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

제주의 오랜 동네, 건입동 사람들 할머니 혼자 사는 집들이 많았다. 할아버지와 자식들을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같았다. 영감은 몇 년 전에 하늘나라로 갔고 자식들은 육지에 나가 산다는 답변이었다. 한 집에 수도계량기가 두 개 있는 집도 있었는데, 하나는 이층에 사는 아들 네 것이라고 했다. 그 아들네 식구들은 놀러가서 집에 없다고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혼자 살기에는 넓어 보이는 집도 있었고, 쪼개서 세를 준 것으로 보이는 집도 있었다. 집들은 대개 오래된 낡은 집이었다. 제주에서 태어나서 근처에 있는 국민학교를 1960년대 다녔다는 P에 의하면 원래는 초가집이었는데 나중에 슬래브를 치거나 기와를 얹어 고쳐진 집이라는 것이다. 제주 변두리 시골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돌담집도 곳곳에 보였다. 제주시 한가운데 있는 동네인데도. 그는.. 더보기
제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내 인생에 전혀 계획에 없던 제주에서 살게 된지도 12월이면 6년이다. 2010년 12월 집을 구하러 다니던 당시를 생각하면, 6년의 시간이 마치 수 십 년이 된 양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100미터나 떨어진 곳에 촌로가 운영하는 구멍가게 하나 밖에 없던 곳에 편의점과 마트가 들어서고, 겨울철이면 오며가며 밀감을 따먹던 귤밭은 주택단지로 변했으며, 지금 이 글을 타이프하는 동안에도 건물을 짓는 망치소리가 요란하다. 새벽이면 잠을 설치게 만들던 닭 우는 소리와 개 짓는 소리는 사라진 공간에는, 화물을 적재한 덤프트럭의 굉음이 이른 아침의 고요함을 깨뜨리며 지나간다. 거실에서 바라보이던 아담한 밭도 누군가가 3층을 올려 시야가 가려버린 것은 물론 한낮의 햇볕도 막아버렸다. 그 자리에는 감나무가 있어서 내 소유.. 더보기
인터넷에서 가져온 역이민 관련 글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다 역이민 관련 글들을 보고 정리해 보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참고하실 정도는 됩니다. 1. 지난 11월 20일에 방영한 KBS 뉴스 보도 내용입니다. 제목입니다. [앵커&리포트] 역이민 급증…국내 ‘동포 타운’에 관심 고조 (원문을 보시려면 http://news.kbs.co.kr/news/NewsView.do?SEARCH_NEWS_CODE=2758746&ref=A 을 클릭) 2. 다음은 지난 9월 2일에 작성된 글로, LA의 미국 이민법 변호사가 작성하여 본인의 블로그에 올린 글로 원문은 http://blog.daum.net/usalawyer/792 에 있습니다. 제목은 ''갈등 공화국'에 역이민 하려면'으로 갈등 공화국인 한국으로의 역이민은 가급적 안 하는 것이 좋겠다는 권고.. 더보기
Chez Olivier (2013년 9월13일에 작성한 글) - The closer to the sea, the better! 바다에 가까울수록 난 좋습니다. 염해나 태풍이 있다는 것도 알아요. 그렇지만 괜찮아요. 프랑스 남부 해안 마을에서 태어나서 바다가 고향이나 마찬가지예요. 바다가 보이는 쪽에 커다란 창을 내고, 바다를 보면서 빵을 굽고 커피를 만들어 찾아온 손님에게 대접하며 사는 게, 꿈이에요. 하하하. 제주에 뼈를 묻으려고 찾아왔어요. 내 인생에서 마지막이 될 집을 지을 겁니다. 이제부터 바다에 가까운 곳에 집 지을 땅을 보러 다닐 거예요. 우리는 살 곳을 정하기 위해서, 2010년에 충북 수안보 근처 월악산 자락에서 반 년 정도 살아보고나서 최종적으로 제주로 결정했어요. 캐나다 몬트리올의 어느 대학에서 한국학 교수를.. 더보기
제주의 짧았던 하루 (2013년 5월 27일에 작성한 글) 사람마다 생김새도 틀리고, 생각도 틀리며, 살아온 지난 날도 살아가는 방법도 틀리다. 따라서 누가 살아온 것이나 생각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부도덕한 것이 아니고, 남을 해(害)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이 그 어떤 것이라도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믿는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것도, 문제는 그 본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편의 말이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무조건 반대하고 몰아부치는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것이 문제다. 내 식구이고 내 편이 하는 일이라고 무조건 옳다고 고집하며 과오를 덮기에 급급하고, 상대편의 생각이고 의견이기 때문에 티끌만한 흠집도 굳이 들쳐내어 본말을 전도하려는 시도가 문제가 아닐까! 정정당당한 경쟁은 너도 이기.. 더보기
지난 1년 생활비 분석 (2013년 1월 2일에 쓴 글) - 미스터 장, 미국에서 아는 사람들이 자꾸 물어봐요! 정말 백만원 갖고 살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거야. 신문에 그렇게 기사가 나니까, 사람들이 정말인지 궁금한가 봐요. 하긴 우리만 해도 그래, 백만원 갖고 도대체 어떻게 살 수 있어! 우리는 2백만 원도 훨씬 더 드는데! 얼마전 도치형님 댁에서 모임이 있었을 때, 형수님이 하신 이야기입니다. 부에나 팍에서 살 때, 제주에 사는 동서가 방문했었는데, 그때 그 분은 분명 그렇게 이야기했었고, 또 내가 제주로의 귀국을 결심하게 된 원인 중의 하나이었던 2010년 8월 2일에 방송한 KBS 인간극장 '날마다 소풍' - 적게 벌어 행복하게 사는 법 - 을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도 같았습니다. 물론 나와 집사람은 그들 .. 더보기
제주사랑 (2012년 12월 26일에 쓴 글) 당사자 요청에 의해 삭제됨 더보기
가을의 방문객 (2012년 11월 12일에 작성한 글) 9월 초에 지나간 마지막 태풍이 유난히 무덥고 짜증나는 여름을 가져가 버린 후,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계속되면서 방문객들이 연이어 찾아왔다. 가장 먼저 찾아오신 분은 LA에서 지난 8월 초에 스스로 은퇴하시고 제주에 오신 Juneauatom(이하 '아톰'님)이다. 제주에 살고 있는 우리들 보다도, 훨씬 더 제주를 사랑하시고 제주에 연민과 애착을 갖고 계신 것이 무척 인상적인 분이었다. 아톰님 부부와 저녁을 같이 했고, 추석 당일에는 기억에 남는 한라산 등반을 했다. 도치형님을 방문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제주에 사는 사람보다 제주를 더 많이 아는 아톰님 덕분에 우동이 맛있다고 소문난 포도 호텔에서 멋진 풍광과 함께 우동을 먹어보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옛날 .. 더보기
친구의 제주방문 (2012년 11월 1일에 작성한 글) 지난 주말에 3명의 친한 고등학교 친구들이 제주를 찾았다. 그들이 제주를 찾았다고 쓰는 것은 순전히 제주방문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A는 창원에서 근무하는데, 와이프와 이웃에 사는 부부와 함께 차에 자전거를 싣고 장흥에서 성산까지 페리를 타고 왔다. 회사에서는 나가라고 지방으로 발령을 냈지만, 끝까지 버티겠다는 친구다. B는 치과의사로 현재는 마포구 망원동에서 개인 병원을 하고 있다. C와 함께 비행기로 왔다. C는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K대 전자과 교수로 있는데, 가장 친한 친구 한 명을 꼽으라고 하면 주저없이 이 친구를 말했을 정도로 한 때 내게는 가장 절친한 친구이었다. 'Out of sight, out of mind'라고 했던가, 내가 이민을 떠난.. 더보기
술 이야기 (1) (2012년 10월 18일에 작성한 글) '토론토'님이 올리신 '사평역에서' 서두에 술을 좋아한다는 것을 보니, 술 이야기가 생각났다. 한국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술'이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생 시절부터다. 유류파동으로 겨울방학이 12월 초부터 시작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소란스러운 집을 피해, '밧데리 가게'라고 불리던 골방의 난로가에서 소주를 들이키는 것으로 술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목구멍을 넘기기가 괴로울 정도의 쓰디 쓴 소주를 억지로 몇 잔 들이키면, 알딸딸해져서 끝이 보이지 않는 집안의 불화도 잊을 수 있었고, 암담했던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도 잠시 떠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술에 대한 개인사를 쓰려면 쉽게 끝날 것 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