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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자! 기억 속에서 최초로 병원에 갔던 기억은 중3이다. 등교 길 만원버스에서 누군가의 구둣발에 발등을 밟혔다. 쓰리고 아팠으나 담임에게 말하고 양호실에 찾아 갈 용기가 없었다. 그깟 걸 갖고 그러냐는 핀잔을 받을 게 두려웠을 것이다. 그냥 지나친 발등은 날마다 무섭게 부어올랐으며, 결국 너무 붓고 아파서 신발을 신지도, 학교에 가지도 못할 정도까지 되었다. 동네 의원의 나이 든 의사는 엄마를 시켜 나를 꼼짝 못하게 붙잡게 하고는 마취도 없이 칼로 째고 피고름을 짜낸 뒤 심지를 넣고 상처를 싸맸다. 살면서 그보다 더 아팠던 기억은 없다. 교련시간에 뙤약볕 아래서 모의총을 들고 행군훈련을 하면서 쓰러질 것 같은 어지럼증을 느껴도, 쌍코피가 주르르 쏟아지고 교관으로부터 양호실에 가라는 말을 듣고서야 양호실이나 숙직.. 더보기
시험과 부조리 (문제) 낮이 짧아지기 시작하는 절기는?➀춘분 ➁하지 ➂추분 ➃동지 정권 말기라 그런지는 몰라도 최근에 뉴스가 전하는 한국의 부정부패는 그 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정운호 게이트’에서 출발한 홍만표, 최유정 변호사의 법조비리, ‘대우해양조선’의 남상태 전 사장과 이명박 정부의 결탁, 여고생과 담당 선도 경찰관의 성관계와 경찰조직의 묵인, 고등학생들의 중학생 집단 강간, 유명 연예인 박유천의 화장실 강간 등 초엽기적인 사건들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고 있다. 미국에서라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만한 이슈들이고, 처벌수위도 수십 년에 달할 것이 틀림없다. 위 문제는 중학교 입시준비를 하던 국민학교 시절, 자연시험에 나왔던 문제로 지금까지도 잊지 않고 있다. 쉽게 답을 골랐지만 쉽게 틀렸다. 한국에 살면서 .. 더보기
정운호 사건으로 본 인간의 탐욕 내게 한국에 사는 재미 중 하나는 뭐니뭐니해도 나날이 접하는 새로운 뉴스들이다. 미국에서는 아무리 청력을 동원해도 CNN이나 TV에서 전하는 뉴스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뉴스위크 같은 잡지나 로컬 신문을 정기 구독하면서 애를 써보기도 했지만 읽는데 시간이 너무 걸리고 정독하기가 힘들어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은퇴자로 남는 시간에 뉴스를 보고 들으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깨닫고, 그 배경을 보면서 인간의 욕심이 어떻게 움직이고 얼마나 치졸하고 비열한지 관찰하는 것도 역이민 해서 한국에 사는 재미다. 법조계 게이트로 번지고 있는 ‘네이처 리퍼블릭’의 사주(社主) 정운호 사건도 그런 뉴스다. 한국의 부패가 얼마나 심각한지, 사회 지도층이 얼마나 위선적인지,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그들만의 세.. 더보기
시스템이 문제다 (2) 친애하는 미주 xx 고등학교 선후배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총동문회장 소임을 맡게 된 △회 김OO입니다.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되어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수많은 동문 분들이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셨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매우 뿌듯했습니다. 저도 W주에서 2년, N주 5년, 총 7년 동안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미국생활이 힘들고 고단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선후배님들이 거두신 성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 대한민국을 이끄는 파워엘리트의 출신고 랭킹이 발표되었습니다. 당연히 경기고등학교가 1위를 했겠지요. 그런데 우리 모교인 xx고등학교가 10 위에 들어있다고 발표되었습니다. 게다가 많은 분들이 지금부터 약 10년간 우리 학교 출신들의 황금기가 도래할 거라고 예측들을 합니.. 더보기
시스템이 문제다 (1) 이번 세월호 사고를 보며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우선 아이들이 희생된 것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것도 가난한 동네의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이, 마치 내가 희생자가 된 양 억울하기까지 했습니다. 아마 어른들이 죽어갔다면, 아마 강남에 있는 어느 고등학교 아이들이 희생되었다면, 이렇게까지 억울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40년을 살고, 이민을 떠났습니다. 부모님을 따라 가족이민을 갔다거나, 유학을 했다거나, 6~70년대 몇 백 불만 손에 쥐고 떠났던 분들과는 많은 차이 - 저는 30만 불이 넘는 적지않은 돈을 갖고 갔으니까 - 가 있지요. 가장 각광받는 신도시에 빚 하나없이 30평대의 아파트도 있었고, 지금은 '신들도 다니고 싶은 직장.. 더보기
한국의 현주소 - 하나 제주도에는 무소불위의 제왕이 있다. 바로 우근민 도지사다. 1942년 생으로 72살인데, 한 번 더 도지사를 하겠다고 내년 지방선거에 다시 도전하고 있다. 이 분의 경력이 화려하다. 제주 출신으로 총무처 관리로 출발해서, 27대, 28대 그리고 32대, 33대 도지사를 거쳐 현재 36대 도지사로 한 번 다 하겠다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지만, 이 분의 과거 경력을 보면 전형적인 기회주의자로 공직에 나서서는 안 될 사람으로 보인다. 노태우 정부시절 임명직 도지사를 지낸 후,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민자당의 공천을 받아 민선 1기 도지사에 출마했지만, 야권 성향이 강한 제주도에서 낙선한다. 그러자 김대중 정부 때는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꿔 출마하여 당선된다. 그는 자신은 당시 뼈 속까지 민주당 성향이라고.. 더보기
부패한 나라, 한국 (2013년 7월 13일에 작성한 글) - 형님, 한국이 그런 나라였어? 부정부패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정도 였어? 공무원 새끼들이 아주 노골적으로 돈을 내놓으라는 거야! 난, 그 정돌 거라는 건 상상도 못했거든. 미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나오고 P&G(Procter and Gamble)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여러 제약회사를 거친 후, 지금은 독립해서 자기 사업을 하는 ㅈ이라는 친구가 있다. 함께 같은 회사에 잠시 있었던 적이 있어서 나와는 무척 가깝게 지냈었으나, 연락이 1년 이상 끊겼는데 어떻게 연락이 되어 통화를 했다. MB 정권시절, 한국의 미래성장동력 10대 산업을 선정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제약을 포함한 생명산업부분이었다. 이렇게 선정된 분야에 앞으로 수 조원을 풀어서 지원한다는 거.. 더보기
뇌물의 기술 (2012년 11월 14일에 작성한 글) 한국의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 중의 하나가 뇌물 이야기다. 최근에는 현직 부장검사가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에게 거액을 받은 혐의로 시끄럽다. 경찰의 수사에서 단서가 포착되어 검사, 그것도 현직 부장검사를 수사하게 되었는데 검찰에서 검찰의 명예에 관련된 사건을 경찰에 맡길 수 없다며 가로치기를 해가는 바람에 경찰과 검찰에서 동시에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세간의 이야기 거리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뿐이 아니다. 한 달 전에는 제주 시청의 건축민원부서의 말단 직원이 수 억원의 뇌물을 받고 인허가나 변경 등의 민원을 처리한 것이 들통이 나기도 했고, 여수군청의 회계과 말단 직원이 수 년에 걸쳐 수십억 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오늘 아침 신문에는.. 더보기
위대한 한국인과 추악한 한국 (2011년 7월 6일) - 딴 짓을 하고 다른 생각을 하면 그만큼 다른 선수들에게 뒤쳐질까봐 축구 이외의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이 낳은 축구 천재 박지성이 '다큐멘터리 3일 - 베트남 자선축구경기'에서 한 말이다. 그가 괜히 축구를 잘하는 것이 아님을 이 한마디의 말이 웅변하고 있다. 박지성 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한국인들은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수영이나, 피겨 스케이트, 골프같은 선진국형 부르조아 스포츠 분야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우리 세대에서는 언감생심이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김기수가 프로복싱 세계 타이틀을 땄을 때, 중계하는 아나운서도 울고 라디오를 듣는 우리도 가슴 벅찬 감동으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