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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사 먹시에 아까운 것들

(2012년 6월 19일)

 

한국에 살면서 아깝다기 보다는 억울한 생각이 들어 사먹지 못하는 것들을 생각해 본다.


수박


조그만 수박 하나도 만원이 훨씬 넘는다. 조금 크다 싶으면 2~3만원이다.

코스트코에서 $4.99에 사던 수박이 생각이 좀처럼 이곳에서 사지 못하게 한다. 이곳에서 그정도의 크기는 볼 수도 없지만, 있다면 5만원은 넘지 않을까 싶다.

냉장고에 통채로 넣기에는 너무 커서, 속만 파서 플라스틱 통 몇 개에 가득 채워두고 여러 날에 걸쳐 먹던 기억이 잊혀지기 전에는 수박 사기 힘들 것 같다.


육류


설명할 필요도 없다. 온갖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육류는,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이참에 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가끔 누구와 어울려 소주라도 한 잔 할 때는 최고의 안주인 삼겹살이 빠질 수 없다. 쇠고기 보다 돼지고기를 개인적으로 더 선호하기에 쇠고기 살 일도 없긴 하지만, 이곳에서 소고기 사먹기에는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 아래의 쇠고기는 스테이크 감이 아니다. 스테이크용은 이것의 몇 배다. 100그램 가격이다.


- 닭은 한 마리 가격이지만, 병아리를 벗어난 수준의 크기로 보면 된다.





4~5년 전쯤, 한국을 방문했을 때, 조카들과 아웃백과 VIPS라는 스테이크 집에 갔다가 그 어마어마한 크기의 스테이크에 놀란 적이 있었다. 몇 만원이나 하는 스테이크가 갓난 아이 주먹보다도 작았고, 미디엄 레어로 익힌 고기가 씹히는 질감도 퍽퍽하기만 했었으니, 다시는 그런 곳에 갈 일도 없고 쇠고기 사서 구워 먹을 일은 없다.


코스트코에서 리브 아이(파운드 당 뉴저지에서 $16.99, 캘리포니아에서 $9.99)를 사서 바베큐 하던 추억과 뉴저지 모리스 플레인스 스테이션 앞에 있는 스테이크 집(이름 생각 안 남)에서 (16온스 스테이크가 $16.99) 그 크기에 놀라며 입을 즐겁게 하던 추억이 가끔 생각날 뿐이다.



한국에서 '꿀'이라고 하면 가짜라는 생각이 앞서는 것은 어릴 때 나쁜 기억 때문이다. 엄마가 큰 댓병에 담긴 꿀을 앞에 놓고 가짜를 잘못 샀다면서 한숨을 쉬던 것을 본 어릴 때 기억도 있고, 제주에 신혼여행 왔을 때 운전기사가 데려다 준 농장의 판매원에 속아 바가지 쓴 기억이 잊혀지지 않고 남아 있다.


그 비싼 꿀을 미국에서는 참 싸게 사 먹었다.

이 곳에서는 크지도 않은 보통 용기에 담아 십만원 정도 한다. 그나마 작년에 본 시사프로그램에서는 벌에게 설탕물을 먹여 꿀을 생산한다며 고발한 적이 있기도 하다.


지난 번에 딸 아이가 방문할 때, 꿀이나 사 오라고 했더니, 뭐하러 꿀을 사 가느냐고 의아해 했다.


<후기>

몇 가지 생각나는 것을 적어보았습니다. 아마 이것 말고도 많이 있을 겁니다.

혹 한국에 돌아오실 분들이 계시다면, 그곳에 계실 때 많이 즐기시기 바랍니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데, 쓸데없는 기억이 남아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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