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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

성공적으로 나이 들기 (2) 주관적인 편견이나 오해 없이 사물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것을 책을 통해 새삼 알게 되었다. 심지어는 자신이 살아온 과거조차 그릇되게 알고 있다는 것은 놀랍기만 하다. 예를 들어, 베일런트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책에 수록하고자 편지를 보냈다. 그에 관한 사연을 책에 포함해도 되는지 승낙을 받는 것이 목적이었다. 편지를 받은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며(Wrong person) 반송했다. 30년 전에 인터뷰하면서 직접 들은 사연인데도 그는 까맣게 잊는 것을 넘어, 자신이 아니라고 믿었던 것이다. 물론 치매에 걸린 것이 아니라, 현재의 바뀐 상황이 과거의 기억까지도 왜곡한 것이다. 상황이 바뀌면 생각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지면 사람도 다른 사람이 된다는 주장은 그럴 듯하다. 고.. 더보기
성공적으로 나이 들기 (1) 금년을 시작하면서 ‘행복’을 화두로 삼았던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8월 말로 접어들며 가을의 문턱으로 성큼 들어섰다. 이틀 사이에 하루 최고 기온이 12℃(22℉)나 떨어져서, 더웠던 게 언제였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렇듯 간사한 게 인간의 마음이다.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열리는 즈음에, 년초에 화두(관련 글1, 관련 글2)로 삼았던 ‘행복’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케 하는 책을 만났다. 하버드 대학교 의대 조지 베일런트(George E. Vaillant) 교수가 2002년에 펴낸 ‘행복의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연구’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다. 원제는 ‘Aging Well’과 ‘Study of Adult Development’로 ‘행복의 조건’이란 제목은 책을 팔.. 더보기
사망신고서 아이가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하고, 사람이 죽으면 사망신고를 한다. 30년이 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동사무소에 비치된 출생신고서 양식에 아이의 이름과 생년월일, 부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했던 것 같다. 병원에서 출생증명서를 받아 첨부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이었다. 반대로 사람이 죽어서 사망신고를 할 때는 반드시 사망진단서가 필요하다. 작년 장인 상을 당해 주민센터에서 사망신고를 할 때, 병원에서 받은 사망진단서를 첨부했다. 사망진단서는 사망신고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화장을 하거나 묘지에 매장을 할 때도 필요하며, 보험이 있을 경우에는 보험금 수령에도 필수다. 자식이 해야 할 일이고, 1촌 관계인 자식이 없다면, 2촌인 형제나 3촌인 조카가, 그것.. 더보기
가장 살기 좋은 곳 가장 살기 좋은 곳이 있다면 어떤 곳일까? 언제든 따먹을 수 있는 달고 향기로운 열매가 달린 나무들이 있고, 맑은 바다에는 낚싯줄만 드리우면 고기가 잡히고, 어느 곳과 견줘도 될 만한 뛰어난 경치가 있고, 트래픽은커녕 공해나 범죄도 없으며, 추위와 더위도 없는 곳이라면 어떨까?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어 쫓겨난 에덴과 같은 곳 말이다. 2주 전에 KBS 인간극장에서 ‘남태평양의 그 남자’를 여름특집이라는 명목으로 재방영했다. 3년 전 뉴저지에서 감동으로 보았던 프로였지만, 다시 보아도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에덴을 연상케 하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미크로네시아에 사는 쉰 살(지금은 53살)의 김도헌 씨 이야기다.(관련글 보기) 그곳의 원주민 여인과 결혼해서 현지의 한국의 해양연구소에서 계약직원으로 일하는 .. 더보기
안전운전과 자동주행 (이 글은 '졸음운전'과 '끔찍했던 운전경험'에 이은 운전 시리즈 마지막 편입니다.) 1983년 초, 연수교육을 받았던 미국 플로리다에서 운전면허를 땄으니, 어느덧 33년의 경력을 가진 셈이다. 난생 처음 두어 달 운전을 하면서 자신이 생겼을 때 음주운전 사고를 냈던 기억도 이제는 아스라한 추억이 되었다. 당시에 한국에서는 접근이 어려워서 호기심이 가득하던 ‘Deep Throat’이라는 유명(하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지만)한 포르노 영화를 동료들과 보러 ‘Cocoa Beach’에 있는 트리플 X 레잇 극장에 가던 길이었다. - 사고가 날만 했다. 한국에서는 1987년 포니Ⅱ 중고차를 사촌형님에게 구입하면서 운전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오토매틱 자동차로 딴 면허증을 한국에서 바꾸었으니, 기어가 달린 수동차를 .. 더보기
배뇨장애 KBS에서 방송하는 ‘생로병사의 비밀’을 자주 본다. 오래 전에 ‘특집’이라는 명목으로 방영했던 ‘마음’편과 ‘사랑’편 시리즈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익했던 프로그램으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 달 전쯤 ‘노년의 눈물 – 전립선 질환’편을 보았다. ‘전립선비대증’ 발병률의 60대 평균은 한국이 23%, 미국이 36%라고 한다. ‘아는 게 병,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런 종류의 정보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은 경험으로 알고 있으나, 야간뇨 때문에 수면장애를 겪는 나로서는 무심할 수가 없었다. 여러 해 전에 어느 분이 건강보조식품인 ‘차(티)’로 야뇨증을 치료했다는 게시글을 읽고 부러워하는 댓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걸 본 다른 분이 고맙게도 그걸 .. 더보기
Google News 사용하기 젊었을 때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별로 없었습니다. 시력만 근시가 아니라 생각도 근시여서 관심은 항상 주변에만 머물렀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독재를 하건 말건, 민주화운동으로 학생이나 지식인들이 구속되건 말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던 겁니다. 저녁 9시 뉴스가 나오면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리곤 했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나 마시며 잡담하는 게 더 즐거웠고, 직장에서 과장이나 부장에게 터지지 않고 아무 일 없이 정시에 퇴근하는 게 더 중요했으며, 휴일에는 바둑을 두거나 소파를 독차지하고 비스듬히 누워 오징어 다리나 질겅거리며 소주를 앞에 놓고 야구 같은 스포츠 중계나 보며 지내는 게 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뉴스에 관심을 둡니다. 은퇴해서 시간이 많다거나 달리 소일거리가 없는 탓도 있.. 더보기
끔찍했던 운전경험 한국으로 돌아온 것도 거의 6년이 되어간다. 제주에 정착하고 나서 3개월이 안 돼 만든 카페였으니 나의 한국생활은 이 카페가 전부인 셈이고, 글쓰기는 실질적인 직업인 동시에 취미이자 소일거리였다. 댓글이나 한줄 메모장을 제외한 글만 해도 1,200개가 넘었으니, 글의 질적 수준을 따지지 않는다면 실로 엄청난 양의 글을 쓴 셈이다. 내가 죽어서 사라진다 해도 그동안 쓴 글은 어디엔가 남아 누군가에게 읽힐 거라는 착각으로 오늘도 글을 쓴다. 글을 다루면서 느끼는 것은 글쓰기에 일단 발동이 걸리면, 글감이 계속 떠오른다는 것이다. 뉴스를 보거나, 소설을 읽거나, TV의 다큐멘터리를 접하면서, 순간순간 글감이 생각나고 글로 남기겠다는 욕망에 휩싸이곤 한다. 물론 그렇게 떠오르는 글감을 전부 글로 옮길 수는 없다.. 더보기
졸음운전 30도를 웃도는 지독한 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뉴스에서는 지구 온도를 측정한 이래 가장 뜨거운 7월과 8월이라고 한다. 광복절로 이어지는 지난 주말은 물론이고, 고속도로는 피서 인파를 나르는 차량으로 꽉 막힌다는 장면을 전하며 TV 뉴스의 앵커는 처참한 교통사고 장면도 함께 해설한다. 지난 일요일에도 그랬다. 여름을 맞아 서울에서 고향을 방문한 36세의 아들이 두 누나(41, 39세)와 함께 엄마(61세)를 모시고 여수 ‘향일암’에 나들이 가다가, 졸음운전을 하는 화물차(53세)에 받혀 엄마는 현장에서 사망하고 남매들은 큰 부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관련기사 보기) 사고가 난 ‘마래터널’을 지난 봄 여수 여행을 했을 때, ‘경주애인’님 부부와 함께 몇 번을 지나간 곳이기도 하다. 지난 달 셋째 일.. 더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유일한 업적으로 마지막 남길 수 있는 것 (1년만에 노스텔지어의 글이 올라와 퍼왔습니다. 역시 통찰력이 시원합니다. 즐감하시기 바랍니다. 원글보기) 8.13.2016.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1년만인 것 같습니다. 글을 쓰지 않았더니 저의 글을 사랑해 주시는 여러분께서 많이 궁금해 하셨습니다. 심지어 죽은 것 같다는 메일도 여러 번 받았습니다. 전혀 이유는 없고 하는 비즈니스는 여전히 잘하고 있습니다. 단지 이유라면 저만이 알고 있는 글 구절 때문입니다. 나태 복음 제1장 7절에 나오는 글입니다. "쉴 때 확실히 쉬어라, 여행도 가슴 떨릴 때 해야지 다리 떨릴 때 하면 너무 늦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사랑도 창조해라" 우주가 도와주지 않아 사랑은 창조하지 못했지만, 글을 한 번 놓고 나니 자꾸 게을러졌습니다. 산으로 이사를 왔더니 자연 속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