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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내가 경험한 이민생활

빗나간 모성애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그 친구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성(姓)이 ‘황’이라는 것만 생각날 뿐. 그는 아이스하키 선수로 입학한 친구였다. 당시 그 고등학교는 6대1이 넘는 후기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내가 5회 졸업생일 정도로 신생이었던 학교는 별 볼 일없는 축구부도 있었으나, 아이스하키는 대회마다 중동고등학교와 우승을 다투곤 했다. 1970년대 초 아이스하키 팀을 갖고 있는 학교가 몇 개 없었던 탓이 컸을 거다. 운동 특기자였던 황은 일주일에 한두 번 교실에 들어왔을 뿐이어서 얼굴은 알았지만 친하게 지내거나 말을 건네는 사이도 아니었다. 그를 다시 만난 것은 입영열차 안에서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다 입대를 했으니까, 고등학교 1학년 이후로 그를 본 기억이 없었으니 6~7년 .. 더보기
머리 깎기 지금은 얼마인지 모르지만 미국에서 살 때는 이발비로 보통 20불을 지불했다. 팁을 포함하면 23불이나 25불을 주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가격이 비싸다고 여겼다. 머리를 감겨주는 것도 아니고 베큠으로 몸에 묻은 머리카락만 제거해주는데도 한국에 비해 몇 배나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회사 내에 있는 구내이발관을 이용하면 5~6천원으로 머리를 감는 것은 물론 면도까지 말끔하게 할 수 있었다. 주로 한아름에 쇼핑하러 가면서 같은 건물에 있는 이발소를 이용했는데 처음에는 17불이었던 이발비가 20불로 요금이 오른 후에는 싼 이발소를 찾았다. 내가 찾은 15불 짜리 이발소 이름이 'Tony's barber'였다. 가구나 의자가 낡고 가운이 얼룩졌어도 이발하는 솜씨만큼은 불만이 없었다. 나중에 토니라는 이름의 이발.. 더보기
백인의 나라, 미국 설마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미국 대통령이 된 것이다. 힐러리의 당선을 결정적이라고 예측했던 세계적인 언론들과 정확하기로 명성이 높은 여론조사기관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그의 선거구호(Campaign Slogan)는 'Make America great again'이었다. 이는 36년 전 레이건 대통령의 슬로건이었던 'Let's make America great again'을 모방한 것으로, 우연찮게도 그들의 퍼스트 네임도 스펠링 하나('R'과 'D') 차이다. 그의 연설 때마다 반복하는 'America First(미국우선주의)'를 보고, 그가 당선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했었다. 베트남 전쟁부터 최근의 이라크 전쟁까지 미국이 참여하여 천문학적인 전.. 더보기
안전운전과 자동주행 (이 글은 '졸음운전'과 '끔찍했던 운전경험'에 이은 운전 시리즈 마지막 편입니다.) 1983년 초, 연수교육을 받았던 미국 플로리다에서 운전면허를 땄으니, 어느덧 33년의 경력을 가진 셈이다. 난생 처음 두어 달 운전을 하면서 자신이 생겼을 때 음주운전 사고를 냈던 기억도 이제는 아스라한 추억이 되었다. 당시에 한국에서는 접근이 어려워서 호기심이 가득하던 ‘Deep Throat’이라는 유명(하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지만)한 포르노 영화를 동료들과 보러 ‘Cocoa Beach’에 있는 트리플 X 레잇 극장에 가던 길이었다. - 사고가 날만 했다. 한국에서는 1987년 포니Ⅱ 중고차를 사촌형님에게 구입하면서 운전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오토매틱 자동차로 딴 면허증을 한국에서 바꾸었으니, 기어가 달린 수동차를 .. 더보기
졸음운전 30도를 웃도는 지독한 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뉴스에서는 지구 온도를 측정한 이래 가장 뜨거운 7월과 8월이라고 한다. 광복절로 이어지는 지난 주말은 물론이고, 고속도로는 피서 인파를 나르는 차량으로 꽉 막힌다는 장면을 전하며 TV 뉴스의 앵커는 처참한 교통사고 장면도 함께 해설한다. 지난 일요일에도 그랬다. 여름을 맞아 서울에서 고향을 방문한 36세의 아들이 두 누나(41, 39세)와 함께 엄마(61세)를 모시고 여수 ‘향일암’에 나들이 가다가, 졸음운전을 하는 화물차(53세)에 받혀 엄마는 현장에서 사망하고 남매들은 큰 부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관련기사 보기) 사고가 난 ‘마래터널’을 지난 봄 여수 여행을 했을 때, ‘경주애인’님 부부와 함께 몇 번을 지나간 곳이기도 하다. 지난 달 셋째 일.. 더보기
미국의 인종갈등을 보면서 “연탄들은 안 돼! 걔들은 인간이라고 할 수가 없어! 연탄들 상대로 장사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몰라요!” K가 말을 꺼내자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경험담이라며 거들었다. 20여 년쯤 된 이야기다. 이민 초기에 친구를 따라 뉴저지 ‘엘리자베스 한인교회’에 반 년 정도 다녔던 적이 있었다. 수요 예배 후 ‘남선교회’ 주축 멤버들이 체육대회 겸 야외예배 준비를 하던 중에 잡담으로 흘렀다. - 내가 처음에 엘리자베스에 살았잖아. 하루는 거실에서 밖을 내다보며 담배 피우고 있었는데 어떤 깜둥이가 스트릿 파킹을 한 내 차 주위를 맴돌더니 드라이버로 차 문을 따는 거야. 나가기도 귀찮아서 밖에 대고 꺼지라고 소리를 쳤지. 그랬는데도 나를 빤히 보면서 하던 일을 계속하는 거야. 그래서 야구 방망이를 들고 쫓아 나가니까.. 더보기
후회와 인생 (이글은 '결단의 기로에 서서'라는 제목으로 '하얀물결'님이 2년 전에 쓴 글과 그 글에 대한 제 답글입니다. 약간의 편집을 했어도, 두 개의 글이라 읽기에는 약간 긴 글이 되었습니다. 당시에 역역이민 하신 어떤 분이 한국에 가서 살아보니 살 곳이 못 된다며 가지 말라는 글을 올렸었는데. 아마 거기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던 걸로 기억됩니다. 많은 공감이 가는 글이라는 생각에 '끌어올리기'를 했습니다.) 짧지않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인생을 사는데 정답이 있다면, 어덯게 하든 그 정답을 알아내서 그 길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정답대로 잘살아갈텐데 하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인생사에 정답이 없다보니 살아가는 동안, 순간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한치 앞도 모른 채 어느 한 길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 더보기
남태평양 그 남자 (2013년 10월17일에 작성한 글) - 한국에 갔을 때 사람들이나 친구들이 해줬을 때 싫어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요. 회 사준다고 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요. 본인들은 비싸고 좋은 걸 사주고 싶어서 데리고 가는데요. 횟집은 싫고 짜장면 사주는 사람이 좋아요, 짜장면 사주는 사람. 짜장면 그리고 기사식당에 데리고 가서 백반 사주는 사람, 그리고 쌈밥 사주는 사람이요. 쌈밥이 정말 먹고 싶더라구요. 한국에 가면 쌈밥이 정말 맛있더라구요. 외로워요, 외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다 외롭지. 이곳을 천국 같은 좋은 곳이라고 하잖아요. 천국이라는 건 제가 보기엔 오직 나그네들만이 느낄 수 있는 장소인 것 같아요. 거기서 사는 사람은 그곳이 이미 천국이 아니에요. 천국이라는 건 지나가는 사람들만이 느낄 .. 더보기
내가 만나본 분들 (9) - 나의 꿈 (2013년 9월26일에 작성한 글) - 내 꿈이 뭔지 알어? 1978년이야, 내 나이 서른 두 살에 스물 네살 마누라를 데리고 미국에 왔던 해가. 엘에이 공항에 내렸을 때 주머니에 딱 3백불 있었어. 다음 날부터 개스 스테이션에서 펌핑을 했지. 닥치는 대로 일했어! 세 가지, 어떤 때는 네 가지 파트 타임 잡을 했으니까. 다행인 것은 내가 영어를 좀 할 줄 안다는 거였지. 열 세 살 때부터 파주에서 영외에 거주하는 미국장교들에게 'The Star'라는 신문을 돌렸는데, 그 때 영어를 좀 배웠어. 개스 스테이션에서 일하다가 어떻게 인연이 닿아 자동차 매케닉 써티피케잇을 따게 되어, 자동차 부품가게를 차리고 한 쪽에서는 정비공장도 했지. 한 때는 엘에이에서 한인이 하는 자동차 부품가게로는 제일 크게 했어... 더보기
내가 만나본 분들 (8) - 강목수 (2013년 9월24일에 작성한 글) - 지금 내 나이 76세인데, 내가 그 글을 쓴 것이 환갑 때니까 16년이 되었네요. 그 글 때문에 신문사와 여성지 등 인터뷰도 많이 했습니다. 어디선가는 영화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3국을 돌아다니며 촬영을 해야 하니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며 포기했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해 8월 '강목수 스토리'란 제목으로 '내가 경험한 이민생활'란에 13회에 걸쳐 연재한 적이 있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이민생활 초창기에 인터넷 상에 떠도는 재밌는 이야기를 갈무리해둔 것이 있었는데, 그걸 컴퓨터에서 발견하고 원작자의 허락도 없이 연재를 한 것이었는다. 당시 많은 분들이 실감나는 이야기 전개에 흥미 있어 했으며 댓글도 많이 달렸었다. 이 분을 만난 것은 뉴저지 킹 사우나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