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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이야기 (3) (2012년 10월 25일에 작성한 글) 와인에 대한 추억 길 건너 앞집 프랭크를 따라 코라도(Corrado) 시장을 따라간 것은 요즘 같은 10월 말이었던 같다. 클리프튼(Clifton)에 있다는 시장은 이태리식 재래시장이었는데 프랭크가 안내한 곳은 사람 키만한 통이 있는 길거리 한복판이었다. 5갤런 짜리 큰 유리병이 15불, 5갤런 포도원액이 50불이라고 했다. 오크 통 모양의 커다란 통에는 성인이 두 손으로 잡을 정도의 손잡이가 이쪽과 반대편에 있었는데, 이걸 잡고 두 사람이 통을 힘주어 밀거나 당기면 수도꼭지에서 포도원액이 나왔다. 프랭크는 이 원액을 햇빛이 닿지 않는 서늘한 곳에 두었다가 45일 후에 먹으라고 했다. 크리스마스 쯤에는 와인이 숙성되어 먹을 만할 거라면서, 밑에 깔린 찌꺼기(Dus.. 더보기
술 이야기 (2) (2012년 10월 22일에 작성한 글) 소주에 얽힌 이야기 한국에서는 그 흔했던 소주가 미국에서 살게 되니 비싼 양주가 되어 있었다. 기껏 25도에 2홉들이 한 병에 6불이나 되었고, 음식점에 가면 12불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팁까지 얹어야 했으니, 서민이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술이 그곳에서는 더 이상 아니었다. 아니다, 한국에서의 기억이 소주를 찾지 못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몇 십 센트(몇 백원)만 주면 구멍가게에서 얼마든지 쉽게 살 수 있었던 소주를, 한인타운의 리커스토어까지 일부러 찾아가서 몇 불씩 주고 살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살 때는 베란다에 소주를 박스로 사다 놓았고, 집에서 저녁을 먹을 때는 - 거의 없는 경우지만 - 으례 소주 한 병이 식탁 한.. 더보기
술 이야기 (1) (2012년 10월 18일에 작성한 글) '토론토'님이 올리신 '사평역에서' 서두에 술을 좋아한다는 것을 보니, 술 이야기가 생각났다. 한국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술'이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생 시절부터다. 유류파동으로 겨울방학이 12월 초부터 시작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소란스러운 집을 피해, '밧데리 가게'라고 불리던 골방의 난로가에서 소주를 들이키는 것으로 술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목구멍을 넘기기가 괴로울 정도의 쓰디 쓴 소주를 억지로 몇 잔 들이키면, 알딸딸해져서 끝이 보이지 않는 집안의 불화도 잊을 수 있었고, 암담했던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도 잠시 떠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술에 대한 개인사를 쓰려면 쉽게 끝날 것 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