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과 인연 나는 운명론자는 아니다. 아니,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운명론을 무능력자의 한심한 변명이라고 비웃었던 적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리는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뿐이라고 했던가. 살면서 운명이라는 비과학적 요소로 해석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만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정리해고를 당한 뒤 점점 무능력자가 되면서 운명이라는 존재에 의지하고 싶어졌다는 것이 솔직할 거다. "듀크, ○○○ 부에 대학선배 C과장이 있는데 이민을 간다네. 아이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구한다는데 내가 자네를 만나보라고 했으니까,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업무관계로 중요한 분이거든. 부탁한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과장의 부탁 전화 한 통이, 잠복되어있던 이민병.. 더보기 이전 1 2 3 4 5 ··· 48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