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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야기

영화 'Boyhood' 잔뜩 기대를 갖고 본 유명한 영화가 지루하고 졸립기만 하거나, 별 기대 없이 우연히 본 영화에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 지난 글,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TOP 15'에서 5위에 올랐던 보이후드가 그런 영화다. 평범한 텍사스 싱글맘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상사가 러닝타임 2시간 30분이 넘도록 전개되는 내용이 지루할 법도 하지만, 이웃 가정을 몰래 훔쳐보는 관음(voyeurism)본능을 충족시켜는 듯한 매력으로 관람자는 곧 지루함을 잊고 빠져들게 된다. 조지 부시나 도널드 트럼프 같은 인물들을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형편없는 나라 미국에 대해 대단하다고 감탄사가 나오게 되는 경우는, 그만큼 독창적이고 흔치 않은 생각이나 시도를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테슬라의 앨런 머스크 .. 더보기
입맛 건강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은퇴했거나 나이가 들수록 중요도는 더해진다. 주변에 이런 저런 병으로 고생하는 지인도 있고, 아침 저녁 식사 후마다 한움큼의 약이 필요한 분도 있다. 특히 재작년에 60대 초반의 나이에 대장암으로 돌아가신 어떤 분을 잊을 수 없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읽은 글, '똥'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순환하는 자연계의 핵심이 '똥'이라는 점에서 크게 공감했다. 다행인 것은 '생로병사'와 같은 TV방송으로 건강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고, 보험으로 의료혜택을 받기 어렵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100세 시대'라고 매스컴에서 떠든다고 해서 누구나 100세를 사는 것은 아니다. 오바마가 40대에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고 누구나 40대에 대통령이 되는.. 더보기
치과에서 "다른 분들은 보통 30분은 걸리는데 선생님은 평소 치아관리를 잘하시는지 치석이 별로 없어서 10분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 양치질은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1년에 한 번 하는 스케일링은 보험이 되니까, 치석이 없더라도 꾸준히 하시는 게 좋습니다." 어제 치과에 들려 스케일링을 받던 중에 간호사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입 주위에 구멍 난 천을 얼굴에 뒤집어쓰고, 입을 최대한 벌린 채, 거북하고 민망한 자세로 눕다시피 앉아있는 내게, 어떤 대답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아서 듣고만 있었다.간호사는 눕힌 의자를 일으켜 세우며 입가심을 하라고 했다. 입안을 헹궈 뱉어낸 물에는 작은 핏덩이와 핏물이 보였다. 그제야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스케일링 할 때마다 듣는 말입니다." "아, 그러시구나!.. 더보기
죽여주는 여자 박카스가 약인지 음료인지는 모르겠으나 약방에서 팔았으니 약으로 생각한다. 그 박카스를 처음 마셔 본 것은 중학교 입시를 보러 갔을 때다. 아마 1967년 12월이었을 거다. 아무튼 무척 추웠던 것만큼은 확실히 기억난다. 용산 남영동에 위치한 용산중학교 교문으로 들어가는 나를 붙잡아 세운 엄마는 어디를 다녀오더니 따끈한 박카스 병 두 개를 내밀었고, 나는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들이켰다. 그런 정성도 무색하게 낙방하고 말았으니, 나는 지금까지 박카스를 누가 주는 바람에 먹었을지언정 일부러 사 먹은 기억은 없다. 요즘은 광고를 볼 수 없지만 TV가 별로 없던 그 시절에 박카스 광고는 매시간 나왔고 “피로회복을 위해 동아제약 박카스D를 마시자!”라는 선전문구는, 박카스를 마시지 않는 내게도 각인되어 있다. “끼.. 더보기
두맹이골목에서 6년을 제주에서 살았으면서도 이런 골목이 있는지 몰랐다. 마치 어릴 때 살았던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3가의 60년대 뒷골목과 흡사했다. 다른 것은 흙바닥이 아니라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라는 것뿐, 차 한 대 들어설 수 없는 좁은 골목하며 구불구불한 길도 먼 기억 속의 그곳과 아주 흡사했다. 다른 길과는 다르게 좁은 도로 한 가운데는 1미터 정도의 폭으로 주황색이 칠해져 있었으나 예사롭게 지나쳤다. 그러나 며칠을 근처에 머물면서 그곳이 관광코스라는 걸 절로 알게 되었다. 제주에는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사설 테마파크가 있다. 6~7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낯익은 장소와 소품들을 전시해 놓은 곳으로 당시의 향수를 달랠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꾸민 곳인데 반해, 이곳은 그 옛날의 모습을 자연적으로 간직한 곳이었.. 더보기
9월 24일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고 현실에서는 소설이나 할리우드 영화보다 더 극적인 일들이 실제로 종종 벌어진다. 15년 전 발생한 9·11이 그랬다. 민간항공기를 동시 다발적으로 공중에서 납치한 그대로 테러용 무기로 사용한다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금년 7월 발생한 니스 테러도 비슷하다. 렌트한 25톤 트럭을 살인무기로 사용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스스로 죽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모든 생명체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이자 강력한 욕구인 생명을 포기하면 이렇듯 상상을 벗어난 일이 발생하고, 자살폭탄 테러처럼 막기도 힘들고 피해도 크다. 지난 9월 24일에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내 친구의 처형식 - 애너하임 35년 지기 촉탁살인'도 상상하기 힘들지만, 이민이라는 현실세계에서 발행한 실제 사건이라.. 더보기
제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내 인생에 전혀 계획에 없던 제주에서 살게 된지도 12월이면 6년이다. 2010년 12월 집을 구하러 다니던 당시를 생각하면, 6년의 시간이 마치 수 십 년이 된 양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100미터나 떨어진 곳에 촌로가 운영하는 구멍가게 하나 밖에 없던 곳에 편의점과 마트가 들어서고, 겨울철이면 오며가며 밀감을 따먹던 귤밭은 주택단지로 변했으며, 지금 이 글을 타이프하는 동안에도 건물을 짓는 망치소리가 요란하다. 새벽이면 잠을 설치게 만들던 닭 우는 소리와 개 짓는 소리는 사라진 공간에는, 화물을 적재한 덤프트럭의 굉음이 이른 아침의 고요함을 깨뜨리며 지나간다. 거실에서 바라보이던 아담한 밭도 누군가가 3층을 올려 시야가 가려버린 것은 물론 한낮의 햇볕도 막아버렸다. 그 자리에는 감나무가 있어서 내 소유.. 더보기
단식 그 후(斷食 後) 혹자는 무슨 단식까지 하면서 건강을 생각하느냐, 먹고 싶은 것까지 참아가면서 건강하면 뭐 하느냐, 그렇게까지 하면서 이 세상이 뭐가 좋다고 오래 살려고 하느냐며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런 분들을 부정할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다. 나 또한 과거에 그런 생각을 했던 사람이다. 살아가면서 새로운 경험을 만나고, 그 경험으로 생각이나 신념까지도 바꾸며 사는 게 인생이다. 서른 살이 넘어 처음 만난 편도선 증세는 운동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편도선이라는 게 몸에 있는지도 몰랐던 내게,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할 정도로 편도선이 부어 며칠 고생하고 난 후부터 새벽에 일어나 뛰기 시작했던 것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직장생활이 몹시 바빠 형편이 되지 못할 때는 몇 달 씩 거르기는 했어도 .. 더보기
잡담한설(雜談閑說) - 15 ● 10 Life-Hacks You Need to Know for Summer! 오늘은 가벼운 소재를 글감으로 택합니다. 미국은 이번 주말 공식적인 여름이 끝나는 노동절(Labor Day) 연휴가 시작되겠네요. 미국의 공식적인 여름은 메모리얼 연휴로 시작해서 노동절 연휴로 끝납니다. 뉴저지에서 살았던 콘도 단지내 풀장도 이 기간에만 오픈했는데,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은 없습니다. 백인들만 썬그라스에 수영복을 걸치고 하얀 비치 의자에 길게 누워 일광욕을 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 끼어들기가 뻘쭘해서 솔직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 부에나팍 아파트에 살 때는 단지 내 풀장을 몇 번 이용했더랬습니다. 멕시칸들부터 한인들까지 다양한 인종들이 있으니 괜찮았던 겁니다. 인간이 워낙 소심해서 저만 그.. 더보기
배뇨장애 KBS에서 방송하는 ‘생로병사의 비밀’을 자주 본다. 오래 전에 ‘특집’이라는 명목으로 방영했던 ‘마음’편과 ‘사랑’편 시리즈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익했던 프로그램으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 달 전쯤 ‘노년의 눈물 – 전립선 질환’편을 보았다. ‘전립선비대증’ 발병률의 60대 평균은 한국이 23%, 미국이 36%라고 한다. ‘아는 게 병,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런 종류의 정보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은 경험으로 알고 있으나, 야간뇨 때문에 수면장애를 겪는 나로서는 무심할 수가 없었다. 여러 해 전에 어느 분이 건강보조식품인 ‘차(티)’로 야뇨증을 치료했다는 게시글을 읽고 부러워하는 댓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걸 본 다른 분이 고맙게도 그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