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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Fake News) (하)

모든 범죄의 시작은 '감추고 속이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인류 최초의 범죄인 '에덴동산의 선악과 사건'도 아담이 이브에게 한 거짓말이 출발선이었다. 젊은 시절 한국의 직장생활 중에 부당한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여럿 만났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탄로 나는 것'이었다. 걸리지 않는다는 확신만 있다면 자신의 권한 내에서 상대의 잘못을 눈감아주는 대신 돈으로 받으려 했다. 같은 짝퉁을 팔더라도 속이지 않으면 (상표권 침해를 제외하면) 범죄가 되지는 않는다. 진짜인 것처럼 위장해서 구매자를 속이려는 의도가 있을 때는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의도된 가짜 뉴스도 범죄로 취급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기술혁신과 사회의 급속한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는 법체제와 '표현의 자유'라는 선의의 법정신 탓에 범죄로 취급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힘입어 가짜 뉴스가 독버섯처럼 곳곳에 파고들어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혼란을 부추기며 사람들 간에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제작되어 배포되는 가짜 뉴스의 피해를 피하려면 진위를 감별하는 것도 개인의 책임이 된다. 특히 정부여당이나 야당, 또는 진보나 보수 어느 한쪽에 경도된 기성언론이나 매체에서 전하는 뉴스도 사실을 왜곡시킨다는 점에서 가짜 뉴스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발행부수에 있어서 5위의 한국경제신문(이하 한경)이 있다. 지난 설날 직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인터뷰로 유명해진 인터넷 TV방송의 사주인 정규재 씨가 주필로 있는 신문으로, 한국의 대기업 산하 194개 사(社)가 출자하였으며 최대주주는 현대자동차다. 경영과 출자가 분리되었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실정상 완전 분리되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당연히 기업에 유리한 기사 위주로 편집한다. 그 신문의 기사가 허위라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불리한 기사는 외면함으로써 사실을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이 신문이 가짜 뉴스를 어떻게 만드는지가 글의 중요한 포인트다.


2015년 노벨 경제학상은 뉴저지 소재 프린스턴 대학의 '앵거스 디턴(Angus S. Deaton)' 경제학 교수에게 돌아갔다. 2013년에 펴낸 그의 저서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이 수상하게 된 업적이었다. 이 책을 한경BP(한경에서 만든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했는데, 부의 불평등이 국가경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는 논리를 전개했다. 디턴 교수는 저서에서 "오랜 시간에서 보면 인간의 삶은 개선되어 왔지만 평균적인 삶이 개선되는 동안 불평등도 불가피하게 발생하였으며, 그런 불평등의 결과인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일관되게 말하고 있지만, 그런 저자의 주장을 교묘하게 피하며 제대로 번역하지 않았다.


▼ 노벨상을 받은 저서를 왜곡 번역한 한경BP(Books Press)에서 출간한 '위대한 탈출'의 전체 목차: 원문과 한글판 비교 (출처보기)

bp


한경에서 이렇게 가짜 번역 책을 출판한 배경을 보자. 2년 전 봄에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의 저서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 21st Century)'이라는 서적이 한국에서 커다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피케티는 이 책에서 역사 속의 “왕조 세습”처럼, 21세기에는 “자본의 세습”으로, 부(富)와 소득의 “끔찍한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소위 '금수저 흙수저 논리'를 경제이론으로 설명한 것이었다.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경에서는 이 책에 대한 반론을 제시하여 부의 불평등이 나쁜 점만 있지 않다는 반론을 제시하고 싶었다. 마침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디턴 교수의 책이 한국에서 번역되지 않았다는 허점을 이용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 사이비 언론인 정규재 주필이 관여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에서 조국일보는 한경을, 조국일보의 주필 이강희는 한경의 정규재를 연상시켰다.


제도권 언론으로서 비열하기 이를 데 없는 짓이지만, 재벌과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려면 어쩔 수 없다. 진실과 사실을 왜곡시키지 않으면 (내부자들에서 이강희의 발언대로) 개·돼지들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방법이 없으니까. 이 세상 어느 ·돼지가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인간(재벌과 기업)의 진실을 알고도 사람 편을 들까.


또 다른 가짜 뉴스를 살펴본다. 일부 사람들은 세월호 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아이의 죽음을 핑계로 수십 억원의 정부 돈을 뜯어내려 한다는 뉴스를 믿는다'비정상 인간, 비정상 대통령'이라는 글에도 썼지만, 그런 류의 가짜 뉴스들이 카톡 같은 SNS를 통해 전파되며 인터넷과 정보에 취약한 노인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는다. 그렇다면 사실은 무엇일까? 정부 예산은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 팩트다. 2015년 4월 2일 동아일보에서는 단원고 학생에게 8억2천, 교사에게 11억4천의 배상금이 지불될 거라고 보도했다. (출처보기)



여기서 '일실수익'이라는 단어가 눈길을 끈다. 교사는 교사의 월급을 일실, 즉 손실된 수익으로 보았지만 직업이 없는 아이들에게 적용한 미래 수익은 일용노동자의 수입을 적용했다. 이것을 보고 분노를 느끼지 않을 부모가 있을까. 또 '위로지원금(국민성금)'이란 게 있다. 이것은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났던 과거 사례에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의 예상금액을 적용한 것으로 정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돈이다. 물론 보험금도 정부의 돈이 아니다. 그럼 배상금은 정부가 부담하는 돈일까. 아니다. 일단 정부 돈으로 지불하고, 사고를 낸 세월호의 선주인 유병언 씨와 청해진 해운으로부터 차후 추징하는 재산이다. 따라서 세월호 사고로 죽은 아이의 보상으로 정부의 재정이 고갈된다는 뉴스는, 자세한 내막과 정확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누락시킴으로써 만들어진 가짜 뉴스다.


탄기국(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의 주장은 대부분 의도적인 가짜 뉴스에 근거한다. 이유는 한경의 가짜 번역과 다르지 않다. 진실에 근거하면 자기 편의 이익을 도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중에 '세월호 7시간'이 있다. 아침 8시 48분 사고가 발생하고 첫 보고를 받은 10시부터 중앙대책본부에 나타난 5시 10분까지 7시간 동안 국가수반으로서 국민의 생명을 구조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했느냐는 것을 묻는 것이지, 세월호 사고발생에 대해 대통령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탄기국과 대통령 대리인 측은 세월호 사고가 어떻게 대통령 때문이냐고 집회에서 성토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을 비틀어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가 아니면 무엇일까.


북한의 노동신문을 포토샵으로 짜깁기하거나, '가짜 뉴스 만들기' 앱으로 신문 형식을 빌려 기사처럼 만들어 카톡으로 전파하는 것만 가짜 뉴스가 아니다. 이처럼 의도적으로 유리한 기사만 골라 게재하거나, 고의적인 틀린 번역으로 진실을 호도하거나, 정확한 내용을 누락시켜서 오해하기 쉽게 만들거나, 핵심을 비켜가는 것도 가짜 뉴스에 해당한다.


나 같은 허접한 아마추어 글쟁이도 어떤 사실을 말하고 쓸 때는 반드시 근거를 제시합니다. 어떤 근거나 논리도 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은 주장일 뿐이지 사실이라고 할 수 없다. 심지어 질문조차 피한다면 언급할 가치가 없다.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7시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주장만 했지, 사실을 말하거나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

 어제 발표한 국민일보와 한겨레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500만이 모였다고 태극기 집회 측은 주장했지만 여론은 변함없다.

 탄기국에서 이같이 압도적인 여론을 뒤집을 방법은 가짜 뉴스에 의지하는 것 외에 있을 리가 없다.

 심지어 TK 지역에서조차 탄핵 여론이 우세하다.

 국민일보 조사나 한겨레신문 조사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은, 대통령 탄핵이 보수와 진보의 논리가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근거나 논리가 없는 억지 주장에는 욕설과 과격이 수반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 행정관이 '엄마 부대' 같은 친위세력과 수시로 통화했고, 그때마다 새로운 구호를 외치는 관제데모가 있었다.

 가짜 뉴스는 어느 한쪽의 문제는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보수 진보 진영을 막론하고 가짜 뉴스는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To be continued… 3회로 끝내려고 했으나 쓰다보니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면 지루해지기 때문에 두 페이지로 나누다 보니, 남은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넘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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