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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

정치와 종교 정치와 종교라는 토픽만큼 사람들 사이에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치열한 소재는 없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어느 커뮤니티에서나 이에 대한 글이나 토론은 웬만하면 자제하자는데 의견이 일치하는 이유다. 심지어 모처럼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날에도 정치 이야기를 피하는 게 좋다고 충고한다. 60대 이상의 부모와 자식 세대 간에 대화를 단절시켜 분위기를 망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정치적 인식이 높은 한국인이라 그렇다는 의견도 있지만 공감하지 않는다. 트럼프를 당선시킨 미국도, 극우세력이 득세하는 일본이나 서유럽의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갈등의 원인을 이해하기에는 정치보다 종교가 쉽다. 종교의 근간은 신앙이다. 믿는 사람이 없으면 종교도 없다. 2년 전 동남아를 여행했을 때 가장 특이했던 점은 대중적인 불.. 더보기
노무현과 트럼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처음 참가한 투표가 2008년 오바마가 출마한 대선이었고, 오바마는 그때까지 내가 선거에서 투표한 사람으로 당선된 첫 대통령이었다. 그 오바마가 오늘로 두 번의 임기를 끝내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다. 나는 그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금융위기 때 해고된 나는 평상시의 네 배가 넘는 장장 98주에 걸친 실업수당 덕분에 2년 동안 생계유지에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다. 레이오프 전까지는 정치나 경제 같은 시사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탓에, 오바마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예상치 못한 실업자가 되어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기도 했지만, 미국의 금융위기를 가져온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궁금증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면서 시사에 관심을 .. 더보기
입맛 건강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은퇴했거나 나이가 들수록 중요도는 더해진다. 주변에 이런 저런 병으로 고생하는 지인도 있고, 아침 저녁 식사 후마다 한움큼의 약이 필요한 분도 있다. 특히 재작년에 60대 초반의 나이에 대장암으로 돌아가신 어떤 분을 잊을 수 없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읽은 글, '똥'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순환하는 자연계의 핵심이 '똥'이라는 점에서 크게 공감했다. 다행인 것은 '생로병사'와 같은 TV방송으로 건강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고, 보험으로 의료혜택을 받기 어렵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100세 시대'라고 매스컴에서 떠든다고 해서 누구나 100세를 사는 것은 아니다. 오바마가 40대에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고 누구나 40대에 대통령이 되는.. 더보기
디지털 세상에서 디지털의 반대 개념은 아날로그다.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아날로그 밖에 몰랐던 세대가, 디지털이란 단어를 처음 접한 게 언제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대학시절 후반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디지털 공학’이라는 과목에서 부울 대수를 배웠는데 사뭇 낯설었다. ‘1’과 ‘0’만으로 수를 만들고 계산을 하는 것인데, 산수인지 수학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공부하라고 사준 휴대용 계산기를 전당포에 잡히고 술 마셨던 시절이니 그럴 만도 했다. 그렇게 사회에 나와서 처음 컴퓨터를 접했으니 입문과정이 쉬울 리가 없었다. 내가 처음 본 11MB짜리 하드디스크는 작은 냉장고 크기였고 전원을 넣으면 디스크가 돌아가는 요란한 소리를 들으며 몇 분을 기다려야 데이터를 읽을 수 있었다. 새끼손가락 손톱보다 더 작은 메모리에 100GB 이상.. 더보기
군주민수(君舟民水) 교수사회를 대변하기 위해 1992년에 창간되었다는 교수신문에서는 2001년부터 해마다 12월 말에 그해를 대표하는 ‘4자성어(四字成語)’를 교수들의 투표로 결정하여 발표하고 있다. 시사에 관심 있는 분들은 이미 들어 알고 있겠지만, 2016년을 정의하는 4자성어로 ‘군주민수(君舟民水)’로 결정했다. 임금은 배, 백성은 물과 같아서 직접적인 의미는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는 것처럼 민심을 거스른 임금은 백성에 의해 끌어내려진다는 뜻이라고 한다. 3년 전 봄 진도 앞바다에서 뒤집혀 246명의 단원고 학생을 포함 304명이 사망했던 세월호 사건과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어 직무가 정지된 일련의 사태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와 2015년의 ‘혼용무.. 더보기
계란과 외할머니 AI(Avian Influenza)로 불리는 조류독감으로 달걀파동이 일어났다. 역사상 최초로 달걀을 수입한다고 한다. 음식점과 제과제빵업계에서는 필수품이라는 것이다. 도시락 반찬 정도로만 알았던 달걀이 어느덧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 있었다. 한자어로 계란(鷄卵)이라고도 부르며 토종 한국어로 ‘닭의 알’이란 의미의 ‘달걀’은 내게 많은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단어다. 그 기억 때문에 달걀을 일부러 찾아 먹지 않았다. 국민학교 6학년 무렵이었던 것 같다. 경기도로 이사한 부모님은 부업으로 마당 뒤편에 양계장을 짓고 닭을 길렀다. 기억이 희미해서 백 마리인지 2백 마리였던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아침저녁으로 진동하는 닭똥 냄새를 맡으며 달걀을 수거하러 다녔고, 늘 사료걱정과 겨울철 난방걱정을 하시던 부모님의 한숨소.. 더보기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 뉴스는 대부분 자극적이다. 자극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뉴스도 상품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백화점에 진열된 상품과 마찬가지 이유로 눈에 잘 띄도록 하기 위해서 자극적일 필요는 충분하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바카라로 수만 불을 잃었다는 것보다는 어쩌다 당긴 슬롯머신에서 수십만 불이 쏟아졌다는 기사가,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거나 부동산으로 도널드 트럼프 같이 거부가 되었다는 기사가, 도박이나 주식, 부동산 투자 잘못으로 파산했다는 기사보다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은 당연하다. 뉴스의 소비자는 독자지만 수익은 광고주로부터 온다. 독자가 많은 뉴스나 시청률이 높은 방송에 광고가 몰리고 수익은 커진다. 주식투자 대박기사에는 증권회사의 광고가 몰리지만, 주식실패로 자살한 사람의 기사에 광고하는 회사는 없다. 이민도 마찬.. 더보기
아들과 바둑, 그리고 하사비스 “아빠는 바둑을 배우라고 하는데, 저는 무엇 때문에 바둑을 두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바둑은 왜 두는 거예요?” 몇 해 전 아들과 대화중에 들었던 말이다. 나는 아무 소리도 못하고 속으로 한숨만 쉬었다. 기억은 50년 세월을 훌쩍 뛰어넘는다. 코흘리개 시절 방학이면 성북구 하월곡동에 있는 친척집에서 지냈다. 나이가 열댓 살이 많은 고모와 삼촌들도 있었지만 나보다 어린 삼촌도 있었다. 매미소리가 요란하던 어느 여름날 대학교수인 할아버지와 대학생인 삼촌이 대청마루에서 바둑을 두었다. 나와 내 또래 삼촌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바둑판을 구경했다. “야, 야, 여기 한 수만 무르자, 거기가 아다리(註: 단수를 의미하는 일본어로 당시의 언어)인 걸 못 봤어. 그냥 따면 어떡해.” “아버지 무르는 게 어딨어요, 이것.. 더보기
거짓말하는 사람들 회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감사(監査)에서 적발되거나 신문에 기사로 실리면, 높은 사람들은 사실을 축소하거나 은폐하기에 바빴다는 것이, 지난날 내가 경험했던 직장생활이었다. 구조적인 전체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인 비리로 국한시킨다든가, 잘못된 정보나 오해에서 비롯된 착오로 몰기 위한 대책회의가 이어졌고, 담당 실무자들은 말을 맞추기 위한 목적으로 가상 질문과 답변으로 연습도 했으며, 과거에 만들어졌던 서류를 새로 만들기까지 했다. 2~30년에 한국에서 했던 직장생활을 기억하게 만든 것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연일 터져 나오는 뉴스 때문이다. 청문회나 특검에 불려 나온 인물들은 모르는 일이라거나, 자신이 관여한 일이 아니라며 하나같이 부인으로 일관하는 모습이 별로 낯설지 않았다. 그런 조직적이고 체계화된 거.. 더보기
새해 첫날에 해마다 맞이하는 1월1일이 다른 날과 다를 것은 없다.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며 겨울답게 쌀쌀한 날씨라는 것도 어제와 같고, 내일과도 비슷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1월1일 뜨는 해를 먼저 보겠다고 정동진의 추운 새벽바다에 나가 소원을 빈다고 해서, 다른 날에 해돋이를 보며 소원을 비는 사람보다 월등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감상 없이 이날을 맞이하는 것도 정상은 아닐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은퇴한 마당에 회사를 다닐 때처럼 특별하지는 않다. 회사에서는 결산과 신년 계획을 세워야 하는 12월이 제일 바빴다가 새해가 되면 좀 한가해진다. 지금은 다 지나간 옛일이 되었으나, 제일 괴로웠던 일은 실적평가(Evaluation)와 봉급인상을 결정하는 일이었다. 냉..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