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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나은 세상을 위하여

가짜 뉴스 (Fake News) (끝) 아무런 객관적 근거 없이 하는 말이나 글은 그 사람의 생각이나 주장일 뿐이지 팩트는 아니다. 최소한 '신문에서 봤다니까!'라는 근거라도 제시해야 한다. 더 객관적인 팩트를 원하면 근거로 제시된 신문기사를 찾아 기사의 진위까지도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팩트로 받아들이기 위해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없다. 지금까지 신문이나 방송을 탄 내용에 의심을 가져보지 않았다는 타성이 스마트폰 보급으로 일반화된 SNS를 타고 가짜 뉴스의 파급력을 높였다. 마케팅 연구에 따르면 어렸을 때부터 TV 광고에 많이 노출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 브랜드에 대해 높은 충성도를 갖게 된다고 한다. 1980년 서울의 봄에 나는 군대에 있었다. 최전방에서 볼 수 있던 읽을거리는 온통 전두환 보안사령관 찬양으로 도배된 내무반의.. 더보기
가짜 뉴스 (Fake News) (하) 모든 범죄의 시작은 '감추고 속이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인류 최초의 범죄인 '에덴동산의 선악과 사건'도 아담이 이브에게 한 거짓말이 출발선이었다. 젊은 시절 한국의 직장생활 중에 부당한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여럿 만났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탄로 나는 것'이었다. 걸리지 않는다는 확신만 있다면 자신의 권한 내에서 상대의 잘못을 눈감아주는 대신 돈으로 받으려 했다. 같은 짝퉁을 팔더라도 속이지 않으면 (상표권 침해를 제외하면) 범죄가 되지는 않는다. 진짜인 것처럼 위장해서 구매자를 속이려는 의도가 있을 때는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의도된 가짜 뉴스도 범죄로 취급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기술혁신과 사회의 급속한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는 법체제와 '표현의 자유'라는 선의의 법정신 탓에 범죄로.. 더보기
가짜 뉴스 (Fake News) (중) 이런 분들에게는 최순실 게이트가 언론에 오르내리다가 박근혜 대통령에게까지 불꽃이 튀어 탄핵으로 확대되는 것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탄핵을 발의한 야당 국회의원들도 못마땅하지만,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새누리당의 국회의원은 못마땅함을 넘어 미워 죽을 지경이다. 그런 놈들보다 더 못마땅한 것은 최순실 태블릿을 보도함으로써 대통령 탄핵이라는 심지에 불을 붙인 'JTBC'와 손석희 사장이다. JTBC 보도 후에 그걸 쫓아 비슷한 방향으로 보도하는 종편과 지상파 방송들도 꼴 보기 싫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6년간 야당을 종북좌파로 몰아붙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정부를 찬양하던 방송을 내보낸 곳이, 광우병 촛불시위 이후 이명박 정부가 장악하고 허가한 지상파와 종합편성 채널이었다. 그러던 방송들이 JTBC 보도.. 더보기
가짜 뉴스 (Fake News) (상) 10년 전 회사 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짝퉁시장을 간 적이 있다. 가짜 상품으로만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큰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여자 핸드백을 포함한 가방류, 시계, 보석, 장신구 같은 온갖 액세서리류, 아이팟 같은 전자제품류, 구두, 지갑, 벨트 같은 가죽제품류 등 몇 종류 되지 않는 상품들의 엄청난 양이 그 넓은 시장 골목골목과 빌딩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을 눈앞에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았다. 제대로 돌아보려면 하루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중국지사에서는 젊은 여직원을 시켜 나를 안내하도록 했다. 키가 나와 비슷했던 그녀는 내가 관심을 보이면 나를 대신해 물건 값을 흥정했다. 주인이 3~4백 위안을 호가하면 무조건 백 위안으로 흥정을 시작했고 가격도 대충 그 근방에서 결정됐던 것이 .. 더보기
생각의 운동법칙(후) 누구나 인정하듯이 마음을 담는 그릇은 몸이다. 영어로 마음을 ‘Heart’라고 하는 것을 보면 신체 중에서도 심장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생각은? 누구나 알듯이, 머리다. 머리 중에서도 뇌가 생각을 담는 그릇이자, 생각을 작동시키는 엔진이다. 생각은 스스로 동작한다는 점에서 자동차와 논리적으로 흡사하다. 자동차의 엔진은 기름을 태워 움직이지만 생각은 보고 듣고 배워서 느끼고 기억한 것이 동력이 된다. 성능이 좋은 엔진은 몇 초 만에 일정 속도에 도달할 수 있는 것처럼, 머리가 좋은 사람의 지식도 보통사람보다 훨씬 앞선다. 성능이 좋은 자동차의 운전자는 사고를 낼 때도 타인에게 크게 피해를 준다. 좋은 두뇌를 소유한 마음의 의도가 불량할 때, 타인에게 주는 피해 역시 일반인과 비할 바가 아니다. 소년 .. 더보기
생각의 운동법칙(전) 생각과 마음은 같을까, 다를까? 영어단어로 바꾸면, 생각은 ‘Thinking’, ‘Thought’, ‘Idea’, 마음은 ‘Mind’, ‘Heart’이니까 다른 의미로 봐야 할 것 같다. 이성에 가까운 게 생각이라면, 마음은 본성에 근접한다고 하겠다. 인간이 태생적으로 선한 것인지 악한 것인지 논할 만큼의 지식은 없지만, 그런 게 있다면 그것은 마음일 것이다. 사람은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보고 들으면서, 생각의 폭과 깊이를 더하며 발전시킨다. 부모로부터 건강한 체질을 받고 태어나기도 하는 반면에,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병적인 유전인자를 받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약한 체질도 꾸준히 운동하고 섭생과 절제에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건강한 체질로 바꿀 수 있다. 타고난 마음이 성악설이나 성선설에 의한 것이.. 더보기
참척의 고통(慘慽之痛) 인간사에서 가장 큰 슬픔은 어떤 것일까?라는 물음으로 글을 시작한다. 유교문화권에서 농경사회를 살았던 우리 앞 세대는, 부모의 사망을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라는 의미의 천붕지통(天崩之痛)이라고 표현하여, 인생 최고의 슬픔으로 여겼다. 아버지로부터 전수받은 농경 지식으로 농사를 해서 먹고살았던 시대였으니 당연했다. 즉, 부모의 경험에 의지해서 씨를 뿌리고 추수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다가, 부모의 죽음으로 인해 스스로 식솔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으니 하늘이 무너진다는 표현이 과장만은 아니다. 어렸을 때 읽었던 무협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로, 부모의 복수가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모를 살해한 원수를,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다는 불구대천(不俱戴天)이라며 최고의 무술을 연마한 후, 찾아가서 통쾌.. 더보기
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들까? 담장은 사생활을 보호하고 사유 재산의 경계 표시입니다. 국경의 담은 국가 간의 경계를 표시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담은 내 재산의 경계 표시로 담을 쌓는 사람이 당연히 비용부담을 해야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멕시코와 국경의 담 건설비용을 멕시코가 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멕시코는 담이 필요치 않습니다. 국가 간 경제력 차이로 일어나는 인구 ‘삼투압’ 현상이 지속하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국경의 담이 의미 없다는 것은 캐나다와 미국 간의 담 얘기가 없는 것만 봐도 지극히 포퓰리즘 정책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담도 부족해 유리를 깨 담 위에 꽂아도 도둑은 넘습니다. 트럼프 같은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 것은 레이건 시대부터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폐해입니다. 자본주의의 단점인 부익부 빈익빈의 .. 더보기
정치와 종교 정치와 종교라는 토픽만큼 사람들 사이에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치열한 소재는 없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어느 커뮤니티에서나 이에 대한 글이나 토론은 웬만하면 자제하자는데 의견이 일치하는 이유다. 심지어 모처럼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날에도 정치 이야기를 피하는 게 좋다고 충고한다. 60대 이상의 부모와 자식 세대 간에 대화를 단절시켜 분위기를 망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정치적 인식이 높은 한국인이라 그렇다는 의견도 있지만 공감하지 않는다. 트럼프를 당선시킨 미국도, 극우세력이 득세하는 일본이나 서유럽의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갈등의 원인을 이해하기에는 정치보다 종교가 쉽다. 종교의 근간은 신앙이다. 믿는 사람이 없으면 종교도 없다. 2년 전 동남아를 여행했을 때 가장 특이했던 점은 대중적인 불.. 더보기
거짓말하는 사람들 회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감사(監査)에서 적발되거나 신문에 기사로 실리면, 높은 사람들은 사실을 축소하거나 은폐하기에 바빴다는 것이, 지난날 내가 경험했던 직장생활이었다. 구조적인 전체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인 비리로 국한시킨다든가, 잘못된 정보나 오해에서 비롯된 착오로 몰기 위한 대책회의가 이어졌고, 담당 실무자들은 말을 맞추기 위한 목적으로 가상 질문과 답변으로 연습도 했으며, 과거에 만들어졌던 서류를 새로 만들기까지 했다. 2~30년에 한국에서 했던 직장생활을 기억하게 만든 것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연일 터져 나오는 뉴스 때문이다. 청문회나 특검에 불려 나온 인물들은 모르는 일이라거나, 자신이 관여한 일이 아니라며 하나같이 부인으로 일관하는 모습이 별로 낯설지 않았다. 그런 조직적이고 체계화된 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