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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

내가 보는 김영란 법 25년 전 쯤, 이민이라는 일생일대의 결정을 놓고 숱한 나날을 고민했던 시절이 있었다. 회사에서 바쁘게 일하던 처지인데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도, 외국에 대해 많은 정보가 흔하지도 않았던 때라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간첩이 접선하듯 몰래 정보를 주고받았었다. 불합리하고 권위적인 상명하복 식의 직장이 견디기 어려웠을 뿐, 모든 것은 그런대로 순조로운 인생이었다. 운 좋게도 3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분당이라는 신도시에 서른 평이 넘는 아파트도 당첨되어서 시간만 가면 내 이름으로 된 집을 가질 수 있었고, (최근에는 신들도 다니고 싶어 하는 직장이라고 불리지만) 국영기업이었으니 신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장이었다. 게다가 본사의 젊고 유능한 과장이었으니 처세만 잘하면 부장 승진도 맡아놓은 당상이었다... 더보기
도서관에서 펼쳐보는 상상의 나래 무더위가 절정이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역사상 기록적인 더위가 예상된다는 협박성 장기 일기예보가 위협만이기를 바라면서도, 작년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느낌이 있었는데 며칠 전부터 바뀌고 말았다. 새벽에도 26~28℃ 부근으로 열대야가 이어져서 매일 하던 운동을 쉰 것도 4일째다. 더위가 어느 정도 가실 때까지는 더 멈추어야 할 것 같다. 제주의 여름기온은 육지보다 낮은 것이 보통인데, 엘니뇨 현상이 통상적인 개념마저 깨트렸는지 연일 땡볕에 33~35℃를 오르내리는 한낮 기온을 보인다. 어지간하면 자유롭고 편한 집을 벗어나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려고 도서관을 찾지 않았었으니, 요 며칠 도서관을 찾는 것은 더위에 항복하고 도서관으로 피서를 빙자한 피난인 셈이다. 집에서 10분이면 충분한 제주도서관을 마다하고 –그.. 더보기
잡담한설(雜談閑說) - 12 윈도우 10 개인용 컴퓨터를 사용한지가 어느덧 30년 가까이 되었다. XT, AT, 386, 486을 거쳐 펜티엄으로 이어지는 PC의 하드웨어 역사에 DOS, Window 3.0, 95, 98, 밀레니엄, XP, 윈도우7에서 10까지 OS도 변신을 거듭해왔다. 내게 친숙한 환경은 현직에 있으면서 다루었던 XP까지다. 레이오프 되고 한국으로 돌아와 윈도우7이 나온 후에도 한동안 XP를 사용하다가 윈도우7으로 바꾼 것이 작년 초였는데, 지난주에 다시 10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그동안 업계의 부침도 놀라웠다. 공룡처럼 군림하던 IBM이라는 절대강자가,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신생기업에 1위 자리를 내준 후에,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면서 구글과 애플이 IT 업계의 새로운 지존이 되었으.. 더보기
(續) 나는 1등이 싫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지난 주 전반기 일정을 끝내고 이번 주부터 후반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총 10개의 팀이 단일 리그로 7개월 동안 팀당 144게임을 소화하는 국내 시즌이, 36개 팀이 양대 리그로 나뉘어 벌어지는 미국의 메이저리그에 수준이나 규모면에서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국인 특유의 열정이 담긴 응원과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경기 내용이, 재미에 있어서만큼은 메이저리그 부럽지 않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이래 줄곧 응원해오던 'MBC 청룡'이 오늘의 'LG 트윈스'다. 이팀은 금년에도 꼴찌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선수들 면면을 보면 절대로 허약한 팀이 아닌데도 나를 비롯한 팬들의 응원과 기대에 제대로 부응한 적이 없다. 무엇이 원인일까? (개인적인 소.. 더보기
나는 1등이 싫다! 한국에 돌아온 후 처음에는 TV의 모든 것이 재밌었다. ‘차마고도’와 같은 다큐는 물론이고 평소에 도외시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는 물론, 심지어 광고까지도 각별하게 흥미를 유발했다. 특히 ‘개콘’이라고 불리는 ‘개그 콘서트’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보았던 것도 그만큼 한국의 변화가 신기했고 그 변화를 이해하려는 시도였을지 모른다. 당연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보지 않는다. 그때 보았던 개콘에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외치는 코너가 있었다. 평범하게 생긴 낯선 코미디언이 술에 취한 채 파출소에 들어와,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이라던가, “1등만 좋아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외치며, 한국사회의 ‘웃픈’ 현실을 꼬집었다. (註: ‘웃픈’은 웃기지만 슬프다는 인터넷 신조어) 그런데 이 .. 더보기
건강과 단식 (마지막 편) 체중이론 의학이 발달하고 건강정보가 일반화되면서 과거에 상식이라고 일컬어지던 지식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알게 되었다. 혈압에 대한 최초로 접한 상식은 ‘적정혈압=나이+90’이었다. 지금은 나이에 상관없이 120에 80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화된 상식이다. 체중도 그랬다. 자신의 신장(cm)에서 90을 빼면 적정 체중(Kg)이라는 근거 없는 이론(?)이 회자되었다. 지금은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상식이 되었다. - 물론 이 이론에도 논란은 많다. 서양인에게 맞는지는 몰라도 동양인에게는 적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한국인의 경우 나이가 들면 과체중보다는 저체충이 더 위험하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그 이유가 미용이 되었든, 건강이 되었든 .. 더보기
미국의 인종갈등을 보면서 “연탄들은 안 돼! 걔들은 인간이라고 할 수가 없어! 연탄들 상대로 장사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몰라요!” K가 말을 꺼내자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경험담이라며 거들었다. 20여 년쯤 된 이야기다. 이민 초기에 친구를 따라 뉴저지 ‘엘리자베스 한인교회’에 반 년 정도 다녔던 적이 있었다. 수요 예배 후 ‘남선교회’ 주축 멤버들이 체육대회 겸 야외예배 준비를 하던 중에 잡담으로 흘렀다. - 내가 처음에 엘리자베스에 살았잖아. 하루는 거실에서 밖을 내다보며 담배 피우고 있었는데 어떤 깜둥이가 스트릿 파킹을 한 내 차 주위를 맴돌더니 드라이버로 차 문을 따는 거야. 나가기도 귀찮아서 밖에 대고 꺼지라고 소리를 쳤지. 그랬는데도 나를 빤히 보면서 하던 일을 계속하는 거야. 그래서 야구 방망이를 들고 쫓아 나가니까.. 더보기
건강과 단식 (10) 관심과 실행 인간은 환경에 지배를 받는 동물이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환경이 변하고 조건이 바뀌면 생각이나 믿음도 변할 수 있다. 시민들이 민주나 인권, 자유에 눈을 뜨려면 최소한 소득이 5천불을 넘어야 하고, 건강에 관심을 가지려면 만 불이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5천불이 안 되는 국가에서는 먹고 살기에 급급해서 시민들은 독재자가 독재를 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최소 만 불이 넘어야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는 의미다. 우리가 살았던 6, 70년대를 되돌아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70년대 유신독재에 저항한 것은 일부 계층의 지식인들과 종교인이 전부였으니까. 보통사람으로서 민주주의를 논하고 건강에 대한 담론을 하는 것도, 우리 자신들이 똑똑하거나 특출 나서가 아니라 그런 시대를 살기 때문.. 더보기
'니스(Nice) 테러'에 대한 상념 “제주가 뭐 좋다고 사람들이 몰리고, 땅값이 그렇게 오르는지 모르겠어. 이거 뭐 잘못된 거 아냐?” “듀크, 프랑스 남부 니스나 칸느 같은 지중해는 어떤지 알아? 연중 평균기온이 15도 정도니까 살기 좋을 뿐만 아니라 자연환경이나 경치가 좋아서 백만장자가 아니면 집을 살 수가 없을 정도로 비싸거든. 게다가 여름이나 휴가철에는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물가가 열 배나 비싸진다고!” “뭐, 열 배! 두 배나 세 배가 아니고 열배라고? 너무 과장하는 거 아냐?” “아냐, 정말야! 두 배, 세 배 아니고 열 배. 여름 관광시즌이 되면 그곳에 사는 주민들도 빵이나 우유 같은 생필품 쇼핑하기 위해서 내륙으로 몇 시간씩 운전한다니까. 내가 보기에는 제주도도 곧 그렇게 될 거야. 니스처럼 두 부류로 나뉘는 거야. 우리처럼 .. 더보기
건강과 단식 (9) 질병과 단식 50대 이후 세대라면 어릴 때, 이질, 장질부사, 천연두나 콜레라 같은 병을 들어보거나 심지어 앓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게는 열 살도 되기 전에 이질에 걸려 며칠 동안 피똥을 싸며 죽다 살아난 경험이 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생기는 병이다. 질병은 의학적으로 감염질환과 면역질환으로 나뉜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감염질환이 인간에게 고통을 주었으나, 현대의학이 발전한 선진사회에서는 면역체계 이상으로 오는 질병으로 고통을 받는다. (제 글 '감염질환과 면역질환' 참조) ▼ 지난 50년간 영국에서의 감염질환과 면역질환의 발생비율 면역질환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라는 것이 정설이다. 현대의학의 산물인 항생제 남용과 음식물 과다 섭취로 인한 영양과잉이다. 두 가지의 공통점은 '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