상하며 한국은 참 다이내믹한 나라다. 뉴스만 보고 있어도 감동과 재미가 있고 때로는 울화가 치밀기도 한다. 이번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도 유감없이 한국은 그런 스토리들을 쏟아냈다. 안현수 - 빅토르 안 - 선수의 스토리도 그렇고, 김연아의 은메달 스토리도 그렇다. 이렇듯 많은 사연들을 쏟아내는 올림픽 중에, 가슴 뭉클하게 하는 뉴스가 또 있다. 바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다. 한국전쟁 피난민의 자식인 나는, TV가 전하는 화면을 보며 가슴이 더워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 야, 이제와 만나면 뭐 어카갔어! 거럼, 만날 필요 없디, 뭐하갔다구 만나? 네 할머니인 언니가 보고 싶기는 하다. 그런데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닐기야, 몸이 약해서 병치레가 많았거든. 남한에서 아버지의 유일한 친척은 당신의 이모님이었다... 더보기
아버지와 같은 삶은 살지 않겠다. (2013년 3월 6일에 쓴 글) - 전쟁 때 월남한 피난민으로 찢어지게 가난한 우리 아버지를 원망하면서, 나는 절대로 우리 아버지와 같은 아버지는 안 되겠다고 결심했었단다. 크게 넉넉하지는 않아도 내 자식들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는데 부족함이 없는 아버지로 살줄 알았어. 그런데 세상 일이라는 게 마음대로 안 되지 않냐? IMF 때 하루 아침에 번개 맞은 듯 실직하고 나니까, 참 내가 가진 능력이라는 게 서럽게 보잘 것 없더구나! 그런데 너희들은 보통 똑똑했냐? 어떻게 너같이 영리한 아이가 내 아이로 태어났는지...... - 변명을 하자면, 그래서 마음이 더 급하고 초조했다. 쓸만한 자리는 나서지 않지, 그냥 이대로 날품팔이로 살 수는 없지..... 친구에게 사기 당했을 때, 그 때 그냥 포기했어야 하는.. 더보기
아버지는 누구인가? 한국의 IMF때 인터넷에 떠돌던 작자 미상 글로,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글입니다. 오랜만에 컴퓨터를 정리하다가 발견해서 올립니다. 작금의 경제사정으로 어려운 분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받으시기 바랍니다. "아버지는 누구인가" 아버지란 기분이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기가 기대한 만큼 아들, 딸의 학교성적이 좋지 않을 때 겉으로는,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속으로는 몹시 화가 나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을 한 유리로 되어 있다. 그래서 잘 깨지기도 하지만,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란 울 장소가 없기에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가 아침 식탁에서 성급하게 일어나서 나가는 장소(그 곳을 직장이라고 한다)는,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는 곳은 아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