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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기타

영화 'Boyhood' 잔뜩 기대를 갖고 본 유명한 영화가 지루하고 졸립기만 하거나, 별 기대 없이 우연히 본 영화에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 지난 글,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TOP 15'에서 5위에 올랐던 보이후드가 그런 영화다. 평범한 텍사스 싱글맘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상사가 러닝타임 2시간 30분이 넘도록 전개되는 내용이 지루할 법도 하지만, 이웃 가정을 몰래 훔쳐보는 관음(voyeurism)본능을 충족시켜는 듯한 매력으로 관람자는 곧 지루함을 잊고 빠져들게 된다. 조지 부시나 도널드 트럼프 같은 인물들을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형편없는 나라 미국에 대해 대단하다고 감탄사가 나오게 되는 경우는, 그만큼 독창적이고 흔치 않은 생각이나 시도를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테슬라의 앨런 머스크 .. 더보기
죽여주는 여자 박카스가 약인지 음료인지는 모르겠으나 약방에서 팔았으니 약으로 생각한다. 그 박카스를 처음 마셔 본 것은 중학교 입시를 보러 갔을 때다. 아마 1967년 12월이었을 거다. 아무튼 무척 추웠던 것만큼은 확실히 기억난다. 용산 남영동에 위치한 용산중학교 교문으로 들어가는 나를 붙잡아 세운 엄마는 어디를 다녀오더니 따끈한 박카스 병 두 개를 내밀었고, 나는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들이켰다. 그런 정성도 무색하게 낙방하고 말았으니, 나는 지금까지 박카스를 누가 주는 바람에 먹었을지언정 일부러 사 먹은 기억은 없다. 요즘은 광고를 볼 수 없지만 TV가 별로 없던 그 시절에 박카스 광고는 매시간 나왔고 “피로회복을 위해 동아제약 박카스D를 마시자!”라는 선전문구는, 박카스를 마시지 않는 내게도 각인되어 있다. “끼.. 더보기
9월 24일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고 현실에서는 소설이나 할리우드 영화보다 더 극적인 일들이 실제로 종종 벌어진다. 15년 전 발생한 9·11이 그랬다. 민간항공기를 동시 다발적으로 공중에서 납치한 그대로 테러용 무기로 사용한다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금년 7월 발생한 니스 테러도 비슷하다. 렌트한 25톤 트럭을 살인무기로 사용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스스로 죽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모든 생명체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이자 강력한 욕구인 생명을 포기하면 이렇듯 상상을 벗어난 일이 발생하고, 자살폭탄 테러처럼 막기도 힘들고 피해도 크다. 지난 9월 24일에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내 친구의 처형식 - 애너하임 35년 지기 촉탁살인'도 상상하기 힘들지만, 이민이라는 현실세계에서 발행한 실제 사건이라.. 더보기
단식 그 후(斷食 後) 혹자는 무슨 단식까지 하면서 건강을 생각하느냐, 먹고 싶은 것까지 참아가면서 건강하면 뭐 하느냐, 그렇게까지 하면서 이 세상이 뭐가 좋다고 오래 살려고 하느냐며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런 분들을 부정할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다. 나 또한 과거에 그런 생각을 했던 사람이다. 살아가면서 새로운 경험을 만나고, 그 경험으로 생각이나 신념까지도 바꾸며 사는 게 인생이다. 서른 살이 넘어 처음 만난 편도선 증세는 운동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편도선이라는 게 몸에 있는지도 몰랐던 내게,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할 정도로 편도선이 부어 며칠 고생하고 난 후부터 새벽에 일어나 뛰기 시작했던 것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직장생활이 몹시 바빠 형편이 되지 못할 때는 몇 달 씩 거르기는 했어도 .. 더보기
잡담한설(雜談閑說) - 15 ● 10 Life-Hacks You Need to Know for Summer! 오늘은 가벼운 소재를 글감으로 택합니다. 미국은 이번 주말 공식적인 여름이 끝나는 노동절(Labor Day) 연휴가 시작되겠네요. 미국의 공식적인 여름은 메모리얼 연휴로 시작해서 노동절 연휴로 끝납니다. 뉴저지에서 살았던 콘도 단지내 풀장도 이 기간에만 오픈했는데,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은 없습니다. 백인들만 썬그라스에 수영복을 걸치고 하얀 비치 의자에 길게 누워 일광욕을 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 끼어들기가 뻘쭘해서 솔직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 부에나팍 아파트에 살 때는 단지 내 풀장을 몇 번 이용했더랬습니다. 멕시칸들부터 한인들까지 다양한 인종들이 있으니 괜찮았던 겁니다. 인간이 워낙 소심해서 저만 그.. 더보기
배뇨장애 KBS에서 방송하는 ‘생로병사의 비밀’을 자주 본다. 오래 전에 ‘특집’이라는 명목으로 방영했던 ‘마음’편과 ‘사랑’편 시리즈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익했던 프로그램으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 달 전쯤 ‘노년의 눈물 – 전립선 질환’편을 보았다. ‘전립선비대증’ 발병률의 60대 평균은 한국이 23%, 미국이 36%라고 한다. ‘아는 게 병,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런 종류의 정보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은 경험으로 알고 있으나, 야간뇨 때문에 수면장애를 겪는 나로서는 무심할 수가 없었다. 여러 해 전에 어느 분이 건강보조식품인 ‘차(티)’로 야뇨증을 치료했다는 게시글을 읽고 부러워하는 댓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걸 본 다른 분이 고맙게도 그걸 .. 더보기
Google News 사용하기 젊었을 때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별로 없었습니다. 시력만 근시가 아니라 생각도 근시여서 관심은 항상 주변에만 머물렀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독재를 하건 말건, 민주화운동으로 학생이나 지식인들이 구속되건 말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던 겁니다. 저녁 9시 뉴스가 나오면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리곤 했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나 마시며 잡담하는 게 더 즐거웠고, 직장에서 과장이나 부장에게 터지지 않고 아무 일 없이 정시에 퇴근하는 게 더 중요했으며, 휴일에는 바둑을 두거나 소파를 독차지하고 비스듬히 누워 오징어 다리나 질겅거리며 소주를 앞에 놓고 야구 같은 스포츠 중계나 보며 지내는 게 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뉴스에 관심을 둡니다. 은퇴해서 시간이 많다거나 달리 소일거리가 없는 탓도 있.. 더보기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을 보고 프로그래머는 아니지만 평생을 컴퓨터로 먹고 살았고, 비록 젊었을 때 이야기지만 아마추어 세계에서는 적수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강1급 실력이었던 만큼 이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 특별히 관심이 컸다. 6개월 전 알파고가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후이'를 5대0으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대부분 다른 이견이 없다는 듯, 이세돌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방송했다. 또한 언론의 취재에 응한 이세돌은, 한 판이라도 자신이 진다면 그건 알파고의 승리라고까지 호언하며 승리를 자신했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달랐다. 알파고를 개발한 사람이 웬만큼 자신이 없다면 세계 최고수에게 도전장을 던졌을 리 없고, 또한 최초 개발자이자 설립자인 옥스포드 출신 중국계 영국인은 수학 천재로 아마추어 바둑 고수이었다. 가로, 세로 19줄.. 더보기
동(東)과 서(西)의 차이(續編) 지난 4월 17일에 쓴 '동(東)과 서(西)의 차이' 에서 이어지는 것으로, 지난 4월 15일에 방송한 1부, '명사로 세상을 보는 서양인, 동사로 세상을 보는 동양인'에 이어, 22일 교육방송인 EBS에서 방송한 2부 '서양인은 보려하고, 동양인은 되려한다.'이다. 이번에도 역시 퀴즈로 시작하는데, 아래 그림에서 가장 앞에 있는 물건은 어느 것인가? 라는 질문이다. 크게 보이는 제일 아래 것인가? 아니면 제일 작게 보이는 맨 위에 있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그리스와 로마를 기원으로 하여 기독교 사상을 중심으로 한 서양문명과 중국의 고대문명을 기원으로 불교와 유교사상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동양문명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법에서부터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한다. 즉, 자기 .. 더보기
제주를 찾는 분들에게 제주는 누가 뭐래도 한국에서는 제1의 관광지입니다. 공항을 나서면서부터 볼 수 있는 아열대 식물인 팜트리와 야자수는, 이곳이 마치 한국이 아닌 외국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처음 집사람이 제주에 가서 살자고 했을 때, '섬'이라서 답답할 것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그런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대신 은퇴하는 마당에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의 선택은 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이유는 도시의 편리함과 농촌의 쾌적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설하고, 이 글을 쓰려는 목적부터 밝히겠습니다. 제주에 와서 사시라고 권하기 위한 것은 절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달 초에 'NY벙개'님 부부와 '코리'님이 다녀가셨고, 다음 주에도 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